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에 판정패
김정렬 사장 “친밀감 가까운 성희롱” 국민의힘 반박
검찰 압수수색 5차례에도 버티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전현희 권익위원장 감사원 출석 뒤 정상 일정 소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윤석열 정부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난달 30일 기준 총 347명의 기관장 가운데 70.6%인 245명이 전임 정부 인사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는 전체의 21.6%인 75명에 불과하다. 뉴스포스트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행보를 짚어본다. - 편집자주

왼쪽부터 김정렬 LX공사 사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김정렬 LX공사 사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 동안 자리에서 물러난 文정부 기관장들은 대부분 조용한 용퇴를 선호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등 떠밀려 나가도 마지막 순간까지 공직자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지키고, 국민을 위한 최선의 길을 택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다. 자리를 놓고 당정과 마지막까지 줄다리기를 했던 정 사장도 지난 12일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를 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물러났다.

반면 정부의 지속된 견제와 때리기에 처절하게 버티는 소수의 기관장도 있다. 윤 정부 출범 당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그렇다. 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진흙탕 싸움을 벌여 판정승을 거둔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사장도 특기할 만한 사례다.


김정렬 LX공사 사장, 국민의힘 의원들과 설전...판정승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김정렬 LX공사 사장의 사직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날 김정렬 LX공사 사장의 사직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포문은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난 2022년 7월 26일 조 의원은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했다. 이날 조 의원은 “공기업 중 유일하게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가 공간정보기업을 다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열 LX공사 사장의 사직을 요구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조 의원 질의에 “LX공사 지적재조사 사업에 민간참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대정부질문에 앞서 원 장관은 “민간이 주도하고 권한이 있을 때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데 공공기관이 기득권 때문에 막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 의원의 LX공사 때리기는 5일 뒤 국토위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지속됐다. 이날 국토위에 참석한 김정렬 LX공사 사장이 조 의원의 주장에 반발하면서 두 사람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조 의원은 “국토부 산하 부동산 관련 4개 공기업이 있는데 유일하게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공기업이 LX공사”라며 “LX공사가 65%를 가져가면 지역업체는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1년 10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김정렬 사장은 “조 의원 주장은 사실과 다른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토위 업무보고 이후 LX공사는 조 의원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윤 정부 출범 초기 국민의힘과 LX공사가 맞붙은 1라운드는 LX공사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조 의원이 김정렬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불과 20여 일 만에, 조 의원 본인이 국회 국토위원회에서 사임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이 2003년 지리정보시스템 업체 ‘지오씨엔아이’를 창업해 회사 비상장 주식 46억 원을 보유한 게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과 LX공사의 공방은 두 달 뒤인 2022년 10월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당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7명을 성희롱한 LX공사 직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질의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 의원은 “허벅지를 터치하는 행위, 엉덩이를 터치하는 행위, 가슴 주변 뽀뽀하는 행위, 여러 가지 주요 부위를 툭 터치하는 행위 등을 한 모 지사장”이 정직 2개월 처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정렬 사장은 “친밀감 표시에 가까운 성희롱이어서 적정하게 처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이후 국토부 산하 기관장들의 물갈이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도 김정렬 사장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앞서 국토부 산하 기관장 가운데 김현준 전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과 김진숙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권형택 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김경욱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이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난 바 있다. 

‘버티기’에 나섰던 나희승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 건의안을 재가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까지 사의를 표명하거나 해임된 기관장들의 잔여임기는 평균 14.8개월이다.

김정렬 LX공사 사장은 지난 2020년 9월 8일 임명됐다. 임기는 올해 9월 7일까지다.


검찰·감사원 전방위 압박...박대출 정책위의장 한상혁·전현희에 “세금도둑”


지난 3월 39일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관여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39일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관여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당정의 사퇴 압박 수위는 거세다. 검찰과 감사원이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검찰은 윤 정부 출범 이후 한상혁 위원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5차례 진행했다. 감사원도 전현희 위원장의 비위 의혹을 대대적으로 감사하고 있다. 두 위원장 모두 정권의 수사와 감사에도 임기 끝까지 버티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관련 혐의로 기소된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감사원 감사 거부하고 감사원 앞에서 출두 쇼하는 권익위원장”이라고 했다. 이어 박 정책위의장은 “정부 기관은 전 정권 충신들에게 영양분 공급해 주는 숙주가 아니다”라며 “정부와 반대로 가면서 정부 월급 타 먹는 것은 국민 세금 도둑질”이라고 질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2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민주당 정권에 부화뇌동하며 방송 장악 음모를 이어가고 있는 한 위원장은 낯 뜨거운 철밥통 지키기를 그만 중단하라”고 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이날 한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해당 혐의로 검찰은 지난해 9월부터 방통위에 대해 5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정부는 방통위법과 공무원법 등 조항을 근거로 기소된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 절차에 나섰다. 오는 23일 전후로 한 위원장의 소명을 듣는 청문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부터 전현희 위원장의 근태와 출장비, 유권해석 업무 등에 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은 전현희 위원장이 2020년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에 대한 권익위 유권해석 발표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검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지난 3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권익위 감사에서 제기된 근태문제와 관련한 직접 소명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권익위 감사에서 제기된 근태문제와 관련한 직접 소명 출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상혁 위원장과 전현희 위원장 모두 임기를 마칠 때까지 자진 사퇴는 없다는 스탠스다. 한 위원장은 면직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사했고, 전 위원장도 3일 공가를 내고 감사원 전원위원회에 출석한 뒤 4일부터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상혁 위원장은 2019년 9월 9일 임명됐다. 한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7월 31일까지다. 전현희 위원장은 2020년 6월 26일 임명됐다. 전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6월 2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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