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절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 문제에 여론의 촉각이 곤두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아파트 주차난 문제는 오랫동안 거주민들을 괴롭혀왔다. 아파트가 오래됐거나 인구 밀도가 높으면 주차난은 일상 속 작은 불편을 넘어 전쟁에 가깝다. <뉴스포스트>는 케묵은 아파트 주차난 해소 방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도시 규모가 크거나, 구축 아파트일수록 주차난은 일상 속 불편을 넘어선다. 국민 상당수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데다 차량 보유율이 높아지면서 아파트 주차 문제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아파트 주민들은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각종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마련한 대안은 다음과 같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 공영주차장 등 주차 공간을 마련하거나, 공간 마련이 여의치 않는 아파트에서는 ‘지정 주차제’를 운영한다. 또한 2대 이상 주차 시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한다. 애초에 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차량 구매를 제한하는 ‘차고지 증명제’도 하나의 대안이다. 차고지 증명제는 현재 제주도에서만 시행 중이다. 방안들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차원의 조치나 주민들의 지혜만으로는 케묵은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역부족이다. 아파트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의 개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주차장법 역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주차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다. 아파트 당 일정 주차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법정 주차대수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관련 법 개정 등 주민 자치 단계를 넘어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법정 주차대수, 1996년 이후 27년째 유지
김준형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김준형 교수와 박사과정 이동주가 지난해 발표한 ‘노후 아파트의 주차문제와 계획의 역할’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차장 설치기준은 1967년 ‘건축법’에서 최초 등장했다. 이듬해 시행령을 통해 연면적 단위로 구체적인 설치 기준이 제시됐다. 법정 주자대수의 개념은 1970년대에 들어서 생겼다. 그간 주차장 의무 설치 건물의 범위와 주차장 공급 의무를 꾸준히 늘려왔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한해 주차 기준이 마련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다. 전용면적의 총합에 대한 비율로 최소 주차대수를 산정했다. 전용면적이 늘어날수록 전용면적 합계에 곱해지는 수치를 늘렸다. 주거 공간이 넓을수록 주차 대수도 넓어지는 방식이다. 기준은 1993년과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더 많은 주민들이 주차가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1996년 6월에는 전용면적 합계에 대한 기준이 더해 세대당 주차대수 기준이 추가됐다. 구체적으로 전용면적 60㎡ 이하에 대해 세대당 0.7대, 60㎡ 초과에 대해서는 세대당 1대의 기준이 더해졌다. 해당 기준은 현재까지 27년째 변함없이 적용되고 있다. 다만 인구 밀도 등을 고려해 지자체별로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논문은 “주차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아파트가 공급될 여지를 그대로 두면 현재 노후 아파트 주차 문제는 향후에도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파트 주차난 해결, 해외에서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아파트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는 주마다 주차 정책이 다르다. 서울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서울시 기존 주차공간의 효율적 이용방안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와 샌프란시스코 주 등 일부 주에서는 공동주택의 주차난 해결을 위해 ‘주차분리분양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주차분리분양제가 의무사항이다.
주차분리분양제는 주차공간과 주택을 분리해 분양 또는 임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현행 분양제도에서는 아파트나 상업시설 임대 또는 분양 시 주차 공간도 건물과 같이 묶여서 거래된다. 주차 공간에 대한 비용이 임대료나 분양가에 포함돼 간접적으로 부과되는 것이다. 실제로 매사추세츠 주와 샌프란시스코 주에서는 주차분리분양제 시행으로 가구당 주차 공간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주차 문제에 대해 법적 시스템을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제주도에서 시행한 ‘차고지 증명제’를 일본은 1962년부터 시작했다. 차량을 등록할 때 집 또는 사무실로부터 2km 이내 주차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보관 장소 미확보 시 경찰로부터 운영정지 명령을 받을 수 있고, 명령을 어기면 징역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차고지 증명제가 오래전부터 정착된 일본은 상대적으로 주차난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 기관이 움직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3일 지자체별 법정 주차대수가 0.5~1대 수준인 현 상황과 관련해 주차장법과 주택법, 주택건설기준 규정 등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밖에도 가구당 2대 이상 신규 차량 구매 시 차고지 증명제 순차적 도입, 지자체가 상가 등 민간건물에 주차장 개방을 요구하는 대신 세금을 덜어주는 주차 공유제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