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공급과 부실 부동산PF 지원 ‘두 가지 숙제’
부실공사 대통령 불호령에 “LH 근본적 문제가 원인”
세계금융위기 돌파했던 이 사장, LH 난제 해결할까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지난해 10월 15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양묘장에서 열린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왕숙2 공공주택지구 착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15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양묘장에서 열린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왕숙2 공공주택지구 착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2024 갑진년은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에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준 사장이 마주한 난제들 때문이다.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인 까닭에 이 사장이 갑진년 신년 메시지로 직접 전한 사자성어도 병법에서 유래됐다. 이 사장은 올해 신속히 군사를 부리는 병귀신속(兵貴神速) 자세로 LH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올해 LH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주택 270만호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한국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부동산PF 부실 해소에 직접적인 책임을 맡게 됐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라는 직구와 부실 부동산PF를 향한 견제구를 함께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난제를 마주한 LH 수장 이한준 사장이 정한 방향은 대통령의 지시를 모두 완수하는 정면돌파다. 이 사장이 신년 메시지로 전한 올해 LH 운영 방향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건설·부동산업계는 올해 정위전해(精衛塡海) 처지의 이한준 사장이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GH 사장으로 보여준 전략가적 변모를 재현할지 주목하고 있다.


LH 임직원의 일탈과 부실공사...취임부터 겹악재 맞은 이한준 사장


이한준 사장이 취임한 2022년 11월 LH는 대내외 상황으로 뒤숭숭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전임 김현준 사장이 그해 8월 자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3개월 만에 이한준 사장이 새롭게 취임했지만, 일부 LH 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폭로돼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이었다. 

당시 이 사장의 취임 일성도 ‘반성’이었다. 이 사장은 “일부 임직원 일탈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공공기관의 주인이자 고객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견마지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취임사를 밝혔다.

다음 해인 2023년에도 이한준 사장은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이른바 ‘LH 순살아파트 사태’로 알려진 철근 누락 시공 때문이었다. 인천 검단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드러난 논란은 정부 조사 이후 일파만파 커졌다. 그해 7월 30일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를 열고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 9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이한준 LH사장이 지난 19일, 화성향남2 A22BL 아파트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혁신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19일 화성향남2 A22BL 아파트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혁신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LH)

LH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불호령도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 조사 결과 LH 출신끼리 유착하는 ‘엘피아(LH 마피아)’의 존재가 드러났다. 문제가 된 아파트 단지들의 상당수가 LH 퇴직자들이 취업한 업체에서 설계와 감리를 맡았던 것이다.

이한준 사장은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 열흘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 임원의 사직서와 함께 제 거취도 정부 뜻에 따르려고 한다”며 “사태 원인은 LH의 근본적 문제로부터 일부 기인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공주택 공급과 부동산PF 리스크관리 떠맡은 이한준...위태로운 외줄타기


지난 18일 이한준 사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올해 △대량의 공공주택 신속 공급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추진 △부동산PF 부실 사태 사업장 지원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신속 조성 △은퇴자를 위한 공공실버타운 건설 착수 △부실시공 재발방지대책 시행 등을 약속했다. 

이 사장의 신년 메시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 최근 윤 대통령이 10여 차례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신년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미 부동산PF 부실 해결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LH 활용 방안도 나온 상태다. 

지난 4일 정부는 사업성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부동산PF 사업장을 LH가 매입해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LH가 해당 사업장의 사업성 검토를 거쳐 매입한 뒤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다른 시행사나 건설사에 매각해 부실 부동산PF 가지치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대량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부동산PF 부실 사업장까지 지원하기에는 LH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LH가 매각한 공공주택용지 분양대금도 연체액이 1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원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LH 택지를 받은 건설사들이 실제 사업 착수를 망설이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PF 부실 우려로 금리가 오르고 미분양 사업장도 나오면서 일단 연체료를 내고 버텨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4일 LH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공동주택용지 분양대금 연체금은 전체 45개 필지에 대해 1조 5190억 원 규모다. LH 공공택지용지 연체금은 지난 2020년 654억 원에 불과했다. 연체금은 2022년 8302억 원으로 불어났고 2023년 하반기 1조 원을 넘어 올해 초 1조 5000억 원 규모를 기록했다. 

LH의 공동주택용지 연체금이 1조 원을 넘긴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지난해 기준 LH 소유의 미매각 필지도 32개로 총 1조 9000억 원에 달했다. 한때 중견건설사의 성장 사다리로 ‘벌떼 입찰’ 논란도 일으키며 인기 몰이를 했던 공공택지가 부동산PF 부실 사태와 고금리로 외면받는 상황이다.  

LH의 재무 상황도 이한준 사장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LH는 3162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년 동기 1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에서 적자전환한 것이다. 공공택지 대금 연체와 공공택지 미매각 사태도 LH의 재무 상황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동할 것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LH는 부채비율 219.8%를 기록하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됐다. 공공주택과 부동산PF 부실 지원, 신도시 재정비 등 대규모 사업을 벌이기 위한 공사채 발행도 쉽지 않은 것이다.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되면 이후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는 까닭이다.

다만 건설·부동산업계는 백척간두에 선 이한준 사장이 비슷한 처지에서 성공한 전례가 있는 만큼 올해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이 사장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부도 위기였던 경기도시공사(現 GH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을 맡아 다산신도시와 광교신도시를 완성했다. 이는 정부 주도가 아닌 지자체 주도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성공한 전무후무한 사례다.

또 이 사장이 같은 기간 GH 사장으로 평택 삼성전자 유치와 판교 테크노밸리 정상화 등을 이뤄내 신용등급을 AAA로 높인 경험이 있는 만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된 LH의 재무상황 개선을 위한 이 사장의 전략적 경영 판단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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