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헌재의 탄핵안 심리 착수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선 테마주’가 출렁이고 있다. ‘대선 테마주’란 차기 대권 후보들과 관련된 회사들의 주식이다. 회사의 경영 상태나 성장 가능성보다는 대선 주자와 무슨 연관이 있는가를 보는 것으로 보통 인맥주, 정책주, 지역주로 나뉜다. 대선 때만 되면 ‘카더라’식으로 테마주들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어떤 종목이 테마주인지 정확히 분간하기는 힘들다.

테마주는 후보의 지지도에 따라 주가의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려워 투자자가 언제든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종목이다. 특히 탄핵정국에 놓인 우리나라처럼 차기 대선구도가 안갯속일 경우 대선 테마주가 주식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테마주에 편승해 단기차익을 노리려는 ‘작전세력’이 활기를 쳐 금융당국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잡음을 양산하고 있는 소위 ‘문재인 테마주’, ‘반기문 테마주’ 등 대선 테마주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봤다.

 

(사진=뉴시스)

'반기문 프리미엄' 미비

지난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서자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서 반기문 테마주가 뜨기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 시장과는 다르게 무소속 후보다. 당을 아직 정하지 못한데다 형식상의 검증 절차도 앞두고 있어 대선 당일까지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식 시장에서 거론되는 반기문 테마주들은 ▲보성파워텍(반 전 총장 동생인 반기호씨가 과거 부회장으로 재직) ▲한창(유엔환경계획 상임위원인 최승환 씨가 대표이사) ▲씨씨에스(반 전 총장 고향인 충북지역의 케이블TV방송사) ▲아이리버(반 전 총장의 장남인 반우현씨가 SK텔레콤 뉴욕사무소에 근무) ▲광림(반 전 총장 동생인 반기호씨가 사외이사) ▲휘닉스소재(홍성규 회장이 반 전 총장과 서울대 외교학과 동문) ▲지엔코(반 전 총장의 외조카가 대표이사) ▲일야(반 전 총장 대학 후배인 김상협 KASI경영대학 초빙교수가 사외이사 재직) ▲성문전자(신준섭 전무가 반기문 총장과 국제회의를 개최) ▲신성에프에이(김주헌 대표이사가 충주고 후배) ▲우진플라임(김익환 대표 충북 음성 출신) ▲에너지솔루션(대표이사가 반 총장 사촌동생과 고등학교 동문) ▲와이비엠넷(민성식 사장이 반 전 총장과 하버드대 동문)등이다.

최근 한 달간 반기문 테마주들은 반 전 총장이 연일 구설에 오르면서 일제히 하락하는 추세다. '반기문 리스크'에 주식 급락으로 우는 날이 많았다. 물론 정치 이슈에 따라 특정 날짜에 주가가 동시에 오르는 현상도 있었으나 상승폭이 적어 정치 테마주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였다.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는 반 전 총장이 테마주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마디로 정치 이슈에 따라 '상승', '하락'을 반복하는 테마주의 특징은 있지만, 소위 말하는 ‘대박주’는 없다는 의미다. 일부 짝퉁 테마주 사태로 인해 반기문 테마주가 상당히 위축되며 동반 하락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문재인 테마주로 옮겨갔다는 평가다.

 

(사진=네이버 캡쳐)

정치테마주 '거품 주의보'

주식시장에서 ‘반기문 테마주’로서 가장 논란이 됐던 종목은 보성파워텍이다. 앞서 반 전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보성파워텍에서 부회장직을 맡고 있었지만 지난 해 9월 사임해, 테마주에서 빗겨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보성파워텍의 미얀마 사업 추진에 대해 UN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 되면서 다시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몸담았던 보성파워텍의 미얀마 사업 추진 과정에 ‘UN 대표단’이 관여하는 특혜를 받은 정황이 발견됐다. 지난 2015년 보성파워텍과 미얀마 정부간의 사업회의에 반기호 부회장을 비롯 UN 대표단과 한국 산업자원통상부 관계자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특혜 의혹이 보도되자 반 전 총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음에도 보성파워텍 주가는 급락했다.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또 다른 테마주는 동국알앤에스다. 동국알앤에스는 제강용 내화물과 스틸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기업이다. 반 전 총장의 사돈인 유원석 변호사가 이 회사 모기업인 동국산업의 고문을 지냈다는 이유로 테마주에 편입되며 상승세를 보였다. 반 전 총장 아들은 2009년 유 변호사 딸과 결혼했다.

