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 주최 토론회, 대법원장·법원행정처 권한 축소…사법부 견제 구조 쟁점

1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주최로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최병춘 기자)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권력이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법개혁의 핵심으로 대법원장의 막강한 권한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법부의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최근 사법개혁은 막강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또 사법부에 대한 공정한 견제 구조를 갖출 수가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20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사법부 분과위원인 노회찬 의원(정의당 원내대표) 주최로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노 의원이 사법개혁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 개정 착수에 앞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사법 민주화? “대법원장 권한 축소부터”

 

논의는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과 법원행정처 개혁 방안이 주요 골자로 한 이른바 ‘사법 민주화’를 위한 방향 설정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날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노 의원은 기조연설을 통해 “국민들이 왜 사법부를 불신하는가가 이번 토론회의 화두라고 생각한다”라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사법개혁의 목표라면 사법개혁의 시작은 법관의 독립과 사법부의 민주화”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 의원은 전관예우 척결, 법조비리 일소, 법관 구성 다양화 등을 사법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노 의원은 법관 구성 다양화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법관출신의 대법관, 여성 대법관 임명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제왕적’이라 칭할 만큼 인사권을 포함해 법원행정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는 막강한 대법원장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이날 노 의원이 공개한 사법개혁 보고서도 이 같은 대법원장의 권한 견제에 집중했다. 보고서는 노 의원의 의뢰를 받아 판사 출신의 이용구·유지원 변호사(법무법인 LKB&Partners)가 작성했다.

보고서는 대법원장의 막강한 권한 견제에 집중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폐지가 가장 먼저 화두로 제시됐다.

이용구 변호사는 “현행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고 있는 체제”라며 “사실상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위계질서가 작용하고 있어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법관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게 문제의 요지다.

이를 위해 우선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폐지하고 대법관추천위원회가 대법관을 제청하는 방안과 법관에 의한 선거로 대법관을 선출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하지만 이는 헌법을 개정해야한다.

이에 현행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한 방법으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은 그대로 두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식에 무게를 뒀다. 현행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국회 추천, 대법관휘의 추천 법관, 전국법관회의 추천 법관 등으로 다양화하고 위원장을 대법원장 임명이 아닌 위원회 내에서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꿔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장 또한 소속 법관들의 선거에 의한 법원장 호선제 도입과 대법관회의 합의를 통한 법원장 임명제 등이 방안으로 제시됐다. 현재 대법원장은 법원장의 보직권을 통해 전체 법원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 행정을 감시하고 주요 사법행정업무를 심의하는 전국법관회의를 설치하고 각급 법원 사법행정을 판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의 일선 법관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독점화된 사법행정, 법원행정처 개혁 화두

 

특히 대법원장의 권한 독점 통로로 지목된 법원행정처의 개혁 방안도 모색됐다. 현재 사법행정은 법원행정처가 정책의 수립부터 결정, 집행을 총괄해 담당하면서 권력화되면서 법관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변호사는 “판사가 아닌 변호사를 포함한 법원공무원이 법원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탈(脫)판사화를 시도해야한다”며 “또 제판제도 연구 및 개선기능을 사법정책연구원으로 이관해 법원행정처 조직을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법관의 윤리성 회복을 위해 법원행정처에 소속돼 있는 윤리감사관을 법원 외부로 분리토록했다. 윤리감사관은 공개모집절차를 통해 임용하고 윤리감사관을 상임위원으로 하는 법관독립위원회 설치도 제안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보고서 취지에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각론과 방향에 대한 이견도 제시됐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국운 한동대 교수, 이재화 변호사, 우재선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사법개혁위원장(사진=최병춘 기자)

대법원장·사법행정 권한 분산 한목소리

 

이국운 한동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대법원장이 판사 인사를 독점하는 이런 체제는 군사정권 시대 때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사법부를 보호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지금까지 이어갈 필요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교수는 “사법행정은 그 분야 전문가들로서 국회 또는 대의기구 선택을 받은 사람이 전담하도록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사법행정 분리를 강조했다.

함께 지정토론에 나선 박종흔 대한변협 재무이사(중앙대 겸임교수)는 대법관 회의의 강화를 역설했다. 박 이사는 “대법관 제청권을 대법관회의로 이관해야한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 중 한 명이 되지 않으면 대법관들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헙법기관인 ‘사법평의회’가 사법행정을 관장하는 방식의 사법행정권 분리와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고등법원장에게 분산하는 사법 지방분권화 등을 제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사법위원장을 지냈던 이재화 변호사는 대법권추천위 권한 강화를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의 대법관추천위는 대법원장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들러리 역할만 하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심사대상자 지정권을 삭제하고 회의와 천거절차를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재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사법개혁위원장은 “수구정권의 독재를 향한 열망이 제왕적 대법원장의 협치와 만나 큰 부패를 초래했다”며 “소수자와 약자의 보호를 위한 일관된 이력을 갖춘 법조인 다수가 임명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후보자 천거 절차와 후보추천위 회의는 공개를 주장했다.

다만 사법행정의 또 다른 권력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차장을 변호사 직에 있던 사람을 법원행정처차장으로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판사들이 겸직하는 사법행정을 법원공무원으로 선발된 변호사들로 하여금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우 위원장은 “진정한 사법개혁인지 물음표가 찍히지 않을 수 없다”며 “별도의 변호사로 구성된 행정조직은 또 다른 관료조직을 양산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보고서를 작성한 유지원 변호사는 “변호사도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한쪽이 배제된다는 것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 변호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사법행정권이 행사되지 않아야하는 곳에서는 재판권을 침해할 정도로 과대하게 행사되고 있고 오히려 행사되어야 감시나 책임 부분에 있어서는 제대로 행사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사법행정권 행사를 외부에 맞기느냐 법원 내부 판사가 가져가야하느냐 견해에서 우리는 대법관회의라는 중간적인 입장을 택했다. 사법행정은 법관의 독립과 나아가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 두가지 모두 관련돼 있는 만큼 절충하는 자세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사법개혁 화두 촉발한 ‘사법행정권 사태’

 

사법행정권 사태는 사법부 내 연구모임 중 하나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을 상대로 한 ‘국제법 관점에서 본 사법 독립과 법관 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가 시발점이 됐다.

대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3월 25일 서울 연세대 광복관 국제회의장에서 학술대회에서 우리 나라 판사 10명 중 9명은 '법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현재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임종헌(58·사법연수원 16기) 법원행정처 차장이 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는 해당 의혹 조사 결과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학술대회를 압박했다고 결론을 내렸고 학술대회 관련 대책을 세우고 일부를 실행한 법원행정처 역시 책임이 있다고 봤다.

진상조사위가 결과를 발표했지만, 각 법원에서 판사 회의가 이어지는 등 일선 판사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법원행정처에 판사들의 블랙리스트 저장된 됐다는 의혹이 제기 됐다. 나아가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장의 막강한 인사 권한에 대한 문제점이 공론화되면서 사법개혁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게된 계기가 됐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