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남긴 정 사장, 여권 압박과 태양광·한전공대 비위 의혹 등 부담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2일 전격 사의를 밝혔다. 25조 7000억 원 규모 자구안을 발표한 직후다. 한전의 30조 원대의 부실 경영에 대해 정 사장의 책임론을 제기한 여당의 사퇴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또 최근 한전공대 비위 의혹과 함께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감사가 사퇴 결단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정 사장은 전남 나주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에서 한전의 자구안을 발표한 뒤 사의 의사를 표명했다. 정 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당정의 전기요금 인상이 가까워질수록 정 사장에 대한 국민의힘의 퇴진 압박은 거세졌다. 지난달과 이달 초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공개적으로 정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최근 감사원의 태양광 사업 감사와 산업부의 한전공대 의혹 관련 직접 조사도 정 사장의 사퇴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전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전공대에 대한 출연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 사장은 경성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동력자원부 법무담당관실, 상공자원부 북미통상과,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산업부 방사성폐기물과장,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 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8년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지낸 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산업부 차관을 역임했다. 2021년 6월 문재인 정부 당시 한전 사장에 올랐다.
※ 다음은 정승일 한전 사장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한국전력공사 사장 정승일입니다.
평소 한국전력에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전기요금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에 한국전력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절감하며, 국민 여러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리기 위해 오늘 발표한 자구노력 및 경영혁신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금년 1분기 이후 유보되었던 전기요금 조정절차의 첫 단추인 자구노력 계획을 발표하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전기요금 정상화는 한전이 경영정상화로 가는 길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하고 있어 요금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전력의 안정적 공급 차질과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이를 감안하여 전기요금 적기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벌써 1년이 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한전은 국민경제 부담을 완충하는 역할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불철주야 소임을 다해 왔습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에는 한전 임직원들의 땀방울이 녹아 있음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오늘 자로 한국전력공사 사장직을 내려놓고자 합니다. 당분간 한국전력의 경영진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다가오는 여름철 비상전력 수급의 안정적 운영과 작업현장 산업재해 예방에도 만전을 기할 것입니다.
진정한 국민 기업이자 국가의 자산인 한국전력이 국민 여러분께 신뢰를 회복하고 든든한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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