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경배 국장] 우리나라 역사상 첫 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됐다.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것은 처음으로 이번 결정은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직무정지 상태의 박 대통령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대통령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원 234명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재로 넘어온 지 92일 만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 없는 말 그대로 ‘대통령 궐위’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앞으로 2개월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과도 정부’를 운영해야 한다.
‘10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는 고사성어가 있지만 대통령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하고 권좌에서 물러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충격적인 일임은 분명하다.

대통령이 궐위되면서 이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미 민주당은 당내 대선룰을 확정하고 대선후보 선출에 여념이 없으며 다른 정당들도 대선후보 선출에 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차기대통령을 뽑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더욱 신경 써야 할 문제는 탄핵 정국에서 둘로 나뉘어 극도의 갈등을 벌이고 있는 국론을 어떻게 하나로 뭉칠게 할 것인가이다. 단순히 진보와 보수만의 싸움이 아니다.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이 대대적인 경제 보복에 나서고 있고, 북한은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 백주대낮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암살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뿐만 아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을 내비치는 등 본격적인 통상 압력을 준비하고 있고, 소녀상 문제와 독도,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해 일본과의 관계도 악화 일로에 있다.

국내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내수 침체의 늪은 끝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1300조가 넘어선 가계부채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또한 아직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는 AI(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까지 그야 말로 대내외적으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론 분열은 심각한 상황이다. 당장 탄핵반대를 외쳤던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은 이날 헌재의 탄핵인용 사실이 알려지자 헌재 방향으로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하면서 경찰 버스를 부수고 막대기나 철봉으로 경찰을 폭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미 정치권이나 국민 대다수는 헌재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시위와 집회가 계속된다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안그래도 갈가리 찢어진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더욱 가열해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당장 ‘통합’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교계 역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후 잇따라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민화합을 이루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그만큼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세력의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측의 상황인식이 전혀 다르고 이를 중재해야할 중간층이 없다시피 하다. 우리 사회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정쩡한 이들을 회색분자라 덧칠하면서 한쪽으로 쏠림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를 중재해야할 정치권이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오면서 갈등요소를 더욱 키웠다.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해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서 장외집회를 선동하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 모두의 아픔이다. 한나라의 대통령이 탄핵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자체가 아픔인 것이다. 이제 그 아픔을 가슴속에 묻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리만의 나라가 아닌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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