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절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 문제에 여론의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아파트 주차난 문제는 오랫동안 거주민들을 괴롭혀왔다. 아파트가 오래됐거나 인구 밀도가 높으면 주차난은 일상 속 작은 불편을 넘어 전쟁에 가깝다. <뉴스포스트>는 케묵은 아파트 주차난 해소 방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한민국 운전자 상당수가 주차 문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2020년 19세~59세 직장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주차장 이용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운전자 절반 이상(54.7%)이 ‘평소 주차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다’고 답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특히 국민 절반이 거주하는 아파트 주차난은 고질적인 문제다. 서울 지역 구축 아파트의 경우 법정 주차대수조차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내차 마련’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사회에서 자동차 수는 더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2491만 1천대로 2020년 말보다 약 55만 대가 증가했다.

아파트 주차난은 서울 지역 구축 아파트 문제만이 아니다. 특정 지역과 관련 없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보다 못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각자 환경에 맞게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는 긍정적인 성과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된 주차난 해소 방안 사례를 모아봤다.

서울 소재 A아파트는 인근에 공영주차장 등이 마련되면서 주차난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서울 소재 A아파트는 인근에 공영주차장 등이 마련되면서 주차난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아파트 인근에도 ‘공영주차장’

서울 소재 A아파트는 1980년대 지어진 구축 아파트지만,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인근 아파트와는 주차 사정이 다르다. 1356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A아파트의 총 주차대수는 1492대로, 세대당 주차대수가 1.1로 법정 주차대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단지와 도보 5분 거리에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주차난이 크지 않다는 평을 받는다.

공영주차장 설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아파트 주차난 해소책으로 내놓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지난 7일 경북 영주시는 내년 초까지 660면의 주차면을 확보할 계획을 발표했다. B아파트와 학교, 병원, 공공 기관이 한 데 모인 풍기읍 및 휴천동의 주차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공영주차장 4개소를 조성한다. 지난해에는 C아파트 인근에 임시 공영주차장 외 2개소에 주차 공간 103면을 확보하기도 했다.

가구당 2대 이상 보유하려면 ‘차고지 증명제’

국민권익위원회는 주차난 해소 방안으로 ‘차고지 증명제’ 적용 등을 마련할 것을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와 전국 지차제에 권고할 예정이다. 차고지 증명제란 각 가구에서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하려면 주차장을 확보해야 차량 등록이 가능한 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자동차의 보관 장소 확보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차고지 증명제는 현재 제주도에서 시행 중이다. 제주도는 2007년 거주지 1km 반경 내 자신의 주차장을 증빙해야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대형 자동차를 대상으로 시작됐던 차고지 증명제는 2017년에는 중형 자동차, 2019년에는 중·대형 전기 자동차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부터 모든 차량에 적용했다.

다만 차고지 증명제만으로는 주차난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기타 주차난 해소 정책을 병행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공공·민간 부설 주차장 개방 정책과 병행해 2대 이상 소유 가구에 차고지 증명제를 확대하면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경기 시흥시에서 시행 중인 ‘스마일 지정주차제’. 학교가 주차 공간을 무료로 개방해주고, 이용 주민들은 주변 환경을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사진=경기 시흥시 제공)
경기 시흥시에서 시행 중인 ‘스마일 지정주차제’. 학교가 주차 공간을 무료로 개방해주고, 이용 주민들은 주변 환경을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사진=경기 시흥시 제공)

주차 공간 보장 ‘지정 주차제’

지정 주차제는 주차난을 해소하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보통 추첨을 통해 주차 공간을 지정한다. 매일 24시간 가구당 최소 1대의 주차 공간이 보장되고, 자리 확보를 위한 시간 및 연료 소비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거주하는 동과 멀거나 대형차량 옆에 지정되면 불편함이 따른다. 또한 세대당 차량대수가 주차 공간보다 많으면, 거주지에서 주차가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경기 시흥시에서는 인근 초등학교와 지역 사회가 협업해 ‘스마일 지정주차제’를 시행해 눈길을 끈다. 학교가 무료로 개방한 주차장 32면을 정회원이 2년 동안 주차장 한 면을 단독으로 사용하고, 정회원 부재 시 준회원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평소 활용하지 않거나 빈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해 주차난을 해소한 것이다. 회원들은 SNS로 소통하며 비어있는 주차면이 없도록 관리하고, 주변 정리 등을 통해 환경을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아파트 주차대수 당 할증이 붙은 공지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아파트 주차대수 당 할증이 붙은 공지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N대 이상부터 주차요금 부과

국내에서 아파트 주차 공간은 대체로 무료의 개념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2019년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내 아파트 1851개 단지의 97%는 세대당 1대 꼴로 무료 주차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상당수 아파트는 주차대수가 증가하면 추가 요금을 부여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파트 주차료는 아파트 단지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일부 아파트는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일정 대수 이상 소유 가구에 주차요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차대수가 3대 넘으면 요금을 20배 이상으로 올린 아파트의 사례가 올라와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는 가구당 1대는 무료 이용, 2대부터는 1만 원을 낸다. 하지만 3대부터 20만 원, 4대 30만 원, 5대 50만 원을 내야 한다.

상당수 누리꾼들은 주차난을 호소하며 해당 아파트의 지침을 옹호했다. 한 누리꾼은 “우리 아파트도 똑같이 적용했으면 좋겠다. 집에 갈 때 출발 전부터 주차 생각에 스트레스받는다”며 해당 아파트의 공지를 옹호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부모와 취직한 자식들이 같이 살 경우 차가 4대일 수 있다”며 거부 반응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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