하지만 이 주식은 한때 문재인 전 대표 테마주로 불리기도 했다. 회사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 근처에 위치했다는 이유와 유원석 변호사와 문재인 전 대표가 사법 연수원 동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 변호사는 이미 15년 전 동국산업 고문직을 사퇴해 현재는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작전세력의 의도에 따라 문재인 반기문 테마주를 오가는 헤프닝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최근 주가 동향을 살펴보면 대선 테마주로 보기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지난달에는 ‘짝퉁 테마주’ 사건까지 발생했다. 반 전 총장의 테마주로 알려지며 급등세를 보였던 파인디앤씨가 그 주인공이다.

파인디앤씨는 반기로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대표가 반 사무총장의 사촌동생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다. 단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다. 반기로 대표가 반 총장과 친척 관계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가가 반 전 총장의 영향권 아래 있는 것으로 보아 일부 투자자는 아직도 파인디앤씨를 테마주로 믿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체 없는 정치테마주의 허상을 좇고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씨씨에스의 경우 저조한 실적가운데 반 총장의 테마주라는 이유로 주가가 상승한 바 있다. 씨씨에스는 반 총장의 고향 충북지역 케이블TV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코스닥 업체 와이비엠넷은 민성식 사장이 반 총장과 하버드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와이비엠넷은 최근 주가가 크게 요동치며 반기문 테마주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민 사장과 반 총장 사이의 실제 친분은 어느 정도인지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개미들의 '무덤', 72% 손실

대선 테마주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무덤이었다.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유력 대선주자 지지도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추는 동안 개미들은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정치 테마주 16개를 분석한 결과 일명 '대선 후보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 중 72%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는 총 50만7884명으로, 평균 손실액은 1계좌당 191만원이었다.

투자금 규모별로 살펴보면 ▲100만원 미만 67.2% ▲100만~500만원 미만 89.8% ▲500만~1000만원 미만 92.4% ▲1000만~5000만원 미만 92.8% ▲5000만~1억원 미만 93.9% ▲1억원 이상 92.2%였다. 100만원 이상 투자한 개인 10명 중 1명만 이익을 본 꼴이다.

분석 기간 내 테마주의 최고가와 11월 말 종가를 비교한 결과 평균 35% 하락했다. 이는 시장(코스피·코스닥) 평균보다 고점 대비 6.5~44.6% 더 하락한 수치였다.

한국거래소는 테마주에 편승해 단기간에 시세를 조종한 '작전 세력'도 적발해 금융당국에 통보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한 증권사 여의도지점에서 근무하는 A씨 등은 지난해 9월13~29일 계좌 2개를 이용해, 한 테마주 종목을 대량 매수했다. 이후 직전가 대비 고가 매수호가를 8700여회 내, 개인 투자자의 매수를 유인해 주가를 올린 뒤 매수한 주식을 전량 처분해 차액을 챙겼다.

또 분석 테마주 16개 종목 중 10개 이상을 중복으로 투자한 계좌가 843개, 14개 이상을 거래한 계좌도 224개로 드러났다. 거래소는 이런 행위들도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조사한 대선 테마주 모두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대선 후보의 학연과 지연, 친인척의 지분 보유 등에 의해 주가가 상승·하락을 반복했다"며 "충동적인 테마주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대선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단지 대권 후보들과 연관됐다는 풍문만으로 단기간 급등하다가, 루머가 소멸되면 급락하는 등 예측이 어렵다. 투자자가 언제든지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종목이니 '카더라'식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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