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정부가 최근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는 모든 관계부처 장·차관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그만큼 정부가 내수경기 침체국면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무려 87개에 이르는 정책을 쏟아냈다. 단순히 정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행계획이라 한다. 그야말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란 대책은 다 내놓은 것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이번 회의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른 내수 둔화 흐름을 조기 차단하고 어려운 민생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구매력을 뒷받침 해주는 소득 확충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방안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내수 활성안은 소비심리 회복과 가계소득 확충, 가계·자영업자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월~목요일중 30분씩 초과근무하고 매월 금요일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하여 2시간 일찍 퇴근토록 하는 유연근무제가 돋보인다. 가족이 쇼핑, 외식 등을 즐기게 하여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직장인들까지 냉소적인 반응이다. 평일 초과근무만 하고 금요일날 일찍 퇴근은 생각도 못할 것이라는 이유다. 공무원과 대기업 일부를 제외하고 제조업 생산직이나 서비스 업종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라는 것이다.
평일날 연장근무로 인한 연장근로 수당도 업주입장에선 부담스럽기만 하다. 또 금요일날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이들이 반드시 외식이나 쇼핑을 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지갑이 얇아진 직장인들이 TV시청만 하게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5대 관광열차 주중 30% 할인제도나 호텔·콘도가 객실 요금 인하시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경감 제도도 실효성을 의심받는 정책이다. 관광열차라 함은 평일날 여행을 떠나는 경우인데 30% 할인을 받기위해 평일날 여행스케줄을 마련하는 경우도 많지 않을뿐더러 실제 이용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30% 할인제도는 이미 코레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가계소득 확충정책도 재탕이거나 오히려 빚폭탄만 안겨줄 개연성이 높은 정책이다. 조선 대형 3사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대상으로 지정 추진하여 필수인력 유지 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이런 경우 굳이 정부에서 지원을 안 해줘도 필수 인력을 조선사에서 해고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필수 인력이 아니어서 해고위기에 놓인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생계에 지장이 없게 해주느냐가 관건이지만 휴업·휴직 수당 인상과 확대만 해줄 뿐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또 미취업 등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고졸이하 저소득 청년 대상으로 생계비 지원방안을 마련한다거나 생계자금 대출 한도 확대, 임차보증금 대출 신설 등과 같은 대책을 내놨지만 임시방편일 뿐 이미 100만에 육박하는 실업자들을 위한 근본 대책이 없다. 물론 복지정책측면에서는 환영받을 일이지만 그에 따른 재원마련은 또 어떻게 할지도 걱정이다.

문제의 핵심은 고용불안과 가계부채에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 단기 부양책만 내놓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그동안 경기부양책으로 추진했던 건설경기 활성화나 대기업프랜드리 정책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많은 공헌을 했는지 냉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정부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새로운 대안도 마련해놔야 한다. 안 되는 정책을 가지고 언제까지나 전전긍긍할 수는 없지 않는가. 경기활성화는 정부만 고민해야할 사안이 아니다. 정치권도 민생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저녁이 다되어도 손님이 없어 주인과 종업원만 우두커니 앉아 있는 식당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경제를 살리는 데는 여야나 진보와 보수의 구별이 필요 없다. 공멸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머리를 맞대고 서로 협력하면서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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