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착취’와 ‘불법 하도급’ 난립하는 국가철도공단 입찰
국가철도공단 ‘무책임 경영’에 전차선 근로자 곡소리
김한영 철도공단 이사장 “안전관리 강화”...공허한 외침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재작년에만 16명이 철도공단 발주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입었어요. 지난해는 7건 정도 사고가 났습니다. 국가철도공단이 위험을 외주화하면서 책임을 피하는 게 문제예요”
전차선 근로자 A씨는 19일 뉴스포스트에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동료들의 상황을 전하며 “국가철도공단은 한국전력공사 발주 작업 중 사망한 고 김다운 씨 사례가 전차선 근로자에서도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이 철도 공사에 대해 안전관리 능력이 우수한 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계약기준을 개정했다고 밝힌 게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오늘도 전국의 철도 현장 안전 책임지는 ‘350명’
전차선 근로자들은 전국적으로 35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달 초 충북 영동터널에서 탈선한 서울-부산행 KTX-산천 열차 사고를 수습하고 정비한 것도 이들이다. 국가철도공단은 물론, 코레일 등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철도 전력복구 업무는 모두 이들 비정규직 하청 근로자인 전차선 근로자들의 몫이다.
전차선 근로자들은 “준정부기관인 국가철도공단에는 열차 탈선 등 사고가 발생해도 복구할 자체 인력이 없다”며 “거대 공기업이 철도 복구라는 중요한 인력을 직고용하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국가철도공단 발주 사업 점령한 ‘불법 하도급’과 ‘임금 착취’
전차선 작업 현장에서 끊임없이 사고가 나는 이유는 국가철도공단 발주 사업을 중간 브로커(불법 하도급)들이 주도하고 있어서라는 주장이다.
전차선 근로자들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 발주 사업을 도급받은 전기업체는 중간 브로커를 통해 전차선 근로자들을 ‘모집’한다. 이는 명백히 불법이다. 전기공사업법은 재하도급 금지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중간 브로커들의 불법 활동이 전차선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간 브로커들은 전차선 근로자들의 임금 일부를 원도급 받은 전기업체를 한 번 거치는 방식으로 착취해 이익을 취하는데, 여기서 인원을 고용할 예산이 줄어 작업 환경이 열악해지기 때문이다.
한 전차선 근로자는 “고 김다운 씨도 2인 1조 작업을 못하고, 전용 활선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며 “임금 착취로 비용이 줄어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전차선 근로자들도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공익 제보자 생계 걱정에 국가철도공단 뒷짐
국가철도공단 발주 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전차선 근로자들의 이 같은 사정은 이달 초에야 공론화됐다. 전차선 근로자 한 명이 국가철도공단 사업의 임금 착취 구조를 공익 제보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제보자는 일자리 상실의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전차선 노조 관계자는 19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전차선 근로자들을 원도급 전기업체에 소개하는 중간 브로커들이 서로 이른바 ‘문제가 있는 근로자’ 명단을 공유하고 있다”며 “여기서 찍히면, 인력 소개에서 배제돼 더 이상 철도 현장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제보한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오늘 국가철도공단 관계자가 와서 이 문제를 말하니 ‘철도공단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없고, 알아서 고발하라’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철도공단은 불법 하도급업자가 없다고만 한다”며 “철도공단과 불법 하도급업자 사이에 모종의 유착 관계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뉴스포스트는 해당 문제들에 대해 국가철도공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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