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영 한양대학교 교수 “폐쇄적 철도업계...연구비 나눠먹기도”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국가철도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60억 원 규모의 철도 교통체계 연구용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례적으로 큰 연구비 규모와 함께, 국가철도공단이 해당 용역을 발주하면서 국토교통부와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아서다.

국가철도공단 CI. (자료=국가철도공단 제공)
국가철도공단 CI. (자료=국가철도공단 제공)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2021년 9월 60억 원 규모의 ‘전환기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정립 방안 연구’라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같은 해 11월 대한교통학회가 해당 연구용역에 단독 입찰해 계약했다.

업계에서는 24개월 기간의 연구용역에 60억 원이라는 규모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도 부문의 정책연구용역이 통상 수천만 원~수억 원 대인 것과 비교해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책정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뉴스포스트 취재결과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수년간 발주한 철도 정책연구용역 규모를 살펴보면 △철도시설 정보통신 사용료 산정기준 연구용역(2억 1511만 원) △철도시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개선방안 연구용역(9700만 원) △철도 시설예산 투자계획 및 효과 연구용역(2억 5000만 원) △철도역 인근 지역의 사회경제적 변화분석 연구용역(8735만 원) 등으로, 수십억 원대의 정책연구용역은 이례적이었다.

국가철도공단은 이번 연구용역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14일 뉴스포스트에 “해당 연구용역은 학술적 부문과 기술적 부문 등으로 구성돼 있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새로운 대안 제시를 위한 것”이라며 “기존 연구에서 고려하지 못한 다양한 요인을 반영한 방대한 분석이 필요한 만큼, 연구용역 비용은 적정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탄소감축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관련 법에 철도가 국가기간교통망의 근간이 되도록 철도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철도 투자와 철도 중심의 국가기간교통망 중장기 계획에서 정부의 역할을 명시한 녹생성장 기본법.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철도 투자와 철도 중심의 국가기간교통망 중장기 계획에서 정부의 역할을 명시한 녹생성장 기본법.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국가철도공단이 근거로 제시한 관련 법은 지난해 9월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다. 오는 3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해당 법 제32조는 “정부는 철도가 국가기간교통망의 근간이 되도록 철도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중장기 및 단계별 목표를 설정·관리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 등을 위해선 국토교통부 등 정부 기관이 철도 투자와 중장기 계획을 설장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준정부기관인 국가철도공단이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십억 원의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정작 정부의 관리·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와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국가철도공단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연구용역에 대해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어떠한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협의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철도공단 연구용역을 둘러싼 논쟁의 바탕에 우리나라 철도 업계의 폐쇄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재영 한양대학교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민간 분야가 부재하는 우리나라 철도업계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이너서클로 움직인다”며 “우리나라 철도업계의 특성상 알맹이가 없는 연구들이 제목만 바뀌어 연구비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되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용역 인건비가 1인당 1억 5000만 원 수준이라고 보면, 60억 원 연구용역은 대형 연구 2개 규모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철도공단의 이번 연구용역이 그 정도로 알맹이가 있는 연구인지, 아닌지는 사실상 알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철도 관계자들은 내부자들이기 때문에 연구용역의 적정성을 논하면 소위 ‘팽 당하는’ 구조인 까닭에 내부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평가할 외부 전문가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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