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연예계 내 성폭력’ 토론회...연예계는 성범죄 사각지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도종환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STOP 연예계 내 성폭력'이라는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왼쪽부터) 진선미 의원, 조인섭 변호사, 배우 김꽃비 씨,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이윤정 영화감독, 한인철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장,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이 패널로 참석했다.(사진=설석용 기자)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여성 연예인들의 성범죄 사건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9년 고 장자연 씨가 연예계의 검은 실태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에 ‘노리개’라는 영화가 제작돼 사회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과거 연예인을 지망하는 여성을 상대로 하는 성접대, 술자리 강요 등의 성매매 실태가 암묵적으로 성행됐다면 최근은 촬영 현장에 있는 여성 스탭들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촬영 현장을 비롯한 연예계는 프리랜서들의 집합으로 구성된 조직이라 강압적인 규율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연예인들의 화려한 모습 뒤에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 실태를 근절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강력한 법제화 시스템을 요구하고 있다. 사법적 처리가 진행되기까지 장애가 많고, 피해자 개인의 승률이 높지 않다고 설명한다.

특히, 연예계 부조리 특성상 피해자가 ‘용기’를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근본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표준계약서 작성 등을 통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가 지는 싸움이라는 인식 만연해”

“나만 참으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는데...”

성폭력 실태 감독·조사하는 공적기구 필요

영진위, 오는 6월 본격적인 실태조사 돌입

 

◆ “내가 거부할 수 있을까, 나만 견디면 되는데...”

배우 김꽃비 씨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촬영현장에서 내가 거부할 수 있을까’, 나만 참으면 나만 눈 감고 견디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는데 내가 거부할 때 수습해야 할 후폭풍이 크다”며 촬영 현장에서 느끼는 여배우의 심경을 고백했다.

김씨는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STOP 연예계 내 성폭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하루하루 회차 당 제작비가 얼마며, (성적 수치심이 느껴질 만한 상황을 )거부했을 때 스탭들의 원망이 나한테 올 거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것도 못하면서 무슨 배우냐며 배우의 미덕을 들먹인다”면서 “그 현장에서 결국 (여성들은)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 사람 한 명만 참으면 되는 거”라면서 “현장에서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흔하다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데 카메라로 배우의 특정 부위, 민감한 부위를 확대해 보면서 촬영팀이나 모니터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그 화면을 보는 등 희롱을 하는 것도 꽤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후폭풍이 두려워 항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는 “배우들은 좀 덜하지만 배우가 아닌 스탭들에게는 얼마나 더 심한지. 의상팀이나 분장팀 여성 스탭들이 많다”며 “거부하기 힘든 ‘막내’들을 술자리로 불러 언어적으로 많이 희롱한다. 또 영화현장 특성상 숙소생활을 많이 하는데 은밀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계 사람들이 대부분 개인들의 집합이어서 조직을 아우르는 회칙이 존재할 수 없다”먀 “영화현장은 현장마다 조직이 달라져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기가 쉽다. 개인의 제작자 한 제작사가 윤리적이길 바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은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도종환 의원은 1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STOP 연예계 내 성폭력'이라는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가 사회를 맡았다.(사진=설석용 기자)

◆ 이기지 못할 싸움? 사법적 접근 필요하다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를 제작한 이윤정 감독은 “영화계 내부에 성폭력 실태를 감시·조사하는 공적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이 감독은 “개인들의 집합체라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폭탄을 서로 돌리고 있는 것과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는 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며 “입증 책임에 대한 과정상 책임은 피해자가 물어야 한다. 성폭력 사건에서 사건현장이 찍혀있는 성폭력 사건이 얼마나 되겠나. 피해자는 앞뒤 정황을 증언해줄 증언자가 없어 사실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뒤에 올 후폭풍 때문에 ‘침묵’을 가장 많이 선택한다”며 “예방차원의 시스템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사법적 처리로 가기까지 장애가 많아서 중간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송가연 선수도 원하지 않았지만 회사의 권유로 세미누드를 찍었다. 홍보용으로 쓰인다고 했지만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 없었다. 계약서에 누드촬영 항목은 없었다”면서 계약 시스템을 지적했다.

윤 소장은 여배우와 촬영합의가 되지 않았는데 남성의 성기를 잡게하고, 감정을 잡으라며 따귀를 때리고, 감독이 출연하는 배우와 함께 셋이 자자고 제안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후 해당 배우는 70%이상 진행된 영화에서 하차했지만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기획사 대표가 연예인 지망생을 노골적으로 자자고 모텔을 데려갔는데, 다행히 모텔방이 없어 그냥 나왔다. 그 지망생은 기획사에 항의했지만 대표는 “요즘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내가 너를 테스트 해 본 거다. 넌 내 테스트에 합격했으니 우리와 함께 하자”고 답변했다는 어이없는 일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세세한 계약서 작성, △기획사에 대한 관리·감독, △여성들의 연대 필요성, △공론의 장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영진위, 본격 실태조사 나서...법률적 지원도 가능

영화 제작비 지원과 허가 등을 관리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연예계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해 6월부터 전면적으로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인철 영진위 공정환경조성센터장은 “실태조사의 진행방향에 대한 자문을 받고, 영화현장 내 성희롱 예방 가이드 북 제작, 불공정한 관행에 대해 해소 및 근절을 위해 011 대표전화 운영, 필요시 법률지원” 등을 하겠다고 전했다.

또 “성희롱 예방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만 (촬영) 현장에 대한 지원을 하고, 영화 산업 내 성범죄 근절을 위한 토론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려고 한다”며 “영화산업 내 성범죄 근절을 위한 영화인선언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가 영화산업 내 성범죄 근절을 위한 첫 발을 딛는 해가 되길 바란다”며 “근본적으로는 양성평등 올바른 영화제작 환경을 만드는 데 부단한 노력을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또 토론회 참석한 조인섭 변호사는 “여성연예인들보다는 지망생들이 상담을 주로 온다. 오디션 단계에서 여성연예인으로, 최근에는 영화현장에서 여성스탭들에 대한 성폭력으로 확대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 변호사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사실 많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연예계 성범죄 근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화진흥기본법을 설계하게 돼 있는데,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법에 명시를 해준다면 의미가 있는 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등급이나 연기 수위 등을 자세하게 공지를 하고 만약에 변경이 될 경우 해당 배우의 동의를 받는 것도 명시를 하는 것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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