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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탐험] 세계최초 5G 무색한 국내 스마트팜 경쟁력
[오지탐험] 세계최초 5G 무색한 국내 스마트팜 경쟁력
  • 이상진 기자
  • 승인 2019.04.2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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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T설비 도입으로 구축한 스마트팜, 효율성 입증
- 국내 전문가·업체, 스마트팜 글로벌 경쟁력 떨어져
- 정부, 5G가 바꿀 스마트팜의 밑그림 명확히 제시해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세계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는 먹거리산업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1차산업인 농축수산시장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세계 농업강국들은 농업에 ICT를 도입한 스마트팜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부산하다.

세계최초로 5G를 개통한 대한민국의 스마트팜은 지금 어디쯤 위치했을까? 기자는 농업강국들의 거센 도전을 맞이한 국내 축산업의 현장을 살펴보고자 ICT를 도입해 돈사를 운영하고 있는 양돈농장을 찾았다. 특별히 양돈농장을 찾은 배경에는 국내 가축육류 수출 가운데 돼지고기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이 있었다.

▲ 스마트팜 도입 이후, 폐사율↓매출·워라밸·MSY↑

기자는 19일 경기도 양주 남면 상수리에 위치한 ‘이레농장’을 방문했다. 이레농장은 △돼지 3,000두 △모돈200두 △임직원 5명 △시설면적 4,448제곱미터 등의 규모를 갖췄다. 32살의 젊은 농부인 이정대 대표가 이레농장의 살림을 꾸리고 있다. 

이정대 이레농장 대표.(사진=이상진 기자)
이정대 이레농장 대표. (사진=이상진 기자)

농장을 찾은 기자에게 이정대 대표는 ICT시설을 도입해 스마트팜을 운영한 뒤로 돼지의 폐사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을 운영하기 전 이레농장 돼지의 폐사율은 30% 이상이었다. 10마리가 태어나면 3마리 이상이 유명을 달리한 것. 

하지만 현재는 0.3%~1% 사이의 기적적인 폐사율을 기록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돼지를 연내 5,000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레농장에 도입한 ICT시설은 △자동환경제어관리시스템 △모돈자동급이기 △육성돈성장측정3D카메라 △기침모니터링 등이다. 3년 내로 로봇자동수세기가 추가로 도입될 예정이다.  

ICT시설 가운데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시설은 자동환경제어관리시스템이다. 자동환경제어관리시스템은 돈사를 구축하는 초기에 도입한다. 돈사의 밑바닥부터 지붕까지를 전부 관통하는 시설로, 호흡기가 특히 약한 돼지에게 알맞은 공기 수준을 자동으로 조절해주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제하고는 양돈 ICT를 논할 수 없다.

이레농장은 여러 ICT시설을 갖춘 뒤 매출이 크게 향상됐다. ICT시설 도입 전인 2014년에 비해 2018년 기준으로 40% 이상 매출이 급성장한 것이다. 이는 돼지의 폐사율이 줄면서 출하되는 돼지수가 늘어난 것에 더불어 MSY가 큰 폭으로 상승해 가능했다. 

MSY는 모돈(어미돼지) 1마리가 1년에 출하하는 돼지의 수를 타나낸다. 이레농장의 MSY는 ICT시설 도입 전 대한민국 평균 MSY 수준이었던 15두에서 현재는 26.4두로 43% 이상 올랐다.

자동환경제어관리시스템은 조작하고 있는 이정대 대표.(사진=이상진 기자)
자동환경제어관리시스템 단말기를 조작하고 있는 이정대 대표. (사진=이상진 기자)

ICT시설 적용으로 구농장에서 스마트팜으로 변모한 이레농장의 모습이 즐거운 것은 농장주 이정대 대표와 스마트팜에서 건강하게 돈생(豚生)을 누리는 돼지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팜은 인생(人生) 워라밸도 실현시켰다. 이레농장 직원들은 연장근무를 포함해 하루평균 5시간 이상을 일하지 않는다.

이정대 대표는 “ICT시설 도입 이후 양돈농장의 업무가 대부분 자동화돼 일이 크게 줄었다”며 “직원들은 아침에 1시간을 일한 뒤 오전에 2시간을 농장에서 보내고 점심 먹고 쉬다가, 4시부터 5시까지 1시간 정도를 일하고 퇴근한다”고 말했다.

여러 ICT장비가 워라밸 향상에 기여했지만 특히 모돈자동급이기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모돈자동급이기를 도입하지 않은 양돈농가의 하루일과는 새벽부터 시작해 밤이 돼서야 끝난다. 임신기간에 해당하는 모돈에게 △새벽밥 △아침밥 △점심밥 △저녁밥 △야식 등 하루 5번 이상 밥을 줘야만 하는데, 이 과정을 모돈자동급이기를 도입하지 않으면 사람이 직접 해야만 한다. 

모돈자동급이기는 모돈의 임신기간인 114~115일에 맞춰 모돈의 크기와 식사량을 조절해 모돈에게 자동으로 밥을 주는 ICT장비다. 모돈은 모돈자동급이기를 통해 농부가 필요 없이 자신이 먹고 싶을 때면 언제나 자동급이기를 툭툭 건드려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적정량 이상은 먹지 않게 된다.
 

