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부터 통신, 반도체까지...3축 완성으로 도약한 SK
AI 반도체 열풍에 SK하이닉스 장밋빛, 목표주가 ‘껑충’
보장된 미래 먹거리인데...적자 연속 고난의 시기 SK온
“SK온 시장가치 인정받으면 2026년 이전이라도 IP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월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최우진 SK하이닉스 P&T 담당.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월 4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경영진에게 HBM웨이퍼와 패키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최우진 SK하이닉스 P&T 담당. (사진=SK)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그룹이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선두에는 SK하이닉스와 SK온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HBM 등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장밋빛 전망을 이어가고 있고, SK온은 향후 수조 원의 투자를 예고하며 전기차로 재편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SK, 유공 인수로 성장 주춧돌 마련


SK그룹의 첫 번째 도약은 1980년대에 이뤄졋다. 당시 선경(現 SK)는 대한석유공사(現 SK이노베이션) 인수로 성장의 주춧돌을 마련했다.

대한석유공사(유공)은 선경에 인수되기 직전 연도인 1979년, 단일 기업 기준으로 국내 최대인 매출 1조 원을 넘겼다. 선경은 1980년 10월 유공 인수전에 참전했다. 당시 유공 인수전에 최종적으로 선경과 삼성, 남방개발 등 3곳이 후보에 올랐다. 같은 해 12월 선경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 뒤 유공을 인수한다. 선경은 유공 인수로 단번에 재계 5위권 그룹으로 도약했다. 

최종건 SK 창업회장(왼쪽)이 1960년대 초 선경직물 수원공장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SK)
최종건 SK 창업회장(왼쪽)이 1960년대 초 선경직물 수원공장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SK)

선경의 유공 인수는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리더십이 컸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비전 아래 그룹의 수직계열화를 꿈꿨다. 당시만 해도 정부가 출자 대한석유공사가 있었음에도, 최종건 창업회장은 개인 사업자 자격으로 대한석유공사에 버금가는 정유사를 설립하겠다는 야망이 있었다.

이에 따라 선경은 1973년 7월 1일 ‘선경석유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하루 15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는 원유공급 확약을 받기도 했다. 이후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도 美 시카고대와 위스콘신대에서 유학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와 중동지역 인사들과 인맥 네트워크를 다졌다. 

정부는 1980년 대한석유공사 민영화 방침을 밝히면서 △소요 원유의 장기적·안정적 확보능력 △증설 및 비축사업을 계획기간 안에 완공시킬 수 있는 자금조달능력 △산유국에 대한 투자유치능력 △정유회사의 경영관리능력 △산유국과의 교섭능력과 실적 등을 인수 자격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창업회장부터 선대회장까지 선경이 이미 다져놓은 조건들이었다. 

SK는 유공 인수로 최종건 창업회장의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비전을 완성하지만, 비전의 달성보다 더 값진 성과는 바로 ‘인재’였다. 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급여와 복지, 미래가 보장된 유공에 입사한 것이다. 현재까지 이들 가운데 발굴의 성과를 낸 이들은 ‘유공 사단’이라 불린다. 대표적으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김원기 SK엔무브 대표, 오종훈 SK에너지 대표 등이 있다.


하이닉스 인수로 ‘제2의 도약’ SK
SK하이닉스·SK온 쌍두마차로 ‘제3의 도약’ 전망


SK의 ‘제2의 도약’을 한 계기는 하이닉스 인수와 통신사업 진출이다. SK는 1994년 이후 SK는 1994년 제1이동통신인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공개입찰에 참여해 통신사업에 진출했다. 통신사업으로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SK는 2011년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 2012년 3월 SK하이닉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정식으로 반도체 계열사로 편입한다. 2012년을 기점으로 현재 SK그룹의 세 가지 기둥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완성되며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2024년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막을 올림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는 질주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는 중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으로 회복하면서다. 증권가도 향후 반도체 업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4600원(2.60%) 오른 18만 12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18만 3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8만 원을 넘어선 건 최초다. 주가상승에 SK하이닉스의 시총도 132조 9000억 원으로 불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매서웠다.

HBM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앞섰다는 분석에 증권가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KB증권 21만 원, 키움증권 19만 원, 한화투자증권 16만 8000원, 신한투자증권 23만 6000원 등으로 목표가를 높였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 시대 수요가 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측도 반도체 시장 전망과 관련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깊은 불황을 지나 수요 개선과 공급의 안정화를 통한 시장 회복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업계의 투자 축소와 감산으로 4~5개월에 달했던 공급사의 재고는 올해 안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고객사의 재고 역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BM 사업이 현재의 성과를 달성하기까지 10년 이상의 노력이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AI 선도 기업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HBM 1등 경쟁력을 지속해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강세에 따른 HBM의 높은 성장성과 SK하이닉스의 시장 주도적 위치는 최소 내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높은 생산성은 내년 물량에 대한 선제적 수주 가시성을 높이고, 수익성 측면에서 차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석희 SK온 사장(왼쪽)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가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배터리셀 기술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이석희 SK온 사장(왼쪽)과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CEO가 26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배터리셀 기술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온)

당장은 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SK온도 장기적 관점에서 SK그룹의 보장된 미래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SK온은 실적에서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먹구름이 끼며 글로벌 배터리 수요 적체도 예상돼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예정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설비투자 규모는 7조 5000억 원이다. 또 지난해 12월 ‘포트폴리오 혁신의 대가’로 불리는 ‘유공 사단’인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취임해 SK온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 그린사업의 핵심이자 오너가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SK온 대표이사를 맡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점도 현 상황 타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한때 나스닥 상장설이 돌던 SK온의 상장 청사진도 속속 나오고 있다.

28일 SK이노베이션 김준 부회장은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SK온의 IPO에 대해 “가치를 가장 많이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해야 할 것”이라며 “늦어도 2028년 이전에는 상장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2026년 이전이라도 시장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는다면 조속히 IPO를 하는 것이 맞고, 그게 SK이노베이션 주주 가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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