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과기부 3조9000억원 주파수 사용료 제시...이통사 예상 2배 넘어
- “5G 기지국 설치하면 깎아준다는데, 무슨 돈으로 기지국 설치하라는 건지...”
- “결국 2조~2조5천억원으로 합의될 것...정부 고집하면 행정소송 목소리도”
- 정부가 걷은 이통사 주파수 사용료, 옵티머스자산운용에 1,060억원 흘러가기도
- ‘전파법 개정안’ 발의한 김영식 의원 “국민 공감대 형성된 만큼 산정기준 정해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정부가 3G·LTE 주파수 사용료로 최대 3조 9,000억 원을 제시하자 반발하고 나섰다. 당초 주파수 재계약 대가로 1조 6,000억 원을 예상한 이통3사의 기대보다 2배 이상 높아서다. 이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증세에 열을 올리는 정부가 이통3사 주파수 사용료를 증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과기부가 제시한 주파수 사용료에 대해 이통3사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선초롱 기자)
17일 과기부가 제시한 주파수 사용료에 대해 이통3사가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선초롱 기자)

지난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과기부는 이날 이통3사 합산 기준으로 최대 3조 9,000억 원에 달하는 3G·LTE 주파수 재할당 사용료를 제시했다. 과거 해당 주파수 경매가의 100%인 4조 4,000억 원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과기부는 각 이통사가 오는 2022년까지 5G 기지국을 15만 개 이상 구축하면 3조 2,000억 원까지 주파수 사용료를 줄여준다는 내용의 ‘당근’도 제시했다.

과기부는 이통사들이 5G 기지국을 △12만 개 이상~15만 개 미만 구축 시 3조 4,000억 원 △9만 개 이상~12만 개 미만 구축 시 3조 7,000억 원 △6만 개 이상~9만 개 미만 구축 시 3조 9,000억 원 △3만 개 이상~6만 개 이하 구축 시 4조 1,000억 원 △3만 개 이하 구축 시 4조 4,000억 원 등으로 사용료를 인하하겠다고 했다.

이통3사별로 지난해 기준 약 5만 개 안팎의 5G 기지국을 구축한 상태다. 오는 2022년까지 최소 6만 개 이상은 구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옵션’ 기준으로 이통3사가 지불할 주파수 사용료는 최대 3조 9,000억 원 수준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 제시안에 대해 이통사들은 주파수 사용료 기준이 과거 경매가의 100%가 되는 게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A이통사 관계자는 “과기부가 과거 경매가의 100%인 4조 4,000억 원을 기준으로 삼았다는데, 그런 기준을 세운 근거가 없다”면서 “5G 기지국을 설치하면 사용료를 인하해주겠다는 ‘프로모션’을 제시한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G와 LTE 주파수는 기존 통신망 사용자들의 통신권을 위한 공공재인데 증세 정책을 이어가는 정부가 주파수 사용료도 증세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면서 “사용료도 많이 걷어가면서, 대체 무슨 돈으로 5G 기지국을 늘리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통신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를 통해 5G 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5G 기지국 투자를 위해서라도 주파수 사용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선초롱 기자)
통신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를 통해 5G 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5G 기지국 투자를 위해서라도 주파수 사용료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사진=선초롱 기자)

과도한 주파수 사용료 책정으로 통신비가 올라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B이통사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도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모양”이라며 “스마트폰 할부금 등이 통신비와 함께 청구되기 때문에 현재 통신비 부담이 많은 것 같지만, 예전 2G나 3G 대비 통신비가 많이 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규제로 통신비 부담을 떠안은 이통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멤버십 등 여러 혜택을 줄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과기부의 주파수 사용료 제시 금액을 예상했다는 C이통사 관계자는 “과기부의 이번 통신비 사용료 제시안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면서 “과기부가 4조~5조 원 사이 사용료를 부르면, 몇 번의 공청회와 이통사 협의를 통해 2조~2조 5,000억 원 수준으로 합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조 6,000억 수준 사용료를 예상했던 이통사 입장에선 그것도 많은데, 정부가 이 안을 고집한다면 행정소송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금융정의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완화 및 감독부실, 금융사 책임회피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정의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규제완화 및 감독부실, 금융사 책임회피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통사들이 낸 주파수 사용료로 기금을 운영하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사업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KCA가 주파수 사용료로 정보통신진흥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운영하는데 이게 공익을 위해 쓰이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KCA는 이 기금을 사모펀드 사기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에 1,000억 원 정도를 투자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KCA는 지난 7월 옵티머스자산운용에 670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가, 지난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 1,060억 원을 투자했다고 정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비자들의 통신비를 인하하겠다거나, 통신 질을 높이는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하면 이통사들도 기꺼이 주파수 사용료를 지불하겠지만, 기금 사용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조 원대의 사용료를 지불할 당위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6일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산정기준이 없는 전파법 시행령을 바로잡아 수조 원대에 달하는 주파수 가격 산정의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이 법 개정안에 대해 본지에 “전파법과 그 시행령에 모순이 있는 만큼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식 의원실은 <뉴스포스트>에 “이동통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혼란을 막고자 하는 전파법 개정안에 대해 과기부와 기재부 등은 부정적인 입장”이라면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통사들도 법률안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산정기준 등 구체적인 사안을 발의된 법률안을 토대로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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