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LG유플러스, 대동소이 ‘5G 중간요금제’ 발표
참여연대 “이통3사, 사실상 요금제담합...요금경쟁 실종”
이통3사 탈통신 기조 이후 통신망 사고 잇따라
LTE보다 기지국 더 필요한데...5G 설비투자 매년 축소

여야가 오는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국정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승인은 이달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뉴스포스트는 올해 국정감사 주요 이슈들을 미리 살펴본다. -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의 요금제담합 의혹과 탈통신 기조 이후 잇따르는 통신망 사고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을 국감 증인 신청 목록에 올렸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각사 제공)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진=각사 제공)

차별없는 ‘5G 중간요금제’·‘e심 요금제’ 담합 의혹


오는 10월 국감을 앞두고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사실상 요금제를 담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감에서 질타를 받을 전망이다. KT 등 이통사들이 날짜를 달리해 출시한 요금제가 실상 차이가 없어서다.

이통3사는 최근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윤석열 정부가 고물가 대책으로 ‘5G 중간요금제’를 도입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SK텔레콤이 8월 5일 가장 먼저 관련 요금제를 출시했고, KT(8월 23일)와 LG유플러스(8월 24일)가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통3사가 밝힌 관련 요금제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월요금 5만 9000원에 기본 데이터 24GB를 제공하고, KT는 월요금 6만 1000원에 30GB, LG유플러스는 월요금 6만 1000원에 기본 데이터 31GB를 제공한다. 

특히 SK텔레콤의 ‘5G 중간요금제’ 제공 데이터는 5G 가입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인 26.8GB보다도 적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19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SKT 중간요금제 데이터가 가입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보다 적다고 하는데,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헤비유저를 제외한 평균은 24GB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24GB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지난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요금 다양화와 소비자권익 증진'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지난 7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신요금 다양화와 소비자권익 증진'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여연대는 “이통3사가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에 저가요금제 이용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 선택지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이통3사가 시장점유율 약 85% 이상을 수십 년째 유지하면서 요금경쟁이 실종됐기 때문”이라며 “이통3사의 사실상 요금담합 속에 데이터 제공량과 부가혜택, 별 차이 없는 속도 경쟁만 난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최근 이통3사가 공개한 ‘e심 요금제’는 요금이 8800원으로 모두 똑같다. e심(eSIM) 서비스는 휴대전화로 하나로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이달 1일부터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다. KT가 지난달 28일 가장 먼저 ‘e심 요금제’ 요금을 8800원으로 발표했다. 이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KT와 비슷한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8800원 ‘e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이에 이통3사가 출혈 경쟁을 피하려 가격 경쟁력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담합은 굉장히 큰 중범죄이기 때문에 이통3사 요금제에 그런 표현은 과하다고 본다”며 “각사가 요금을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비슷한 요금 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통3사 탈통신 사업 추진...속출하는 통신망 사고


국내 이통3사가 통신 외 AI와 플랫폼 등 다른 분야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간 산업인 통신망의 안정성과 투자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국감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통신3사의 트렌드는 ‘탈통신’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통신 사업이 이미 포화 상태인 까닭에 새로운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이통3사 가운데 탈통신에 가장 활발하게 나서는 기업은 KT다. 구현모 대표는 “통신 사업자가 아닌, 통신 기반 플랫폼 사업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KT는 플랫폼 기업으로 혁신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디지코’ 전환을 선언하고 디지코 신사업과 B2B, 글로벌 투자 등을 확대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대표적인 KT의 콘텐츠 사업 성과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15일 ‘유플러스 3.0(U+3.0)’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 성장전략을 통해 2027년에 비통신사업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고, 기업가치도 12조원까지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MZ세대를 겨냥한 구독플랫폼 ‘유독’을 출시하고, 향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영역을 더욱 넓혀 나갈 계획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을 AI·디지털인프라 서비스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취임 일성을 전했다. 최근에는 “향후 10년의 성장스토리는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는 AI 대전환”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텔레콤은 2022년을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인 플랫폼화를 시도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통신사, ICT 사업자와 협력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 직원들이 경상북도 울릉군 도동항 인근에서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직원들이 경상북도 울릉군 도동항 인근에서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 (사진=SK텔레콤 제공)

문제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이통3사의 탈통신 기조 이후 통신망 관련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일각에선 관련 사고들이 5G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25일 KT의 부산발 전국통신장애로 1시간여 동안 KT의 유·무선통신망이 전국적으로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1월에도 밤 10시 42분부터 11시 40분까지 1시간가량 KT 올레tv의 일부 채널이 ‘블랙아웃’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서울과 부산, 대구, 경북 등 지역가입자 49만여 가구에 205개의 주요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송출이 중단됐다.

LG유플러스는 2017년 9월 40분간 부산과 경남, 울산 지역에서 이동통신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고, SK텔레콤도 2018년 4월 2시간 30여 분 동안 통화 장애가 발생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영업이익 4조 원을 돌파한 이통3사의 통신 설비투자(CAPEX) 규모는 매년 줄고 있다. 이통3사의 CAPEX는 △2019년 9조 5977억원 △2020년 8조 2762억원 △2021년 8조 2016억원 등으로 감소추세다. 전파의 직진성이 강한 5G 특성상 기지국과 기간망 등이 LTE보다 많이 필요한데, 관련 투자가 되레 줄어드는 셈이다.

앞서 KT새노조는 잇따른 통신사고에 대해 “경영진이 탈통신을 외치고 있지만, 이는 통신의 기본을 무시하면서 달성되는 게 아니다”라며 “설비투자를 줄이고 통신 기술자를 홀대하는 기업문화의 혁신 없이는 통신에서의 망 운영 안전성조차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내부 경고에 경영진은 귀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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