오너가 최재원 수석부회장 대표 맡으며 야심차게 출범한 SK온
배터리 자회사 SK온, 2023년 영업손실 5800억...적자 늪 지속
글로벌 전기차수요 둔화하는데...배터리에 7조5000억 설비투자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SK온 혁신 청사진 보여줄까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왼쪽)과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각사 제공)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왼쪽)과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각사 제공)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그린사업 상징인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이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도 먹구름이 끼며 글로벌 배터리 수요 적체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SK이노베이션이 수요 하락이 전망되는 배터리 부문에 수조 원대의 설비투자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설비투자 규모는 7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포트폴리오 혁신의 대가’로 불리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취임했지만, 그룹과 오너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SK온에 대한 혁신 청사진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너가 대표로 모시며 야침차게 출범한 SK온, 제2의 LG에너지솔루션 기대했지만


SK은 지난 2021년 8월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 배터리사업 분할 의결로 그해 10월 야심 차게 출범했다. 출범 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SK온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재계의 이목을 끌었다. 계열사 자금 횡령 등으로 받은 5년간 취업 제한 조치가 풀린 최 수석부회장이 SK온의 대표이사로 올 것이란 업계 일각의 전망이 들어맞으면서다.

지난 2020년 7월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지난 2020년 7월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SK그룹)

SK온의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출범은 당시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되며 재계와 증권가의 관심을 받았다. 분사와 유가증권시장 상장 등 모든 부문에서 SK온보다 앞섰던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과 시장 컨센서스가 높게 형성된 전례로 비추어 볼 때, SK온도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작동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앞서 2020년 12월 LG화학의 물적분할로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12월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2022년 1월 수요예측에서 기관 주문액 1경 5203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IPO 역사상 최고치로, 일반 청약 첫날 33조 원이 몰리며 114조 원의 증거금을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1월 27일 코스피에 상장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18조 2000억 원으로 단숨에 코스피 시총 2위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시총 기준 LG그룹이 SK그룹을 제치고 2위로 오르는 등 재계 순위 변동도 있었다. 코스피 상장 이후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반면 기대와 달리 SK온은 출범 이후 실적과 글로벌 점유율 확대 등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조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봤던 SK온은 지난해도 모든 분기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SK온 영업적자 지속, 올해 전망도 먹구름


SK온은 2022년 1조 72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3449억 원, 2분기에는 1322억 원, 3분기에는 861억 원, 4분기에는 186억 원 등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시장과 증권 업계는 SK온의 올해 실적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기존 29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4년 2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로 과거 밴드 0.5~1.4배에서 바닥에 위치해 있다”며 “정유·석화·윤활유 호황에도 성장사업인 배터리 자회사 자금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4년 SK온의 캐팩스는 7조 5000억 원인데, 보유현금 3조 6000억 원으로 4조 원 외부자금이 필요하다”며 “정유, PX, 윤활유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배터리 약세가 불가피해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반기 배터리 영업손익은 -7023억 원으로 일시적인 후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SK온이 올해 1분기에 111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86억 원)와 비교해 손실 규모가 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은 SK온이 2분기에도 10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증권도 올해 1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3197억 원으로 추정했다. 주가 목표가도 기존 18만 원에서 16만 원으로 하향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SK온의 실적 둔화 가능성에 따른 연간 이익 추정치 하향이 불가피하다”며 “정유와 화학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SK온은 적자 폭이 다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도 SK이노베이션 목표가를 25만 원에서 18만 원으로 내렸다. 배터리 수익성 부진 지속으로 SK온의 연간 이익 추정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끝 모를 적자실적과 증권가 컨센서스 하락에 일각에서 나스닥 상장 전망도 나왔던 SK온의 상장 시장과 시기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물적분할 전 헝가리 2공장과 미국 1공장이 양산에 들어가는 2022년 영업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본 SK이노베이션의 전망도 예상과 전혀 달랐다.

SK이노베이션 물적분할 전인 2021년 7월 당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배터리사업과 관련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분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해 8월 김양섭 SK이노베이션 CFO도 “분사는 투자재원 조달이 필요할 경우 적시에 실행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총괄사장과 CFO 모두 SK온의 물적분할 목표가 재원 마련과 상장에 있다는 점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상장 일정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애플 10년 준비한 ‘애플카’ 철수...글로벌 전기차 출혈경쟁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를 출렁이게 한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이 10년간 투자했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의 개발을 전격 중단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애플 CEO 팀 쿡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생성형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중대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 테마가 전기차 수요 둔화를 맞아 전기차에서 AI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애플카 사업이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은 최근 AI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애플카 사업에 참여했던 직원들을 AI 부서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ES 2023 SK통합관에서 SK온이 전시한 전기차 배터리와 클린모빌리티. (사진=SK이노베이션)
CES 2023 SK통합관에서 SK온이 전시한 전기차 배터리와 클린모빌리티. (사진=SK이노베이션)

실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었다. 고금리와 고물가, 경기 위축 등이 맞물리며 성장이 둔화하는 전기차 캐즘(Chasm)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주요 전기차 업체들도 전기차 생산량 조절에 나섰고, 배터리 기업들의 수익성도 이차전지 광물 가격 하락으로 줄고 있다.

국내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BEV+PHEV) 시장에서 1675만 대가 신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년 대비 19% 성장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기차는 SK온이 출범한 2021년 성장률 109%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이후 2022년 57%, 2023년 33%로 성장률이 계속 줄고 있다. 

이에 따른 출혈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전기차 양대산맥인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의 가격 인하 경쟁이 전기차 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성장률 둔화에 따른 배터리 시장 공급과잉도 예상된다. 오는 2025년 배터리 공급량이 수요량을 뛰어넘을 것으로 분석되면서다.

현 추세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도 SK온에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와 2위는 중국의 CATL과 BYD가 차지했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3.1%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p 줄었다. 

기업별로는 CATL 36.8%, BYD 15.8%, LG에너지솔루션 13.6%, SK온 4.9%, 삼성SDI 4.6% 순이었다.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들의 양적 성장에 SK온은 전년 대비 점유율이 1.0%p 줄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0.5%p), 삼성SDI(-0.1%) 등보다 큰 폭의 감소세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전기차 성장률 둔화와 배터리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배터리사업에 대한 설비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은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사업 부문 약 7조 5000억 원 등 9조 원의 설비투자가 예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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