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SR 통합 추진 文정부 임명 이종국, 임기 무난히 마칠 듯
정부, SR 부채 우려로 지분 59% 매입...SR 공기업 정체성 강화
GTX-A와 선로 공유하는 SR, 이종국 “국민 안전철도 이용에 최선”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뉴스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실적과 성과를 기반으로 2024년 주목받을 올해의 CEO들을 짚어본다. - 편집자주

이종국 SR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철도공사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국 SR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철도공사 등에 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올해 마지막 임기를 남겨둔 이종국 SR 사장은 2024 갑진년 무난하게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사서 고생해야 하는 타 기관장들과 다르게 임기 동안 이종국 사장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SR 대표이사로서 이종국 사장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누리고 있다.

이종국 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26일까지다. 문재인 정부인 2021년 12월 27일 취임한 이 사장은 별도 취임행사 없이 SRT 수서승무센터 현장을 찾아 업무를 개시했다. 이날 이 사장은 임기 중 △고객 증대와 재무구조 개선 △신규 차량 도입 △합리적 경쟁을 통한 철도산업 기여 △절대 안전 확보 등 성과를 이뤄낼 것을 다짐했다.

취임 3년차를 맞은 이종국 사장의 취임 약속은 대부분 ‘지켜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 증대와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지난해 코레일 출자기관 성격이 짙었던 SR이 정부 소유의 공기업으로 입지가 바뀌면서다. 이는 일부 철도전문가인 이종국 사장의 전문성에 기인한 점도 있지만, 그보다 상황에 의해서 결정된 부분이 더 크다.

다만 기관장으로 운이 따르는 이종국 사장이지만 상반기 GTX-A 노선 운행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SRT가 GTX와 선로를 공유하며 안전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이종국, 보수와 진보의 ‘회색지대’ 우뚝


이종국 SR 사장은 대한민국 철도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공기업 기관장을 두 차례나 역임해서다.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이종국 사장은 1976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공직 입문 후에는 줄곧 건설교통부(現 국토교통부) 관료로 재직했다. 건설교통부 재직 당시에는 철도기술과장과 고속철도과장, 철도안전기획단장, 부산지방항공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이종국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前 부산시장 산하 부산교통공사 사장을 역임한 뒤 문재인 정부 아래서 SR 사장에 올랐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종국 사장이 부산교통공사 사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SR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는 것이다. 부산교통공사 기관장이 중도 사퇴한 사례는 이 사장이 최초였다.

지난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거취에 대해 말이 무성했다. 관가와 정계에서는 코레일과 SR 등 철도공기업 기관장들의 명패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문 정부 마지막 SR 인사인 이종국 사장이 현재까지 자리를 보전하는 배경에는 SR의 특유한 탄생 비화가 있다. 

SR이 운영하는 고속철도 SRT는 서울 강남구 수서역을 기점으로 하고 부산과 포항, 목포, 진주, 여주엑스포 등 주요 지역을 종점으로 한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SRT는 이명박 정부인 2011년 5월 착공해 박근혜 정부인 2016년 12월 개통했다.

SRT 개통으로 1899년 이래 대한민국 철도사 최초로 간선철도가 경쟁체제로 재편됐는데, 운영사인 SR은 박근혜 정부인 2013년 12월 설립됐다. SR이 자유시장 경제와 경쟁체제를 중시하는 보수 정부 아래서 철도부문에 경쟁을 도입하기 위해 탄생한 만큼, 현 정부도 SR의 독립운영과 철도 경쟁체제 유지 스탠스를 계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전히 지분관계 등 코레일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SR 상황에서 정부도 경영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전쟁 중 장수를 바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철도업계는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추진했던 문 정부에서 임명된 양 기관장의 운명이 윤석열 정부 들어 진행된 첫 국정감사에서 갈렸다고 보고 있다. 보수와 진보 정부마다 확연히 다른 철도부문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각 기관장의 입장이 그날 확인돼서다.

