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출신 강 사장,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으로 신년 경영행보
강 사장, ‘인사권 전횡’·‘낙하산’ 오명에도 백년지대계 준비
KAI, 내달 8일 2023년 실적발표...6대 신사업 본격투자 예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신년 경영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KAI)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지난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신년 경영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KAI)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사장은 갑진년 신년에 두 차례에 걸친 큰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하나는 지난해 전체 실적이요, 또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 방산과 항공우주산업을 이끌 KAI 혁신과 관련된 구체적인 투자계획이다.

올해 취임 3년차를 맞은 강구영 사장은 지난 2022년 9월 취임했다. 취임 이후의 업무 파악 기간까지 고려하면, 실상 강 사장이 KAI의 경영을 본격적으로 이끈 시기는 1년여 남짓에 불과한 셈이다. 그간 강구영 사장은 KAI 대표이사로 쉬운 길을 접어두고 가시밭길을 걸었다. 

취임 직후 임원과 간부를 대상으로 해고와 보직 해임 등 대대적인 인사권을 강행한 강 사장에 대해 일각에선 “측근 보은인사 때문에 인재들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고, 강 사장의 취임을 기점으로 KAI의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데 대해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뉴스포스트는 KAI 혁신을 위해 가시밭을 고집하는 강 사장의 올해 사자성어를 교자채신(敎子採薪)으로 꼽았다.


강구영 사장을 향한 비판과 오해, 그리고 애국


강구영 KAI 대표이사 사장의 갑진년 새해 첫 공식 행보는 국립서울현충원 방문이었다. 지난 5일 강 사장과 KAI 임직원 30여 명은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참배하며 경영활동을 시작했다. 

이날 강 사장이 방명록에 남긴 메시지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헌신과 희생으로 지킨 대한민국을 더욱 부강한 나라로 만들겠다”였다. 민간기업 KAI의 대표이사가 애국(愛國)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투철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가진 강 사장의 성품과 군 출신이라는 배경이 민간기업 수장으로의 행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강구영 사장이 남긴 방명록. (사진=KAI)
지난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강구영 사장이 남긴 방명록. (사진=KAI)

강구영 KAI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22년 9월 취임했다. 강 사장은 취임 당시부터 현재까지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강 사장이 취임 전인 2021년 8월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에서 운영위원장을 맡은 게 문제가 됐다.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넉 달 뒤 KAI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강 사장은 전체 임원 과반수 이상에게 해고를 통지하고 60여 명의 중간 간부를 보직 해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측근 인사 기용을 위한 인사권 행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가 인사권을 전횡했다는 비판은 강구영 사장에게는 어불성설에 가깝다. 강 사장은 1978년 공군사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해 2016년 공군 중장까지 역임하고 전역했다. 최종 보직은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이었다. 

강 사장은 공군 재직 중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영국 왕립시험비행학교에서 전투기와 헬기, 우주선, 여객기 등 30여 종의 항공기에 대해 최고 전문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이후 장시간 비행 조건과 실전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시험비행 조종사로도 활동했다. 

현재 강 사장은 KAI 사장과 함께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회장, 기술연구조합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강 사장의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 전반에 걸친 전문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임 사장들과 비교해보면 강 사장의 KAI 대표이사 적격성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KAI의 전임 사장은 모두 7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이 행정고시 출신으로, 대부분 산업부와 감사원 등 항공우주 분야와 관련이 없는 인사들이었다. 나머지 두 명은 항공우주 분야와 무관한 육군 장교 출신 사장과 민간 중공업 회사 재직 중 합병 이후 KAI 직원이 된 내부인사 출신 사장이다.

강 사장 취임 이후 해고 및 해임으로 공석이 된 보직도 90% 이상을 도로 KAI 내부 인사들이 채우고 조종사 등 전문성이 필요한 나머지 10%의 사업 외 부서를 공군 출신 장교들이 채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문성이 없는 부적격 인사들이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KAI에 채용됐다는 비판도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땔감은 먼 나무부터....100년을 준비하는 강 사장의 비전


강구영 사장의 KAI 미래 먹거리 전략은 신사업 개척이다. 이미 확보한 가까운 땔감보다 손이 닿지 않은 먼 곳의 땔감부터 확보하겠다는 교자채신(敎子採薪) 자세다. 

지난해 3월 17일 KAI는 향후 50년~100년 이후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2050 사업비전’을 밝혔다. 강구영 사장은 오는 2050년 매출 40조 원을 달성해 KAI를 세계 7위 방산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2022년 기준 KAI의 매출액은 2조 7700억 원 규모로, 글로벌 방산기업 가운데 37위였다. 

이날 강 사장은 “KAI는 6대 미래 사업을 추진해 50~100년 먹거리를 확보하고 퀀텀점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해를 원년으로 삼고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이 밝힌 6대 사업은 △6세대 전투기 △차세대 수송기 △차세대 고기동헬기 △미래형비행체(AAV) △위성·우주모빌리티 △미래첨단SW 등이다. 

지난해 강 사장이 밝힌 KAI의 백년지대계 계획에 대한 현재 업계와 시장의 평가는 박하다. 당장 기존 사업에 집중했던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도 시장 전망치를 하회해서다. 지난해 강 사장이 밝힌 2023년 전체 매출 3조 8000억 원, 수주 4조 5000억 원 달성 여부도 물음표다.

별도기준 KAI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실적은 2조 2973억 원에 그쳤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방산기업 특성상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을 모두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KAI의 전체 수주잔고도 지난해 1월 24조 5961억 원에서 같은 해 3분기 기준 20조 3732억 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2023년 3분기까지의 실적만 가지고 전체 실적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KAI의 지난해 4분기 신규 수주 활동이 활발했던 까닭이다. KAI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항공우주 및 방위사업체 Airbus社와 4005억 원 규모의 신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22년 전체 매출액 대비 14.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방위사업청과 1조 4053억 원 규모의 소형무장헬기(LAH) 양산 및 납품 계약을 체결했는데, 해당 계약분은 2022년 전체 매출액의 50.4%에 해당한다. 

이외 KAI는 지난해 4분기 △3495억 원 규모 방위사업청 계약 수주(2023년 12월 7일) △1889억 원 규모 국방기술진흥연구소 계약 수주(2023년 12월 19일) △1000억 원 규모 방위사업청 수주(2023년 11월 23일) 등 신규 수주 성과를 거뒀다.

KAI의 2023년 4분기 및 전체 실적은 오는 2월 8일 발표될 예정이다. 그에 며칠 앞서 잠정실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KAI 관계자는 26일 뉴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이 아쉽다는 평가가 있는데 4분기 실적이 좋았다”며 “FA-50 폴란드 수출 물량과 TA-50 내수 물량 등으로 매출과 수주 두 부문 모두 기대치 이상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KAI 참관단이 슈퍼널(현대차 美 UAM 법인) 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KAI 강구영 사장. (사진=KAI)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KAI 참관단이 슈퍼널(현대차 美 UAM 법인) 부스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KAI 강구영 사장. (사진=KAI)

강구영 사장이 밝힌 6대 KAI 미래 사업에 대한 예산 규모와 방향도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앞서 강 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관단을 꾸려 직접 현장을 찾았다. KAI 대표이사 사장이 CES 현장을 찾은 건 역대 최초다. 

KAI의 CES 2024 참관단 구성은 강 사장의 미래 사업 구체화 노력 중 하나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기대와 우려 섞인 전망이 분분한 KAI의 6대 신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각론 발표가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KAI 관계자는 “현재 6대 미래 사업을 구체화하고 예산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총론적인 방향만 발표했지만, 올해는 본격적인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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