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민족대명절인 설이 다가왔지만 예전 같은 명절분위기가 아니다. 전국이 일일 생활권에 접어든지 오래된 데다 주5일제로 인해 평소에도 가족이나 친지를 만날 시간적 여유가 많아 굳이 명절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이나 가족여행을 가는 것도 흔한 풍경이 되었다.

더구나 장바구니 물가는 대폭 오르는 반면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은 점도 명절을 앞둔 가게에 시름을 더해주고 있다. 이뿐인가. 지난해 우리사회를 강타한 최순실게이트와 이에 분노한 시민들의 광화문 촛불시위. 이후 이어진 박근혜대통령 탄핵 등은 설 명절을 앞둔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짓누르고 있다.

반면 정치권의 움직임은 활발하기만 하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박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갈등 속에 분당의 길로 들어서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벌이는 야권 헤게모니를 둘러싼 전쟁도 한층 가열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화 하며 각 당 대선주자들은 이미 조기대선을 앞둔 대권레이스에 돌입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 이후 본격화된 대선행보와 발마추어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의 출정식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이러한 행보는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헌재의의 결정이 내려진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때문에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 최대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대선전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권주자들 역시 광폭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제사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실 최순실게이트 실체규명을 요구하고 박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시위의 주역은 정치권이 아닌 시민이었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대기업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것은 시간당 6천 원대의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들과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실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왔으며 정유라씨의 대학입시비리는 같은 환경에서 공부하던 고등학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겼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과 자유를 억압한 일이다.

이뿐이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국정을 논단했으며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전락케 한 점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다. 서민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들의 한숨소리가 농장에 가득하고 연일 치솟는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주름살은 깊어만 지고 있다.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해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이로 인해 고금리 위험이 높아져 1300조가 넘어선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되고 있으며 물가인상, 공공요금 인상, 중국의 한한령 등 우리나라 경제를 옥죄는 요인만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선은 정치권, 그들만이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면 안 된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처럼 민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번 설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고향을 찾고, 부모, 형제, 친인척을 찾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분명 이번 설에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차기 대선과 같은 정치권 이야기와 사드 및 중국의 한한령, 소녀상 문제와 같은 한국의 대외정책, 그리고 AI와 물가상승, 취업 등과 같은 다양한 소재를 놓고 이야기 나눌 것이다.

정치권이나 대권주자들은 이러한 설 민심을 헤아려야 한다. 권력 다툼이 아닌,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준비를 하여야 하며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정치 쇼에 불과하게 되면 광화문의 촛불은 다시 타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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