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불참한 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 내년 CES 참석
정의선 회장 ‘중동신화’ 이룬 정주영 창업주 신화 재현 나서
인프라부터 모빌리티까지...스마트시티 역량 갖춘 현대차그룹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가 오는 2024년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지난 1967년 뉴욕에서 시작한 CES는 1995년부터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글로벌 연례 행사로 열리고 있다. 내년 CES에는 국내 500여 기업이 참여한다. 뉴스포스트가 기업별 CES 2024 이슈를 미리 짚어본다. -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2 보도 발표회에 로봇 개 스팟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한 '메타모빌리티' 비전을 소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2 보도 발표회에 로봇 개 스팟과 함께 등장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한 '메타모빌리티' 비전을 소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왕의 귀환’이다. 판매량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1년 만에 CES에 복귀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해 1월 열린 CES에 불참했다. 2009년 이후 매년 행사에 참가했던 전례를 깼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모빌리티쇼 'IAA 모빌리티 2023'에도 불참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었다. 글로벌 산업계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현대차그룹이 선보일 ‘퍼스트 무버’로서의 첨단 기술과 미래 비전에 주목하고 있다.


취임 3주년 정의선 회장 ‘역대 최대 실적’으로 리더십 증명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14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았다. 매년 신년사에서 정의선 회장은 그룹의 포트폴리오 혁신과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지난 2020년 신년사에서 “사업 전반에 걸쳐 체질 개선을 추진하자. 그룹사의 역량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하고 그룹의 밸류체인을 지속 혁신하자”고 주문했던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사업’과 ‘혁신’에 방점을 찍은 정의선 회장의 지난 3년간의 행보가 옳았다는 사실은 실적으로 증명됐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이 판매량 기준 ‘글로벌 톱3’ 완성차 기업에 오른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토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글로벌 완성차 순위 톱3에 올랐다. 

지난 2000년 10위권이었던 현대차그룹의 전 세계 판매량이 20여 년 만에 글로벌 톱3에 진입한 것이다. 이는 정 회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이 통했기에 가능했다. 전동화 전략과 기계공학 중심의 하드웨어에 머물렀던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로 변환하는 SDV 체질 전환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해외 판매량은 지난 8월까지 누적 100만 대를 돌파했다.

올해 전망은 더 밝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258조 1400억 원, 영업이익은 26조 34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치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50조 원과 영업이익 2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사 가운데 나란히 영업이익 1위와 2위에 오른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에도 호실적이 예정된다.

현대차와 기아 이외의 계열사들의 실적도 눈부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을 공시한 현대차그룹 11개 상장사들의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늘었다. 매출액은 7.1% 늘어난 104조 5000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8조 4000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정주영·정몽구 어깨 위에 오른 정의선, 글로벌 스마트시티 역량 글로벌로 펼칠까


정의선 회장이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글로벌 산업계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 쥔 카드는 다양하다. 내연기관차부터, 전기차, 로보틱스, UAM, 제철, 인프라, 플랜트, 주택 등 전후방 산업을 모두 포괄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단순히 전동화와 수소차,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등 완성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스마트시티의 시공부터 운용까지 모두 부문을 담당할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미래 스마트시티 역량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모빌리티 계열사는 물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제철 등 건설사와 철강 부문을 모두 아우르고 있기에 가능하다. 정의선 회장이 가진 첨단 무기들은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등 선대 회장들의 적극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인수합병에 기인한다.

선대 회장들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선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내년 CES에서 인프라부터 라스트 마일까지 이르는 글로벌 스마트시티와 모빌리티 비전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CES 2023에 불참하며 숨을 골랐던 지난 1년간의 행보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사업으로 실증하고 있는 프로젝트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척박한 땅에서 무(無)에서 유(有)를 다지는 인프라부터 숙성된 글로벌 도시의 교통수요 분석, 도로와 항공을 직접 오가는 모빌리티 완성품, 모빌리티와 함께 산업계 전반에 활용되는 로보틱스 기술력 등을 글로벌 산업현장에서 실증하고 있다.

인프라 분야에서 최근 현대차그룹은 정주영 초대회장의 ‘중동신화’를 재현 중이다. 자국의 경제와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건설이 첨단 신사업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이다.

특히 중동이 정주영 초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인 만큼 현대차그룹에게도 의미가 깊다. 정 초대회장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중동신화의 주역이 된 바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도 중동에서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계도 정주영 초대회장부터 이어진 도전 DNA로 첨단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주영 초대회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현대자동차그룹만의 헤리티지로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현대자동차그룹은 중동에서 △현지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전기차 등 신규 수요 창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 △첨단 플랜트 수주 확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사우디 건설현장을 찾아 헬기에서 내려 건설 현장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사우디 건설현장을 찾아 헬기에서 내려 건설 현장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현재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km 구간을 시공 중이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자동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현장 방문은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 주요국 사우디의 변화를 직접 둘러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교통약자 실증 사업 애플리케이션. 싱가포르 인에이블링 빌리지에서 시각장애인이 도보 이동 보조 솔루션을 사용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교통약자 실증 사업 애플리케이션. 싱가포르 인에이블링 빌리지에서 시각장애인이 도보 이동 보조 솔루션을 사용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8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싱가포르 주롱혁신지구(JID)의 발전 단계에 따른 미래 교통수요를 예측과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또 최근 현대자동차·기아는 싱가포르에서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들의 실내외 도보 이동을 보조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 솔루션 실증 사업 ‘유니버셜 모빌리티 2.0’에 착수했다. 

글로벌 금융도시인 싱가포르에서 교통과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실증 사업에 나선 것이다. 유니버셜 모빌리티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미래 도시 환경 및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다.

한편, 내년 CES에서 현대차그룹이 자체 배터리와 반도체 기술 내재화 계획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현재 남양연구소가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구성해 시스템과 셀 설계, 신뢰성 및 성능 개발, 차세대 배터리 등 선행 개발을 포함하는 기능별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고, 정 회장이 올해 초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차량용 반도체와 그룹 내 관련 기술 내재화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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