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속 주인공 ‘기훈’ 쌍용차 근로자
2009년 법정관리 쌍용차, 대량 정리해고 사태
국민적 이슈 ‘쌍차 사태’ 정치권 나서며 선입견 굳어져
쌍용차 “노조 금속노조 탈퇴...함께 경영정상화 노력”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쌍용자동차가 다시 인수합병 매물로 시장에 등장했다. 2004년 중국 상하이차, 2011년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등에 매각된 지 10여 년 만이다. 지난 1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와 인수합병 투자 계약을 맺었지만, 인수대금 납입기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계약이 무산됐다. 쌍용차는 지난 13일 KG그룹-파빌리온PE 컨소시엄을 인수예정자로 선정하고 공개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는 그간 쌍용차의 매각 과정이 험난했던 만큼, KG그룹 등의 인수과정에도 애로사항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차 인수합병 보도가 쏟아질 때마다 항상 언급되는 것이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다. 먼발치서 쌍용차의 경영난과 매각 과정을 지켜보는 이들은 “쌍용차는 노조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졌다”거나 “노조가 직접 쌍용차를 인수해서 경영하라”는 등의 비아냥을 이어가기도 한다. 쌍용차 사태는 지난해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며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글로벌 OTT 등장한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제공)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방영된 ‘오징어 게임’은 공개 일주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은 K콘텐츠 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징어 게임’은 총상금 456억 원을 놓고, 각자의 사연을 가진 456명의 참가자가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내용이다. 단 한 명의 우승자가 456억 원을 모두 가지고, 나머지 455명은 탈락의 결과로 희생된다. 

특기할 만한 점은 배우 이정재가 분한 극중 주인공 ‘기훈(47세)’이 ‘드래곤모터스’ 소속 조립 노동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기훈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기 10년 전 드래곤모터스가 단행한 대규모 정리해고로 ‘희망퇴직’을 당한다. 기훈은 정리해고 당한 동료들과 함께 투쟁에 나서지만, 경찰의 진압 현장에서 동료를 떠나보낸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게 드래곤모터스라는 이름과 정리해고 배경은 쌍용차를 떠오르게 하는 묘한 기시감을 선사했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기훈’의 스토리에 쌍용차 사태를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쌍용차 사태가 일어난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해당 사건이 던졌던 사회적 충격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쌍용차, 2009년 중국 상하이차 경영권 포기 후 정리해고 단행


쌍용차 사태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기업 상하이차는 2004년 10월 인수한 쌍용차의 경영권을 인수 4년 만인 2009년 1월 포기한다. 상하이차는 경영권 포기의 표면적인 이유로 경영상황 악화 등을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을 기점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2004년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설이 나올 때부터 “상하이차가 쌍용차 기술만 취하고 버릴 것”이라는 분석이 파다했다. 쌍용차 기술만 ‘빼먹고’ 금융위기를 이유로 ‘먹튀’를 감행했다는 지적이다.

경영권 포기의 진실이야 어찌 됐든, 상하이차가 내뱉은 쌍용차는 2009년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오징어 게임’의 배경이 되는 쌍용차 사태가 발생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해고를 단행한다. 

쌍용차는 2009년 6월 8일 근로자 976명에게 해고를 통보하는데, 여기에 반발한 쌍용차 노조원들은 같은 해 5월부터 8월까지 77일간의 투쟁에 돌입한다. 당시 쌍용차 노조원들은 쌍용차 평택공장을 점거해 농성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면서 심각한 상해를 입은 노조원이 속출키도 했다. 이후 극단적 선택 등으로 20명이 넘는 쌍용차 소속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2009년 쌍용차 사태가 국민적 이슈로 떠올랐고, 2012년 총선을 전후로 정치권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2012년 총선에서 진보 성향의 노동계 출신 의원 다수가 국회에 입성하면서다. 당시 심상정(통합진보당) 의원과 은수미(민주통합당) 의원, 박지원(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강기갑(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쌍차 의원모임’을 발족했다.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정병국, 남경필 의원 등도 참여해 쌍용차 사태 해결이 본격적으로 중앙 정치에서 논의됐다.

오늘날 대중들이 떠올리는 쌍용차의 이미지가 ‘경찰 진압’, ‘대량해고’, ‘외국계 인수합병’, ‘강성노조’ 등인 것은 10년 넘게 회자되는 위와 같은 쌍용차 사태 때문이다. 


쌍용차 노조, 2009년 이후 민노총 금속노조 탈퇴...‘3년 주기 임단협’도 시행


쌍용차 관련 보도들에 달리는 노조 비판 댓글. (사진=네이버 갈무리)
쌍용차 관련 보도들에 달리는 노조 비판 댓글. (사진=네이버 갈무리)

쌍용차는 쌍용차 사태로 촉발된 이미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09년 이후 쌍용차 노사 관계가 회사의 경영정상화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점차 개선된 까닭이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사태 이후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현재는 개별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또 2019년 쌍용차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이후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 반납과 복지 축소 등으로 2020년 인건비를 30% 가까이 낮췄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키도 했다. 그해 자구안에서 임단협 주기를 3년으로 연장해 올해는 교섭도 건너뛴다. 

최근 쌍용차 관계자는 뉴스포스트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 노조가 강성이라는 대중들의 이미지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쌍용차 노조는 민노총 금속노조가 아닌 개별노조이고,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파트너쉽을 발휘하고 있다”며 “노사 모두 회사가 있어야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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