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렸다. 5G는 ‘5세대 이동통신’을 일컫는 말로 최대속도가 20Gbps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을 의미한다. 이전 세대인 4G(LTE)에 비해 최대 전송 속도가 20배 빠르고, 전송 가능한 트래픽 양도 10Mbps로 LTE 대비 100배 수준이다. 또한 저지연성과 초연결성을 통해 가상현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구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국은 지난 3일 국내 이통 3사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를 일제히 개통하며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세계 최초의 의미는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독려했다. 이후 이통사들은 5G 서비스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가입자를 늘려 나가고 있다. 5G 가입자는 벌써 1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 확보에만 집중한 탓일까. 현재 5G 상용화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좋지 않다. 5G 기지국 등 인프라 구축이 미흡해 5G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4G(LTE)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끊기는 등 실제 5G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는 중이다. 

“비싼 LTE 사용하는 꼴”

11일 언론보도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SNS 등에 따르면 삼성 ‘갤럭시S10 5G’ 출시 이후 5G에서 LTE로 전환 시 데이터가 끊기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사용자의 경우 네트워크가 끊기면서 전화통화까지 불가능한 이른바 ‘먹통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데이터 끊김 현상은 갤럭시S10 5G의 네트워크 설정 중 하나인 ‘5G 우선모드’를 사용했을 경우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갤럭시S10 5G 네트워크 설정에는 ‘5G 우선모드’와 ‘LTE 우선모드’, ‘3G 우선모드’ 등 총 3가지 선택 사항이 있다. 5G 우선모드로 설정할 경우 갤럭시S10 5G가 5G 기지국 반경 내에 있을 때는 5G 신호를 잡고 벗어나면 LTE 신호를 잡게 된다. 하지만 5G와 LTE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5G 신호가 끊길 경우 단말기 재부팅 등을 통해 LTE에 다시 연결해야만 한다. 

이통3사 모두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현상과 관련,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단말기에서 기지국 신호를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그러나 업데이트 진행 이후에도 네트워크 끊김 현상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갤럭시S10 5G 구매자들은 “5G에서 LTE로 전환될 때 인터넷이 계속 끊긴다”, “비싼 5G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고가의 5G 요금제까지 쓰고 있지만 5G를 쓰는 것 같지가 않다”, “유료 베타테스터가 된 기분이다”고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통신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를 통해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5G 신호를 받고 있다고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4G(LTE)로 측정됐다. (사진=선초롱 기자)
통신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 ‘벤치비’를 통해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5G 신호를 받고 있다고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4G(LTE)로 측정됐다. (사진=선초롱 기자)

기자 역시 지난 5일 갤럭시S10 5G를 구매했지만 제대로 5G를 사용해보지 못했다. 서울·수도권에 가장 많은 송수신장치가 설치됐다고는 하나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건물 내부에서는 잡히지 않았고, 그나마 외부에서 간간히 잡히던 5G 신호도 차를 타고 이동하면 끊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네트워크 연결이 끊어졌을 경우에는 단말기를 재부팅을 해야 했다. 또한 화면에는 5G 신호가 잡히고 있다고 나왔지만, 속도측정 등을 해보면 LTE로 연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결국 ‘비싼 LTE’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5G 서비스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며 일부 소비자들은 이통사에 항의성 클레임을 걸기도 했다. 통신판매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5G를 제대로 이용하지도 못하는데 비싼 요금제를 쓰는 것이 억울하다고 이통사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5G 스마트폰 사용자는 LTE 요금을 사용할 수도 없어 한동안은 ‘비싼 LTE 요금제’를 써야 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기자도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봤지만 속 시원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단지 ‘동’을 기준으로 5G 기지국이 설치돼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가능한 정도였다. 고객센터 상담사는 “고객의 불편함을 충분이 이해한다”며서도 “빠른 시일 내로 기지국을 구축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할 뿐이었다. 또한 실외 중심으로 기지국이 설치되고 있어 실내에선 연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답변도 함께 들었다.

현재 5G 서비스 이용지역(커버리지)은 서울·수도권과 광역시 등 제한적인 상황이다. 5G와 LTE의 전환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 끊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초기 5G 사용자들에 대한 보상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언제쯤 5G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을까. 이통사들은 5G 서비스가 처음으로 개통된 지난 3일 기준으로 전국에 3~4만개 정도의 기지국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일부 이통사는 올해 안으로 8만개의 기지국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올해 말까지 원활한 5G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통사의 계획대로 올해 말 5G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5G 전국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12만개 정도의 기지국 장치가 설치돼야 하는데, 지금 상황으로선 4분의 1도 구축이 되지 않았다. 특히 5G는 전파의 특성상 LTE보다 4배 이상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4G의 경우에도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원활하게 제공되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소요된 만큼, 5G 역시 최소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이통사들은 5G 서비스 가입자에 한해 한 가지 동의서를 받고 있다. 이통사 동의서에는 “5G 가용지역에 대해서는 충분히 안내를 받았으며, 전국망 구축 전까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고, 가용지역에서도 일부 음영 지역에서는 LTE로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해당 동의서 내용에 따르면 이통사는 5G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통신사들이 망 최적화보다 5G 가입자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성급하게 세계 최고 타이틀을 확보한데 따른 부작용이란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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