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최초 수소전기트럭 양산체제 구축…유럽 친환경 상용차시장 본격 진출
- 안정적 보급 위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 등과 ‘수소전기 상용차 생태계’ 구성
- 경쟁사보다 앞서 대량공급 개시…글로벌 수소 상용차시장 선점의 발판 마련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 공략을 위한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출고 점검.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출고 점검.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는 6일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10대를 선적하고 스위스로 수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승용차에 이어 트럭부문에서도 수소전기차 대량 공급을 본격화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 리더십을 상용 부문으로 확장하고, 수소전기차 리딩 브랜드로서의 지위를 한층 더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대형트럭의 경우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에 투입되는 프로토타입과 전시용 콘셉트카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일반 고객 판매를 위한 양산체제를 갖춘 것은 현대차가 최초다.

이번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스위스 수출은 현대차의 서유럽 대형 상용차 시장 첫 진출인 동시에 주요 경쟁사들보다 한발 앞서 수소전기 상용차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는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공급지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북미 상용차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날 선적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한 현대차와 스위스 수소 솔루션 전문기업 H2에너지의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Hyundai Hydrogen Mobility)로 인도된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40대를 추가로 수출한 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1,600대를 공급한다.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스위스에 도착하면 냉장밴 등으로 특장 작업해 슈퍼마켓과 주유소가 결합된 복합 유통 체인과 식료품 유통업체 등 대형 트럭 수요처에 공급을 본격화한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스위스시장 공급은 전통적인 차량 판매방식이 아닌 운행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Pay-Per-Use)하는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 형태로 이뤄진다. 사용료에는 충전 비용과 수리비, 보험료, 정기 정비료 등 차량 운행과 관련된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어 서비스 이용의 편리함을 극대화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을 이용하는 고객사는 트럭 운전기사만 고용하면 된다.

이 같은 방식은 시장 형성 초기인 고가의 수소전기트럭 도입에 따르는 고객사의 초기 비용과 심리적 부담을 낮춰 시장을 빠르게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사들도 보유하고 있는 경유 트럭을 궁극의 친환경차인 수소전기트럭으로 교체하기 시작함으로써 유럽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에 조기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성 등 기업의 사회적 가치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지에 수소생태계 구축…차량-고객-수소충전-수소생산 4개 부문 연합체 구성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단순히 차량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와 차별화된 수소생태계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활용해 차량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수소 생산 기업과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연합체, 대형 트럭 고객사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소전기 대형트럭 생태계’ 구성을 지원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먼저 수소전기트럭 공급사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는 지난해 스위스 내 수소충전소 구축을 목적으로 총 21개의 글로벌 에너지사와 물류기업이 연합해 설립한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H2 Mobility Switzerland Association)에 파트너사로 참여하면서 수소 충전 부문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특히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운영할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 회원사는 에너지 기업(오일·가스)은 물론 주유소와 대형 슈퍼마켓이 결합된 복합 유통 체인을 운영하는 소매업체, 식료품과 자동차 등을 운반하는 물류업체 등으로 구성돼 있어 대형 트럭이 필요한 고객이기도 하다.

수소충전소 구축과 트럭 수요처를 생태계 안에서 동시에 확보한 혁신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현대차의 합작 파트너이자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 회원사인 H2에너지는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 알픽(Alpiq)과 린데(Linde)와 함께 스위스에서 첫 상업용 수소를 생산하는 ‘하이드로스파이더(Hydrospider)’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소생산 부문도 생태계에 합류했다.

하이드로스파이더는 수력발전의 잉여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수소 생산과정에서도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환경친화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H2에너지와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는 하이드로스파이더가 생산한 친환경 수소가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 회원사들이 새로 구축하는 수소충전소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의 주체이자 수소전기트럭 고객사이기도 한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 중심으로 차량공급-고객-수소충전-수소생산이 연결된 지속가능한 4각 협력 생태계가 완성된 것이다.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 공급이 본격 시작됨에 따라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는 이달 7일(현지 시간) 스위스 상트갈렌 주(州) 오버슈트라세(Oberstrasse)에 신규 수소충전소 개소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총 7개의 수소충전소를 스위스 주요 지역에 마련하고, 2025년까지 약 80개의 수소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인철 현대자동차 상용사업본부장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양산하고 판매를 시작함으로써 현대차 수소전기 상용차의 글로벌 리더십을 전세계에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며 “현대차는 단순 차량 공급을 넘어 유럽 수소 밸류체인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소의 생산, 유통, 소비가 함께 순환되는 수소사업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해외 수출 개시는 친환경 상용차 모빌리티 사업을 개척한 것은 물론 글로벌 수소 사회를 선도하는 현대차 수소전기차 비전을 실제로 증명한 것”이라며, “앞으로 유럽뿐 아니라 북미, 중국까지 진출해 글로벌 친환경 상용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차량 총중량이 34톤급인 대형 카고 트럭으로, 2개의 수소연료전지로 구성된 190kW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최고출력 350kW급 구동모터를 탑재했다. 특히 사전에 조사한 대형 트럭 수요처의 요구 사항에 맞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약 400km, 수소 충전 시간은 약 8~20분(수소탱크 외기 온도에 따라 소요시간 상이)이 소요되도록 개발됐다.

이를 위해 운전석이 있는 캡과 화물 적재 공간 사이에 7개의 대형 수소탱크를 장착해 약 32kg의 수소 저장 용량을 갖췄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