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현대산업개발 주총 안건, 부실공사 방지 부족”
HDC현대산업개발 “현 경영진 책임론? 공시 외 밝힐 입장 없어”
지주사 HDC, HDC현산 지분 41.52% 소유...정몽규 회장 결단에 달려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오는 29일로 예정된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정기주주총회 안건이 HDC현산의 안전관리 부실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HDC현산이 ‘권고적 주주제안’을 받아들이고, 현 경영진들이 대형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1월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현장에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현장에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HDC현산 주총’ 비판 기자회견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소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현산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공사 시스템을 개혁하기에는 부족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HDC현산이 ‘권고적 주주제안’을 받아들이고 현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변 개혁입법특위 위원장 김남근 변호사는 “지난해와 올해 광주 재개발 현장과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나는 참사가 벌어졌다”며 “이사회 차원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 있는 경영진을 해임하고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몽규 회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과 달리 김대철 부회장과 정경구 전무, 하원기 상무 등 사내이사 경영진이 여전히 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이후, 217일 만인 지난 1월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이 붕괴해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또다시 발생한 바 있다. 두 사업장 모두 HDC현산이 시공사였다.

김남근(왼쪽 둘째) 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남근(왼쪽 둘째) 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노종화 변호사는 “HDC현산이 큰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당장 정관만 바꾸고 실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막기 위해 ‘권고적 주주제안’을 도입됐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HDC현산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지주사 HDC가 HDC현산의 지분 41.52%를 소유한 만큼, 향후 여론이 잠잠해진 뒤 소액주주가 안전관리 문제에 의견을 내도 회사가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노 변호사는 “회사가 권고적 주주제안을 담보해야 주주 활동이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의 임원 선임 안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사고 당시 HDC현산의 대표였던 유병규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주한 변호사는 “17명의 인명 피해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와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심각한 부실 공사가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부실공사에 대해서 책임이 있는 기존의 이사들이 물러나거나 책임을 지는 모습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검찰 역시 화정아이파크 사고 당시 관련 현장 소장 등에게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어 기존 이사들에게는 어떤 책임도 지워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HDC현산 “권고적 주주제안, 과도한 주주권 행사 우려”


HDC현산 측은 네덜란드 연기금인 APG의 주주제안 대부분을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8일 경제개혁연대는 APG로부터 위임받아 ‘정관 변경’ 주주제안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APG와 경제개혁연대는 △지속가능경영, 안전경영 및 건설 관련 법령의 준수 등을 명문화하는 전문 신설 △이사회 내 위원회인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지속가능경영 공시 도입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등을 제안했다.

HDC현산은 이달 초 “권고적 주주제안을 제외한 제안들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회사는 정도경영 원칙에 입각해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경영 실천에 대한 전문 등을 신설한 바 있다.

HDC현산 관계자는 지난 23일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APG 주주제안 가운데 권고적 주주제안을 제외하고 대부분 수용했다”며 “권고적 주주제안은 국내 기업 중 도입한 곳이 없는 데다, 과도한 주주권 행사가 우려돼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고 했다. 이어 “현 경영진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공시 외에 주총 전 밝힐 입장은 없다”고 했다.

12일 오전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현장에서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전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전 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현재 참여연대 등은 소액 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고 있다. 오는 29일 열릴 HDC현산 주총에 직접 참석해 권고적 주주제안 안건에 찬성하고 이사회에 책임을 묻는 등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표 대결’로 시민사회단체와 소액주주들의 의견이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주사 HDC가 HDC현산의 지분 41.52%를 보유하고 있고, 정몽규 HDC 회장 등 특수관계인들이 지주사 HDC의 지분 40.86%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의 결단 없이는 ‘권고적 주주제안’ 등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경제개혁연대 측은 “정몽규 회장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참사 이후 책임을 진다며 HDC현산 회장직을 사퇴했지만, 여전히 지주사 HDC를 통해 HDC현산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