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희-이종국, 말단부터 시작해 기관장 오른 입지전적인 이력
오거돈(이종국)-박형준(한문희) 부산교통공사 사장 사퇴도 닮아
한문희 사장, 코레일 기관장으로 스탠스 취하기 어려운 첫 국감
신중한 입장 밝힌 이종국 사장, 올해도 비슷한 스탠스 유지 전망

여야가 올해 국정감사 일정은 10월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 진행키로 합의했다. 뉴스포스트가 기업별 국정감사 이슈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한문희 코레일 사장(오른쪽)과 이종국 SR 사장. (시진=뉴시스)
한문희 코레일 사장(오른쪽)과 이종국 SR 사장. (시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과 이종국 SR 사장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사회생활을 말단부터 시작해 사장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인 동시에, 부산교통공사 사장직을 중도 사퇴한 이력도 똑 닮았다. 

공직을 떠난 이후 한문희 사장은 보수 진영에서, 이종국 사장은 진보 진영에서 각각 기관장 이력을 쌓았다. 각자의 진영에서 평행선을 달리던 두 사람의 운명이 코레일과 SR 사장으로 만난 올해 국정감사에서 깨질지 주목된다.


철도高-9급 한문희 사장, 검정고시-9급 이종국 사장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철도고등학교 졸업 후 철도청 9급 역무원으로 입사하며 공직에 발을 들였다. 한 사장은 이후 40년간 철도계에 몸을 담았다. 한 사장은 1993년 행정고시(37회)에 합격한 뒤 총무처 사무관으로 임용됐지만, 다시 철도청 근무를 희망해 철도청으로 복귀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철도노조 파업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철도노조 파업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국 SR 사장은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이후 1976년 9급 공무원 시험 합격으로 공직에 입문해 줄곧 건설교통부 국토 관료로 재직했다. 건설교통부 재직 당시 철도기술과장과 고속철도과장, 철도안전기획단장, 부산지방항공청장 등을 역임하고 퇴임했다.

한문희 사장과 이종국 사장은 각각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現 부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거돈 前 부산시장 산하 부산교통공사에서 사장직을 역임했다. 이후 이종국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SR 사장에 올랐고, 한문희 사장은 윤석열 정부인 올해 7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했다. 한 사장은 보수 인사의 대표, 이 사장은 진보 인사의 대표격인 셈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종국 사장과 한문희 사장 모두 부산교통공사 사장직을 중도 사퇴했다는 점이다. 이종국 사장은 부산교통공사 사장직을 중도 사퇴한 뒤 SR 사장이 됐고, 이 사장의 후임이었던 한문희 사장도 중도 사퇴 뒤 코레일 사장에 올랐다. 

당시 철도업계에선 타 기관장 지원을 위해 부산교통공사를 사퇴한 최초의 사례인 이 사장과 그 후임의 잇따른 중도 사퇴를 놓고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한 사장과 이 사장이 각각 탈선사고와 부산광역시의 감사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물러난 까닭이다.


철도통합, 尹정부 한문희 사장-文정부 이종국 사장의 딜레마 


코레일 사장 취임 후 첫 국정감사를 맞게 된 한문희 사장은 녹록지 않은 10월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국토위의 주요 감사 대상 가운데 하나인 ‘철도 통합’에 대해 코레일 사장으로 취해야 할 스탠스가 간단치 않아서다. 

최근 추석 연휴를 앞두고 1차 파업을 강행한 철도노조의 주요 요구도 코레일의 KTX와 SR의 SRT 통합운영인만큼, 올해 국토위 국감에서 철도통합 이슈는 더욱 첨예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8일 오후 고양시 행신역에서 철도노조 관계자들이 수서행 KTX 편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지난달 8일 오후 고양시 행신역에서 철도노조 관계자들이 수서행 KTX 편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15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코레일에서 제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1조 20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향후 5년간 코레일이 지출해야 할 이자 비용은 1조 8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의 적자와 부채 증가 이유는 △요금동결 △높은 선로사용료 △낮은 PSO 등 삼중고에 기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가 철도 분리다. 코레일이 ‘황금노선’ 으로 불리는 수익성 높은 SRT 운영을 SR에 넘겨주면서 적자와 부채 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을 기점으로, 부산과 포항, 목포, 진주, 여주엑스포 등 주요 지역을 종점으로 하는 SRT는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철로 2011년 5월 착공해 2016년 12월 개통했다. 운영사인 SR은 박근혜 정부인 2013년 12월 설립됐다. SRT 개통으로 1899년 이래 대한민국 철도사 최초로 간선철도가 경쟁체제로 재편됐다.

코레일 사장으로선 적자와 부채 해소를 위해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주장하는 게 타당하지만, 윤석열 정부 인사인 한문희 사장으로선 ‘통합론’을 마냥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과 SR의 분리 체제가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돼 박근혜 정부에서 완성된 만큼, 현 정부가 이를 계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나희승 前 코레일 사장과 이종국 SR 사장,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의 운명을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나희승 전 사장은 “우리는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지지한다”는 통합 찬성 입장을, 이종국 사장은 “정부 정책에 따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김한영 이사장은 “통합은 문제가 많고, 현 분리된 경쟁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통합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후 나희승 전 사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공기업 사장 가운데 해임된 첫 사례가 됐고, 이종국 사장과 김한영 이사장은 현재까지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이종국 SR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6일 수서차량센터에서 GTX 임시정비 설비구축 위치 및 위험개소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국 SR 대표이사가 지난 4월 26일 수서차량센터에서 GTX 임시정비 설비구축 위치 및 위험개소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대통령 당선 공약부터 내세우고 집권 5년 동안 추진했지만, 끝내 숙제로 남긴 바 있다. 그런 문 정부의 마지막 SR 인사가 이종국 사장이지만, 업계는 올해 국감에서도 이 사장이 통합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R의 생존과 자신의 거취, 윤석열 정부 들어 강해진 공공기관에 대한 ‘그립력’ 등으로, 이 사장이 자신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나 현 정부의 스탠스 가운데 어느 한 편의 입장을 지지하기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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