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AI에 이어 전국이 구제역 비상이다.

각각 두 종류씩의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군 투입까지 고려하고 있으며 전수조사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0일 구제역 방역과 관련해 "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경우 군(軍) 투입을 해야 할 상황으로 판단된다. 면밀히 검토해 신속히 판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만큼 정부가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9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구제역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4단계)로 격상했다. '구제역 대란'이 터졌던 2010년 이후 7년 만에 일이다. 이에 따라 살아있는 가축의 농장 간 이동이 금지되고, 전국에 통제 초소와 소독 장소가 설치된다. 전국 86개 가축 시장은 오는 18일까지 폐쇄된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이 심각한 것은 2010년에 발생한 구제역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경기 연천 소재 젖소 사육농장이 혈청형 `A형' 구제역으로 확진됐다.
또 지난 5일과 6일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농장과 정읍 한우 농가의 혈청형은 'O형'이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구제역이 동시에 발생한 사례는 처음이며 구제역 발생 지역도 경기 연천과 충북 보은, 전북 정읍으로 광범위하다.

하지만 정부의 백신 정책은 O형 바이러스 대응 위주였다. 그러다 보니 이번과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 전개에 정부 당국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O형과 A형 바이러스에 동시 대비하는 'O+A형' 백신을 구비하고 있지만, 보유 물량이 190만마리분 정도라 백신 일제 접종 대상인 소 280만 마리에 모두 접종할 수 없는 상태라 한다.
특히 문제는 A형 구제역의 경우는 지난 2010년 포천ㆍ연천 소 농가에서 6건 발생한 사례가 유일하기 때문에 보유 중인 백신의 방어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아직 연천 구제역 정밀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아 현재 보유 중인 O+A형 백신의 효능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는 우선 영국 백신 제조사에 O+A형 백신 물량을 확보해달라고 긴급 요청했지만, 수입 백신이 들어오는 데는 일주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뒤늦게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허점투성이인 정부 백신 정책과 방역 대응으론 구제역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하면 2010년과 버금가는 사태가 올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2010년 구제역 대란은 같은 해 11월 28일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2011년 4월 21일까지 11개 시·도, 75개 시·군에서 3748건이 발생해 소 16만 마리, 돼지 336만 마리를 살 처분됐다.

사육농가들은 구제역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관련 농가는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상태인데다 AI가 수그러들기는커녕 다시 번지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구제역까지 확산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AI나 구제역은 사육농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그 피해가 돌아온다. 이미 AI로 인해 달걀 값이 하늘높이 치솟았으며 최근에는 닭고기 가격도 올랐다. 소나 돼지고기 가격 역시 구제역으로 인해 사육두수가 줄어들면 오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소비자 물가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실 지난번에 정부는 항체 형성률이 97%이기 때문에 구제역은 안전하다고 하는 등 부실한 표본조사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백신을 추가 접종할 시기를 놓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이미 구제역은 확산일로에 있으니 책임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이를 방지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AI와 구제역과 같은 여러 가축 질병이 매해마다 되풀이 되는 것은 오직 생산성과 효율을 추구하는 산업구조와 경제 논리 때문이다. 차체에 현행 축산법을 일부 개정해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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