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밀리의 서재와 케이뱅크 연내 IPO 추진”
주주가치 지키려 정관 변경했지만...KT “근거 마련 정도”
이한상 고려대 교수 “구체적 명시 없는 정관변경은 말장난”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KT가 자회사 줄상장을 예고하면서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부문을 분사해 상장하면 존속회사 주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서다.

KT 구현모 대표가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KT 구현모 대표가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구현모 KT 대표 ‘알짜 자회사’ 상장 추진


구현모 KT 대표가 올해 초 KT 정기주주총회에서 “밀리의 서재와 케이뱅크를 연내 상장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뒤 KT는 ‘알짜 자회사’ 줄상장에 나섰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연내 코스닥 시장 상장이 목표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밀리의 서재는 IPO로 확보한 자금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다방면으로 콘텐츠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4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이달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8월 중 공모에 나설 전망이다.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이 대표 주관사다.

업계는 KT가 수년 내 KT클라우드와 KT스튜디오지니 등 자회사 상장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클라우드는 지난 4월 KT그룹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부문에서 분사해 출범했다. KT클라우드는 KT그룹에서 분사 전 1년여 만에 매출이 16.6% 증가했다. KT클라우드는 올해 작년 매출 4559억 원 대비 약 30% 증가한 6000억 원의 매출을 공약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설립 1년 만에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확대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KT스튜디오지니는 높은 기업가치를 기반으로 1000억 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KT, 12년만 최고 실적...주주가치 제고는 물음표


KT가 자회사 줄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KT그룹의 실적 호조가 있다. 호실적을 발판으로 알짜 자회사 상장에 나선 것이다. KT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 따르면, KT는 분기 기준으로 12년 만에 최고 실적을 거뒀다. 

KT는 연결기준 지난 1분기 △매출 6조 2777억 원 △영업이익 6266억 원 △순이익 4554억 등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1%, 영업이익은 41.1%, 순이익은 39.5% 증가했다. 5G 가입자 증가와 인터넷 프리미엄 가입자 증가, IPTV 플랫폼 확대 등이 KT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

문제는 KT 자회사 줄상장에 따른 기존 KT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KT도 이 점을 의식해 KT클라우드 분할 당시 물적분할이 아닌 현물출자 방식을 선택했다. LG화학이 자사 배터리 사업부문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 뒤 상장하면서,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주가 하락을 이유로 반발했기 때문이다. KT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자회사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키도 했다. 

KT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주주가치 보호 측면 내용을 정관에 반영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정관변경이 기존 KT 주주의 상장 자회사 주식 배당을 100% 보장하지는 못하는 까닭이다. KT 측도 “주식 배당의 근거를 마련했다 정도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영향은 개별 분석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알짜 사업부문의 자회사 분할 상장은 주가 하락 우려가 있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라며 “이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우려는 물적분할이든 현물출자든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KT 정관변경에 기존 주주가 구체적으로 자회사 주식을 얼마만큼 받을 수 있는지 명시되지 않았다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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