'육성돈성장측정3D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정대 대표. (사진=이상진 기자)
'육성돈성장측정3D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정대 대표. (사진=이상진 기자)

▲ 이레농장 ICT설비는 ‘100% 해외제품’

이레농장이 스마트팜으로 변모하는 과정에는 눈물겨운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정대 대표는 부친의 뒤를 이어 양돈농장을 운영하고자 경기대학교 건축학과를 1년만에 그만뒀다. 당시 건축학과 과수석을 할 정도로 학업성적도 우수했던 이 대표는, 사실 건축설계보다 농업에 종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국 그는 24살에 농수산대학을 졸업해 양돈농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가업을 이었다.

이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젊은 혈기로 양돈농장에 ICT시설을 도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천신만고 끝에 국내 유명 축산 전문가와 업체가 손을 잡고 이레농장의 ICT시설을 맡아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끔찍했다. 공사가 끝난 뒤 돼지들이 픽픽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 환기가 지나치게 과도하게 된 탓이었다. 그 결과 이레농장의 MSY는 15두에서 13두로 급락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MSY가 15두에서 18두로 오르는 것은 쉽지만, 대한민국 평균인 15두에서 13두로 떨어지는 것은 매우 잘못된 방식으로 돼지를 사육해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당시 330두 돼지가 있었는데 2개면 충분했을 환풍기를 20개나 설치했다”며 “호흡기가 약한 돼지들은 자신을 둘러싼 공기가 항상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나친 환기로 돼지들이 죽어나갔다”고 회상했다.

기대와는 사뭇 달랐던 처참한 결과에 양돈농부였던 부친의 실망감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정대 대표는 당시 아버지가 “게을러서 돼지는 안 키우고 쉽게 일하려 꾀만 부리다 큰일을 치렀다”며 아들을 꾸짖었다고 했다.

스마트팜 구축에 대한 아버지의 낙담은 네덜란드 양돈 ICT업체인 Fancom社 제품으로 이레농장을 다시 리모델링한 이후에야 낙관으로 바뀌었다. 폐사율이 줄고 MSY와 매출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 국내 정부·ICT업체·이통사 비전제시 없어 혼란 

현재 이정대 대표는 양돈농가를 꾸려가는 것에 더불어 한별이레라는 업체를 통해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ICT시설 컨설팅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이정대 대표는 “국내 내로라하는 축산업계 전문가들 때문에 치른 자신의 홍역을 다른 농부들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한편으로는 국내에 네덜란드 fancom 등 해외업체처럼 뛰어난 양돈 ICT기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또 이 대표는 “국내 스마트팜, ICT장비 시장은 블루오션인데 경쟁력 있는 국내 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Fancom의 최종목표는 자사의 ICT장비로 호환성을 높여 스마트팜 운영전체를 통일하는 것이고 현재 국내 기후와 토지 등에 따른 양돈농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로 ICT장비가 실시한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살피고 있는 이정대 대표. 이 대표는 양돈농장을 직접 찾는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컴퓨터로 ICT설비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살피고 있는 이정대 대표. (사진=이상진 기자)

문제는 해외 축산 ICT장비가 국내에서 완전히 호환되는 상황도 아니어서 현업에 종사하는 농부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대 대표는 “네덜란드 현지에서는 양돈농장에 불이 나거나 정전이 되면 스마트폰으로 알림이 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해외 ICT기기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컴퓨터나 메일로만 긴급 상황을 알리는 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는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이처럼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 해외 양돈업 선진국이 우리나라 양돈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ICT산업계와 이동통신사 등은 스마트팜에 대해 소원하기만 하다. 국내 통신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5G 개통에만 치중해 정작 콘텐츠의 알맹이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자조적인 지적이 스마트팜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모습이다. 

스마트팜에 대해 국내 이통사 관계자는 “세계최초로 5G를 개통했지만 현재 스마트팜 등 B2B 영역에 대한 뚜렷한 킬러콘텐츠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통3사 모두 B2C인 VR게임이나 AR게임을 킬러콘텐츠로 내세우곤 있지만 1시간만 해도 어지러운 콘텐츠가 5G시대 주요콘텐츠가 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관계자는 또 “이통사의 본질은 콘텐츠 제작이 아니라 망을 제공하는 것이고 각각 사업마다 전문 사업자가 등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5G 도입으로 야기될 스마트팜 산업의 변화에 대해 명확한 밑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5G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이 4차산업혁명 가운데 일부분으로 스마트팜을 다루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남 고흥과 경남 밀양 등에 오는 2021년까지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농림부가 밝힌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구체적인 각론 가운데 5G와 관련된 항목은 없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처에 5G가 가져올 스마트팜 운영의 변화에 대한 현장의 이해와 기대도 크지 않았다. 

이정대 대표는 “5G는 그냥 인터넷이 빨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5G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정부가 국익을 생각한다면 농가에 정말 자동화가 잘 되는 ICT장비의 보급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최초로 5G를 개통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대한민국 농업은 많이 미흡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상진 기자 elangvit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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