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년차 구광모 회장, 전자·IT 기술로 전장부문 호실적
3년 연속 최대 매출 거둔 LG전자, 바이오 ‘兆 단위’ 사업으로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5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올해 취임 6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정기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며 그룹 장악력을 확보했다. 구광모 회장 체제 확립의 상징적인 사건은 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회장단의 퇴진이다. 

지난해 말 단행된 2024 정기인사에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했다. 권 부회장이 구본무 선대회장이 임명한 마지막 인사였던 만큼 권 부회장의 용퇴는 LG그룹의 새 시대를 알리는 분수령으로 해석됐다.

구 회장은 추상열일(秋霜烈日) 기조의 인사권 행사와 과감한 투자로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LG전자는 3년 연속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고, 미래 신사업인 전장부문 매출도 10년 만에 10조 원을 넘어섰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 모녀 소송’으로 알려진 LG그룹의 가족간 소송전이 이어지며 장기화하면서, 구 회장 체제의 전통성을 흔드는 상수로 자리매김하는 상황이다.


구광모 회장의 과감한 투자...LG ‘주력사업·신사업’ 성장세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실적 방어에 급급한 재계 다른 그룹과 달리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의 호황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일 LG전자는 3년 연속 최대 매출액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LG전자는 연결기준 매출액 84조 2804억 원, 영업이익 3조 5485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글로벌 금리인상과 지정학적 위기, 유가하락 등으로 인한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호황기에 버금가는 경영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LG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기존 주력 사업에 B2B 사업 성장이 더해지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년간 LG전자 매출액 연평균성장률은 13% 이상이다. 특히 전장사업은 출범 10년 만에 연매출 10조 원을 넘기며 주력 사업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부터는 생산사업장의 평균가동률이 100%를 넘기는 등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올해부터 외형 성장과 함께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이 추진 중인 SDV 역량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LG전자의 가전과 IT의 차별화 기술을 차량 내 경험을 고도화에 쏟겠다는 전략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과정에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 선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치료제 생산 과정에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 선별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투자하고 있는 바이오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 생명과학본부다.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약 1조 2000억 원(컨센서스)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한 수치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지난 5일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총 4000억 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에도 성공하기도 했다. 희귀비만증(LB54640) 신약으로,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 계약을 이전하는 대신 최대 2억 500만 달러를 수령하는 계약이다. 선급금으로만 1억 달러를 수령한다. 신약 개발 이후에는 매년 로열티도 별도로 수령한다. 

구 대표가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향후 LG그룹의 바이오 분야 성장 가능성도 높다. 구 대표는 취임 이후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연구개발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만 신약개발 연구개발에 약 4000억 원(시장 컨센서스)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용 지출은 약 33%에 달한다. 향후 LG그룹은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30% 이상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호실적 배경엔 구 회장의 추상(秋霜) 같은 인사권


LG그룹이 기존 사업부문 실적을 팬데믹 이전처럼 유지하면서 신사업에서까지 성과를 내는 데는 외유내강형인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이 있다. 재계에서 겸손하고 소탈한 성격으로 알려진 구광모 회장은 인사권만큼은 과감하게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LG그룹은 국내 4대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2024 정기인사를 마무리했다. 2024 정기인사에서 구광모 회장은 ‘세대교체’와 ‘신상필벌’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단행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권영수 부회장의 용퇴와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교체다. 

故 구본무 선대회장 당시 부회장은 모두 6명이었다. 구 선대회장의 부회장단 6명 가운데 지난해까지 남은 유일한 인사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었다. 2024 정기인사에서 권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선대회장의 부회장단 인사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것이다. 부회장단도 신학철과 권봉수 2인 체제로 개편돼서 규모가 줄었다. 결과적으로 LG그룹의 2024 정기인사는 구광모 친정체제의 완성이자 오너십 강화의 분수령이 됐다.

1978년생인 젊은 오너에 맞춰 신규 선임된 임원들의 평균나이도 훨씬 젊어졌다. 신규 임원 99명 가운데 96명이 1970년대 이후 출생자로 약 97%를 차지했다. 1980년대생 신규 임원도 5명이었다. 

구 회장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철저한 성과주의다. 대표적인 인사가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전 대표이사다. 2024 정기인사에서 LG이노텍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로 수평이동했다. 

업계에서는 정호영 전 대표의 교체 사유를 ‘실적부진’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6분기 연속 적자를 보면서다. 정호영 대표이사는 차량용 OLED와 수주형 사업 확대 등 질적 변환을 주도하며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흑자전환에는 실패한 바 있다.

한편 구광모 회장의 오너십에 유일한 걸림돌은 이른바 ‘세 모녀 소송’으로 알려진 가족간 소송전이다. 지난해 3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른바 ‘세 모녀 소송’으로 알려진 소 제기를 통해 청구인들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인 지주사 LG의 지분을 다시 분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그룹의 승계를 위해 아들이 없던 故 구본무 선대회장은 구 회장을 양자로 들였다. 문제는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2004년 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구 회장의 가족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 조명받고 있다는 점이다. 세 모녀의 주장에 대해 LG 측은 “일방적 주장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재산 분할과 세금 납부는 적법한 합의 아래 이행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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