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앞선 SK, 배터리·친환경 부문 계열사 실적 악화
실적개선 요원한 SK온, SK에코플랜트 부채 ‘위험 수준’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계열사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SK의 문제 중심에는 SK온과 SK에코플랜트가 있다. ‘잘 나가는’ SK하이닉스에 비해 SK온과 SK에코플랜트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반도체라는 지엽적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첨단산업을 두고 다투는 글로벌 비즈니스 전쟁에서 SK그룹사 전체 포트폴리오 전략은 험난한 협로를 마주한 것이다. 이에 SK는 IPO 숙제가 남은 SK온과 SK에코플랜트를 대상으로 그룹 차원의 사업 점검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AI붐과 반도체 업턴, SK하이닉스 주가 고공행진


현재 글로벌 첨단산업 트렌드를 이끄는 건 AI다.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선 AI 반도체가 필수인데,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주요 부품인 HBM 기술력이 삼성전자에 비해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가 업계 최강자였던 삼성전자를 넘어선 배경에는 그룹사 차원의 HBM 부문 투자가 있었다. SK하이닉스는 과거 반도체 다운사이클 시기부터 현재까지 HBM 연구개발과 양산만 10년 이상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을 필두로 하는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은 실적과 주가로 증명된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액 11조 3055억 원, 영업이익 3460억 원 등 실적을 거뒀다. 전기 대비 매출액은 2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4분이 이저진 영업적자를 1년 만에 벗어났다. AI 반도체 메모리 HBM 시장에서의 수익률 개선이 영업이익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DS부문에서 영업적자 2조 1800억 원을 기록했다. HBM 시장 점유율을 SK하이닉스에 내준 게 원이이었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업턴 흐름을 타고 영업적자 3조 7500억 원이었던 전기보다 영업적자 폭은 줄였지만,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2021년 8월 17일 45.72%로 저점을 찍은 SK하이닉스 외국인지분율도 이달 13일 54.37%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시장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외국인지분율 상승으로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17% 오른 주당 18만 3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실적 악화에...SK에코플랜트·SK온 ‘IPO 하세월’


“언제든 IPO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들이 2022년부터 IPO와 관련해 수년째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한 SK에코플랜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건설사’에서 ‘종합환경 디벨로퍼’로 재정립했다. 그 배경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ESG경영 강화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16일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의 싱가포르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SK에코플랜트)
지난해 10월 16일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의 싱가포르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SK에코플랜트)

2021년 5월 SK에코플랜트의 사명 변경 출사표도 “ESG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었다. 이후 환경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 수처리 1위, 사업장폐기물 소각 1위, 의료폐기물 소각 2위, 폐기물 매립 3위 등에 올랐다. ‘건설시공사’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업자’로 체질 변환에 박차를 가하는 것. 이를 위해 SK에코플랜트는 4조 원 이상의 자금을 ‘태웠다’.

실적은 어떨까. 한마디로 ‘외강내유’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을 물렀다는 평가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SK에코플랜트의 매출액은 2022년 7조 5508억 원에서 8조 9250억 원으로 18.2%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336억 원, 지배회사 지분순손실 876억 원 등을 기록했다. 부채가 2021년 5963억 원에서 2022년 9721억 원으로 늘더니, 지난해 1조 2179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위험 수준을 초과한 236%였다. 

그간 SK에코플랜트는 건축과 주택, 플랜트 인프라 등 부문의 매출을 줄이고, 환경서비스와 에너지 사업 비중을 늘려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IPO를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은 결국 플랜트 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가 최근 10조 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 국내외 신규 반도체 플랜트 건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SK온 Advanced SF 배터리. 15분 내외가 걸리는 1회 충전으로 약 501km를 주행할 수 있다. (사진=SK온)
SK온 Advanced SF 배터리. 15분 내외가 걸리는 1회 충전으로 약 501km를 주행할 수 있다. (사진=SK온)

SK의 또 다른 ‘아픈 손가락’인 SK온은 그룹의 ‘계륵’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올해 3월 열린 SK이노베이션 정기주주총회는 실적이 부진한 배터리 부문 자회사 SK온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장이 됐다. 지난해 전 분기에 걸쳐 1조 72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SK온의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전기차 캐즘(Chasm) 때문이다. 여기에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광물 가격도 떨어지며 배터리 수익성도 악화하고 있다.

SK가 최근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리밸런싱’에 나선 것도 두 회사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23일 SK그룹 CEO들은 그룹 사업을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열린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SK㈜ 장용호 CEO, SK이노베이션 박상규 CEO 등 주요 계열사 CEO 2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SK의 주요 계열사 CEO들은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Green) 사업 등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의 리밸런싱은 SK온과 SK에코플랜트의 사업 포트폴리오 점검과 ‘내실 다지기’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에코플랜트와 SK온의 IPO 시기는 미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구체적인 IPO 시점에 대해 단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SK온의 IPO를 “이르면 2026년, 늦어도 2028년”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의 멘트에 SK온의 IPO 시점에 대한 논란만 분분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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