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집값 안정화 최우선...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 공급”
김성달 경실련 국장 “소량이라도 꾸준히 공급하면 집값 안정화 효과”
심교언 건국대 교수 “정상적인 주택 아냐...20년 뒤 폭락”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 “차라리 전세살이 선택하는 소비자 많을 것”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김헌동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 강남에 5억 원, 강북에 3억 원 수준의 아파트를 분양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헌동 사장은 ‘토지임대부 아파트(주택)’로 파격적인 분양가 할인이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지난 17일 오세훈 서울시장도 SH를 찾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해 첫 번째로 SH공사를 찾았다”며 “값싸고 질 좋은 공공주택 공급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 시민들의 주거복지 향상을 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따라 향후 서울시와 SH공사는 시행사가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 사업 추진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올해 상반기 중 부지 선정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 △강서구 마곡지구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 등이 토지임대부 주택, 이른바 ‘반값아파트‘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SH의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이루는 ‘반값아파트’가 될지, 아니면 다수가 외면하는 ‘반쪽짜리아파트’가 될지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건물만 분양하고 토지는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입주자에게 건물만 분양한다. SH공사가 시행사가 돼 토지임대부 아파트를 분양하면, 입주자는 건물만 분양받는다. 분양받은 건물 아래 토지는 SH공사로부터 임대받는 형식이다.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분양 원가에서 최대 70%를 차지하는 토지 가격 거품을 없앤다는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SH공사 등 공공 시행사가 토지를 임대해주고, 건물만 분양해 분양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김헌동 사장은 25평 분양 기준으로 토지 임대에 따른 월 사용료가 20만 원 수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서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때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이 추진된 바 있다. 문제는 당시 토지임대부로 분양한 ‘보금자리 주택’ 등의 주택값이 최고 7~8배 올랐다는 것이다. 분양가를 낮춘다는 정부의 목표와 달리 수분양자들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둬 ‘첫 입주자만 로또에 당첨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표적인 토지임대부 주택이 지난 2010년 분양된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과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다. 이들 토지임대부 주택은 전용 84㎡가 2억 원대에 분양됐다. 주변 시세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당시 10년 전매 제한 기간과 5년 거주 의무 규제가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거주의무기간 3년으로, 전매 제한을 6년으로 완화한 뒤 매매가가 급등했다. 수분양자들은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후 2020년 토지임대부 주택 입주자가 건물을 매각할 때 LH에 팔아야 한다고 주택법을 개정해 시세 차익 실현이 차단됐다.
‘토지임대부 아파트’ 부동산시장 안정화 효과에 전문가들 의견 분분
서울시와 SH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27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토지임대부 분양의 문제는 지속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 부동산 시장에 주는 시그널 효과가 충분하지 못해 집값이 폭등했다”고 했다. 이어 “SH가 물량을 소량이라도 꾸준히 토지임대부 형식으로 분양한다면, 집값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달 국장은 현재 LH가 독점하고 있는 토지임대부 분양의 환매조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재 서울시와 SH는 토지임대부 아파트 사업 착수에 앞서 SH도 환매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법 개정을 요청한 상태다.
김 국장은 “SH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환매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사업주체의 통일성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시세 차익을 전혀 거둘 수 없도록 하는 환매조건에는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받은 서민들이 어느 정도 자산 증식을 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H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집값 안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전체 공급량의 1%도 되지 않는 토지임대부 분양 물량이 주택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SH의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상당히 적은 물량이 될 텐데, 이 물량으로 집값이 안정화된다는 말은 코미디라고 보면 된다”며 “단순히 SH가 추진하는 토지임대부 아파트만 보면 정상적인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20~30년 지나면 가격은 폭락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결국 단독으로 가격이 오르내리는 건 아니고, 주변 주택 시세에 따라 가격이 변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지임대부 아파트가 분양되더라도, 주택 수요자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토지임대부 분양의 시세 차익 실현을 막은 현행 법 제도상, 실수요자들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토지임대부 주택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반쪽짜리아파트라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은 단순히 거주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라며 “그런 목적이라면 세금을 내지 않는 전세가 가장 이상적인 주거방식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집을 분양받는 기저에는 보수적으로는 집값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고, 공격적으로는 조금의 시세 차익이라도 기대하는 심리가 깔려있다”며 “LH나 SH에 환매하지 않고 분양받는 조건이면 일시적인 관심이라도 끌겠지만, 그러면 도입 취지도 달성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정책이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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