2022년 10월 국감에 출석한 나희승 전 코레일 사장은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지지한다”는 진보적 입장을, 이종국 SR 사장은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후 나희승 전 사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공기업 사장 가운데 해임된 첫 사례가 됐고, 이종국 사장은 현재까지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정부 현물출자에 포스트 팬데믹까지, 앉아만 있어도...


이종국 SR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정부가 최대 주주가 되는 지분구조 개편으로 공기업으로 기반을 다졌고 수년간 지지부진하던 경전·동해·전라선 운행도 마침내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장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14편성 구매 계약과 평택지제 차량기지 건설 확정 등 서비스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며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철도서비스가 바뀌었고, 고속철도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이종국 사장이 신년사에서 공기업으로의 기반을 다졌다고 강조한 내용은 지난해 7월 SR의 최대주주가 코레일에서 정부로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상 그 과정에서 이종국 사장과 SR이 주도한 부분은 없다. SR의 부채를 우려한 정부가 SR 지분의 58.95%를 확보하며 코레일의 SR 지분율을 뛰어넘은 것뿐이다.

당시 사학연금(31.5%)과 기업은행(15%), 사업은행(12.5%) 등 SR 지분을 보유한 FI들이 코레일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FI 지분이 보통주에서 상환우선주로 바뀌며 SR의 부채가 치솟을 우려가 커졌다. 정부는 부채비율 상승으로 SR이 철도사업자 지위를 잃게 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3590억 원 규모의 한국도로공사 지분을 SR에 현물출자해 59% 가량의 SR 지분을 보유했다.

이종국 사장 취임 기간 SR의 매출과 실적 상승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실적 다운사이클에서 회복되는 시기의 기저효과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SR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233억 원, 172억 원 등 영업적자를 봤다. 2022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매출 2978억 원, 영업적자 26억 원 등으로 여전히 적자였지만, 그해 결산에서 SR은 매출 6410억 원, 영업이익 141억 원 등으로 흑자전환했다. SR의 2023년 전체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SR이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출 3390억 원, 영업이익 102억 원 등을 거둬서다.

하지만 2022년 이후 SR의 실적 상승은 이종국 사장의 특출난 경영 노하우라기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철도승객량이 회복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SR의 연간 철도승객은 2397만 명이었다. 그러다 팬데믹 기간인 2020년 1715만 명, 2021년 1956만 명 등으로 SR의 철도승객이 줄었다. SR의 철도승객량은 2022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지난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는데, 포스트 팬데믹에 따른 철도승객량과 실적 회복 경향성은 코레일도 마찬가지다.

되레 코레일로부터 수익성이 높은 황금노선을 받아 운영 중인 SR의 2019년 상반기 실적과 지난해 상반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철도승객량은 회복됐지만 영업이익은 197억 원에서 102억 원으로 48.1% 줄었다.

이종국 SR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 26일 수서차량센터에서 GTX 임시정비 설비구축 위치 및 위험개소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국 SR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 26일 수서차량센터에서 GTX 임시정비 설비구축 위치 및 위험개소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공기업으로 SR 정체성 강화와 실적 등에서 운이 따르는 이종국 사장에게 GTX-A 운행이 변수로 등장했다. GTX-A는 내달 중순 영업 시운전에 들어가 오는 3월 수서-동탄 구간을 개통한다. SR과 GTX-A 노선은 수서분기-동탄역 구간 약 28km에 걸친 선로를 공유한다. 양 고속철도의 선로 공유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철저한 안전관리 역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8일 SR은 선로 공동 이용으로 발생할 비상 상황에 대비한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쏟고 있다. GTX-A 선로 공유와 관련해 지난해 4월 직접 정비 현장을 찾기도 한 이종국 사장은 “대응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자체 모의훈련을 통해 대응능력을 강화하겠다”며 “성공적인 GTX-A 개통과 국민의 안전한 철도 이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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