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수석부회장, 지방 찾아 이재용·구광모·최태원 등 재계 대표들과 회동
- 내연기관차 대신할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비전의 예봉은 ‘전기차’
- 정의선 수석부회장 “미래 배터리 개발 공유...인류 위해 모빌리티 시대 열 것”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탈피(脫皮) 호흡이 가빠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5월부터 매달 재계 총수들을 만나 전기차 배터리의 안정적인 보급을 논의하면서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각계대표 및 특별초청 인사들과의 신년 합동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총수들의 세 차례 회동 모두,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직접 지방 소재의 배터리 생산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이뤄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회장과의 만남을 끝으로, 릴레이 회동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5월 천안 소재 삼성SDI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6월 청주 소재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구광모 대표를 만난 데 이어, 7일에는 서산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회장과 회동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동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모두 307.9km. 포스트 내연기관차 시대를 준비하는 정 수석부회장의 고민이 담긴 구도의 길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일찍이 포스트 내연기관차의 방점을 모빌리티에 찍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현대차그룹은 도심항공 모빌리티 중심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 등 구조로 미래 모빌리티를 주도한다는 복안이다. 각 재계 총수들을 만난 이번 릴레이 회동도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SK그룹, ‘미래 모빌리티-차세대 전기차’ 적극 협력 의지 밝혀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제공)
정의선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최태원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제공)

지난 5월 삼성SDI는 정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만난 자리에서 △삼성SDI와 삼성종합기술원의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기술 동향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회동에 대해선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재계는 LG화학 오창 공장이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는 곳이라는 점인 까닭에, 역시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선 두 그룹사와 달리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이뤄진 7일 회동 내용은 상세히 알려졌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의 미래 전기차 분야 협력이 굳건한 까닭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기아차의 니로, 쏘울 EV 등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현대·기아차가 내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다.

E-GMP 기반 현대·기아차 전기차에 탑재될 SK이노베이션 제품은 성능이 대폭 향상된 차세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가 될 전망이다. E-GMP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파워프레인을 수정 내지 개선해 배터리를 삽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기차만의 파워프레인을 사용해 전력 효율과 공간성을 높인 전기차다.

이날 현대차그룹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내 니로 전기차에 공급하는 배터리 셀의 조립 라인을 둘러봤다. 지난 2012년 준공한 서산공장은 연 4.7GWh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규모를 갖춘 곳이다.

이 자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SK그룹 측에선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장동현 SK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등 SK그룹 경영진이 함께 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서비스 플랫폼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도 오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 및 신기술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면서 “현대차그룹의 인간중심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 그룹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며 “힘과 지혜를 모아 코로나가 가져올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전기차’가 예봉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CES2020 개막 하루 전 현대차 미디어 행사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인간 중심의 역동적 미래도시 구현을 위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이 CES2020 개막 하루 전 현대차 미디어 행사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인간 중심의 역동적 미래도시 구현을 위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비전의 예봉은 ‘전기차’다. 그가 찾은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공장 등은 모두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곳들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년 첫 순수 전기차를 선보인 이래 지난달까지 국내외 누적 28만여 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전문 매체인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헤 1분기 2만 4,116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했다. 1위인 테슬라 8만 8,400대, 2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3만 9,355대, 3위 폭스바겐그룹 3만 3,846대에 이어 글로벌 4위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한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 대를 판매해 수소연료전지차를 포함해 세계 3위권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아차는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 전기차 50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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