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편집자 A씨 “책 만들자마자 해고”
사내 괴롭힘이 원인?...독자들도 분노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웹소설 및 드라마 ‘시맨틱에러’의 포토에세이 책임편집자가 리디의 자회사 오렌지디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SNS상에서는 해당 모회사 리디에 대한 불매 운동 움직임이 불고 있다.

지난 19일 SNS상에 ‘시맨틱에러’의 포토에세이 책임편집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지난 19일 SNS상에 ‘시맨틱에러’의 포토에세이 책임편집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20일 리디의 자회사 오렌지디 측은 공식 SNS에 “최근 불거진 사내 이슈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처음부터 철저히 재조사하고 어려움을 느꼈을 당사자와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사과 공지를 게재했다. SNS상에 오렌지디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전날 19일 SNS에는 오렌지디에서 ‘시맨틱에러’의 포토에세이 책임 편집자를 맡았다는 A모 씨가 장문의 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예약 판매가 시작되던 날, 책의 책임편집자인 저는 해고를 당했다. 격무 끝에 인쇄를 넘기고 인쇄소 감리를 다녀온 바로 다음날”이라며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시맨틱에러 포토에세이’는 입사와 동시에 주어진 일이다. 회사의 요구로 한 달만에 만들어야 했지만, 백지상태에서 시작해 개인 시간까지 할애해 정성을 쏟았다. 예약 판매가 시작된 날,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보람을 느낀 와중 A씨는 출판팀을 총괄하는 실장으로부터 “3일 뒤까지만 나오라”라는 통보를 받았다. 해고가 아닌 ‘수습 종료’라는 명분이었다. 그는 “실시간으로 새로운 주문이 밀려오는 상황이었다”며 “성과를 인정받을 거라 생각한 제게 돌아온 건 해고 통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채용공고 상 채용형태는 ‘정직원’이었고, 경력직 채용이었다. 수습기간이 있다는 사실은 공고에 쓰여 있지 않았고, 면접 상에서도 수습기간 유무는 안내되지 않았다. 합격 통지 전화에서야 ‘저희가 3개월 수습기간이 있다’라는 안내를 처음 들었다”며 “수습기간이라 해도 통상적인 ‘정직원 채용계약서’를 쓸 것이라 생각했지만 첫 출근 날 사무실에서 받은 계약서는 ‘3개월 수습 계약서’였다. 충격을 받았지만, 그 계약서에 사인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우리는 수습 근로자를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평가 기준은 평등하거나 공정하지 않았고, 직책자의 사적 감정에 따라 달라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왜 수습 종료를 당해야 했는지, 오래 생각하지 않고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직속 상급자 B팀장의 심기를 거슬렸기 때문”이라며 “과거 B팀장은 부하 C씨를 향해 채팅방, 사무실 등에서 쉬지 않고 문책했다. 저는 B팀장이 ‘C씨를 지도하라’고 했을 때 응하지 않고 시스템 정비를 제시했다. 하지만 B팀장은 제안을 묵살하고, 제 노력을 ‘불쾌한 돌발 행동’으로 상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이것이 해고 사유서에 기재됐다. 팀 내 갈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었다고 다른 상급자에게 설명해 봤지만 ‘모회사인 리디가 수직적인 소통방식이라 자회사인 우리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답이 돌아왔다”며 “C씨 역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고,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하지만 회사가 작고 체계가 없다는 이유로 상식적인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C씨는 자진 퇴사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후배 편집자를 가르치라는 명령을 거부한 뒤 B팀장의 태도는 돌변했다.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해왔던 B팀장은 제게 갑자기 위계와 절차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수습 평가를 해야 하니 외부로 발송하는 모든 메일을 내게 보내라’라고 하기에 보냈다. 그러자 다음엔 ‘모든 발주서와 매회차 교정지까지 전부 보고하라’는 명령이 왔다”며 “같은 팀 다른 동료들은 평가 과정에서 저처럼 이메일을 보고한 적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경력자로서의 존중도, 동료로서의 신뢰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명하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해고 사유서에는 ‘과도한 자기주장’, ‘상부 지시 불복종’ 등이 적혀있었다고 A씨는 전했다. 그는 “회사에서 내민 해고 사유서는 모독에 가까웠고, 저는 모멸감을 느꼈다. 대부분 B팀장의 입장에서 적은 듯한 글”이라며 “해고 문서 속 악의적인 왜곡으로 가득한 내용도 문제지만, 가장 상처로 남은 건 ‘수습이니까 이 정도면 문제없다’는 회사 측에 태도였다. 절차를 지켜서 통보하고 서류를 전달하지 아무 문제없다는 태도, 항의를 해도 무의미한 상황에서 어디까지 의무를 다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듯한 태도”라고 토로했다.

해고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는 A씨는 부당해고 철회와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A씨는 “사유서에 적힌 내용 중 어떤 것도 해고 사유로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게 일어난 일은 부당해고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힘이 닿는 데까지 싸울 것”이라며 “회사는 잘못을 인정하길 바란다. 해고에 책임이 있는 오렌지디 대표와 임원들, B팀장의 사과를 요구한다. 수습 종료를 철회하고, 원직 복직시켜줄 것을 요구한다. 재발 방지 대책을 성실히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A씨의 글이 파장을 일으키면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오렌지디의 자회사인 리디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사건과 관련해 오렌지디에서 철저한 재조사가 시작됐다”며 “리디에서도 추이를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시맨틱에러’는 리디에서 연재된 웹소설이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동명의 드라마가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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