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사명 바꾼 SK에코플랜트...‘환경사업자’ 체질 개선
SK에코플랜트 “그룹사 ESG경영 선도 전략에 따라 체질 변환 중”
동일업종 및 유사업종 비교군에 ‘건설’보다 ‘환경기업군’ 많을 듯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에코플랜트(前 SK건설)가 본격적인 IPO 절차에 돌입하면서, 최태원 SK 회장이 SK그룹 전반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최태원표 ESG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21일 SK에코플랜트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외 10개 증권사에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내달까지 증권사의 제안서를 받아 예비후보자 선정 등을 거쳐 주관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상장이 목표다.
SK에코플랜트가 IPO를 공식화함에 따라,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몇 년간 추진하고 있는 ‘최태원표 ESG경영’이 시장에서 공식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가 그간 최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ESG경영의 예봉이어서다.
ESG경영 위해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 변경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5월 ‘SK건설’에서 바뀐 이름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이른 시기에 ESG경영에 나선 흐름에 맞춰 사명까지 변경하는 환골탈태를 한 것이다.
당시 SK에코플랜트는 사명 변경의 배경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선도하는 ‘아시아 대표 환경기업’이 되기 위한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서”라고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을 의미하는 에코(Eco)와 심는다는 의미의 플랜트(Plant)의 합성어다. “지구를 위한 친환경 아이디어와 혁신기술을 심겠다”는 포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2023년까지 3조 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기술혁신기업과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업가치 10조 원을 목표로 상장하겠다고도 했다.
사명 변경에 앞서 국내 환경플랫폼 기업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인수한 SK에코플랜트는, 이후 볼트온 전략에 따라 총 6곳의 환경기업을 추가로 인수했다. 현재는 국내 수처리 1위, 사업장폐기물 소각 1위, 의료폐기물 소각 2위, 폐기물 매립 3위 등을 달성하며 ‘건설시공사’에서 ‘환경사업자’로 체질 변환을 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지난 1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SK그룹사 전체가 ESG경영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SK에코플랜트의 환경과 신에너지 부문 포트폴리오는 더욱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IPO 잔혹사...SK에코플랜트 ‘환경기업’ 강조할까
업계에서는 이번 IPO에서 SK에코플랜트가 동일업종 및 유사업종 비교군으로 건설사보다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국내외 환경기업을 선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이나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비교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SK에코플랜트가 기업의 정체성을 ‘건설사’가 아닌 ‘종합 환경기업’으로 정의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SK에코플랜트는 IPO 절차 돌입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환경기업으로 향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겠다”며 “규모의 경제 전략에 따라 다수의 환경기업 M&A를 성사시키며 이미 국내 최대 환경사업자 위상을 확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소연료전지·해상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에 2023년에는 기업가치를 보다 높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도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정체성은 ‘환경기업’으로 보는 게 맞다”며 “건설시공부문 사업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최근 IPO를 시도한 국내 건설사들이 고배를 마신 전례들도 SK에코플랜트가 비교 기업군으로 환경기업을 선정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앞서 호반건설이 지난 2020년 상장 주관사까지 선정했지만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신고서까지 제출한 현대엔지니어링도 올해 1월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며 상장을 연기했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등으로 건설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낮아진 것도 문제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직까지 건축과 플랜트 비중이 높은 SK에코플랜트가 비교군으로 환경기업을 가져오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을 수 있어서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매출 기준 부문별 포트폴리오 비율은 △플랜트 44.6%(정유, 석유화학, LNG 등) △건축주택사업 34.9%(상업용, 업무용, 주거용, 공장 등) △인프라사업 19.8%(도로, 항만, 교량 등) △기타 0.7%(부동산 임대업) 등이다. 친환경사업과 에너지솔루션 사업은 종속회사로 수행 중이다.
실제 지난해 6월 게임사 크래프톤도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콘텐츠 기업들을 비교군으로 하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금감원으로부터 공모가 부풀리기 의혹을 받아 증권신고서를 수정할 것을 요청받고 공모가를 낮춰야 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공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출액 6조 1738억 원 △영업이익 1160억 원 등을 기록했다. SK에코플랜트의 프리-IPO에 참여키로 한 FI 등에서 상장 후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가 최대 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GS건설과 현대건설 등 건설업 비교군의 시총이 4~5조 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SK에코플랜트의 기업가치는 그보다 낮은 2~3조 원 수준이 적절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IPO 비교군 기업이나 공모가 등과 관련해 현재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주관사 선정 이후 협의를 통해 시장의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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