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리스크 번질 가능성 없어“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조치 시행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시공능력평가 16위 대형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자업)을 신청함에 따라 금융당국이 대주주의 고강도 자구노력을 전제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재구조화와 함께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등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통해 시장 불안 심리 확산 차단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의 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합동브리핑실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의 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합동브리핑실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정부는 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함께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태영건설은 개발사업 PF 우발채무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태영건설 측은 "PF 우발채무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이를 통보받았다"며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은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다. 채권 금융기관이 거래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해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고하는 제도다. 워크아웃은 채권 회수 가능성이 기업회생(법정관리)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 

태영건설의 재무적 어려움은 글로벌 긴축과정에서 PF대출·유동화증권 차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높은 자체시행사업 비중, 높은 부채비율(258%), PF보증(3조 7000억 원) 등 태영건설이 보유한 특유 요인에 따른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다른 건설사 상황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만 없다면 건설산업 전반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주요 건설사 자기자본 대비 PF보증 비중은 태영건설이 374%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 122%, GS 61%, DL이앤씨 36%, 포스코이앤씨 36% 등의 수준에 그쳤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9월 말 건설사 부채비율도 태영건설이 258%로 가장 높았으며 GS 205%, 포스코이앤씨 128%, 현대 114%, DL이앤씨 75% 등의 수준이었다.

앞서 태영그룹·대주주는 1조 원 이상의 자구노력과 더불어 워크아웃을 위해 계열사 매각과 자산·지분담보 제공이라는 추가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의 충분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절차는 통상 워크아웃 신청→금융채권자 소집 통보(14일 이내)→1차 협의회 의결→실사·기업개선계획 작성(최장 4개월)→기업개선계획 의결→이행약정 체결·점검 순으로 이뤄진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2주 내에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동의 여부가 결정되고,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방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먼저 태영건설 PF사업장의 정상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태영건설 PF사업장은 올해 9월 말 기준 총 60개다. 당국은 각 사업장의 유형과 진행 상황에 따라 PF대주단 협약, PF정상화 펀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PF사업자보증, HUG분양보증 등을 통해 사업추진·정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사업성·공사 진행도가 양호한 사업장에는 자체 또는 HUG·주금공의 지원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대주단과 시행사는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정상적으로 완공할 수 있게 된다. 정상 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은 대주단·시행사가 시공사 교체,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 PF대주단 협약과 PF정상화 펀드를 통해 재구조화와 매각 지원이 이뤄진다.

분양계약자 보호도 추진된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개(1만 9869세대)다. 이 중 14개 사업장(1만 2395세대)은 HUG 분양보증에 가입된 상태고, 필요하면 시공사 교체로 사업을 계속 진행함으로써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사업 진행이 곤란한 경우에는 HUG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계약자에게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중도금)을 환급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6493세대)은 태영건설이 시공을 계속하지만, 필요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계속 진행하거나 대체 시공사 선정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2개 사업장도 신탁사·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 계속 공사와 시공사 교체를 통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도 신속히 이행하기로 했다. 현재 태영건설은 공사 140건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수익성 있는 곳을 선별해 태영건설 또는 공동도급사가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다. 태영건설이나 공동도급사의 공사 진행이 어렵다면 신탁사 또는 보증 기관이 대체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이어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협력업체는 581개 사로, 이들은 1096건의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1096건 중 1057건(96%)이 건설공제조합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있다. 원도급사 부실화 등으로 협력업체가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보증 기관이 대신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아울러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높아(30% 이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하도급사는 금융사 채무를 일정 기간(1년) 상환 유예나 금리 감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협력업체는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다른 PF사업장과 건설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사업 추진의 주된 요소는 각 사업장의 사업성인 만큼 태영건설 이슈가 다른 건설사 PF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동산PF 시장은 고금리 상황의 장기화, 공사비용‧금융비용 상승,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PF 사업장 전반에 대해 과도한 자금 회수가 나타나는지를 상시 점검한다.

또 정상사업장에 대한 원활한 금융공급, 부실‧부실우려사업장의 정상화‧재구조화 지원을 통한 부동산 PF의 연착륙 기조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다. 이를 위해 25조 원 규모의 HUG‧주금공 ‘PF사업자보증’ 공급, ‘대주단 협약’‧‘PF정상화펀드’ 등을 통한 PF사업 재구조화 유도, 비 아파트 사업장에 대한 6조 원 규모의 건설공제조합 건설사 보증 등 기존에 마련한 부동산 PF 관련 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해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기재부‧금융위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업계 전반으로의 불안심리 확산 방지를 위해 추가적인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향후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의 신뢰와 협조가 필요하며, 정부도 부동산 PF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