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숙은 상황이지, 신분이 아니다” 
[인터뷰] “노숙은 상황이지, 신분이 아니다” 
  • 이해리 기자
  • 승인 2019.11.12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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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이수범 실장
“시민들의 편견, 인식의 변화 필요”
“개인이 혼자 주거할 수 있는 공간 마련돼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노숙은 상황이지, 신분이나 천연두가 아닙니다. 노숙인분들은 폐품처럼 버려야 할 사람이 아니라,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민입니다.”

서울역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 입구 앞 한 노숙인이 희망지원센터에서 받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사진=이해리 기자)

이수범 서울역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 실장은 노숙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천연두, 폐품과 같은 단어에는 이들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19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 ‘노숙인’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정해진 주거가 없어 거리에서 잠을 자는 이들을 홈리스(homeless)라고도 부른다. IMF 사태로 기업들이 무너지며 많은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됐다. 이때부터 노숙인 문제가 시작돼 올해 21년이 지났다. 현재 노숙인의 규모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17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노숙인은 1만 7,000여 명에 달한다. 정부는 본격적인 한파를 앞두고 이들의 겨울철 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뉴스포스트>는 7일 서울역 다시서기 종합 지원 센터에서 15년째 노숙인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이수범 실장을 만나 노숙인의 현실과 그들을 위한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실장은 “노숙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합니다”라면서 “사회 문제는 사회적으로 풀어야 하지만, 노숙인의 문제는 마치 개인의 문제처럼 몰아버린 게 지금 현실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역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이수범 실장. (사진=이해리 기자)

Q. 노숙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 사전적 정의가 없다. 노숙인이란? 

A. 장애인이나 아동,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놓고 보면 노숙인이 이들과 딱 하나 차이 나는 것이 있다. 바로 주거가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홈 리스다. 하우스의 의미, 건물과 주택의 의미, 가정의 의미가 있는데 이것을 합쳐서 홈이라고 한다. 이게 없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독립적으로 거주할 개별 주거 집이 없는 게 노숙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노숙인은 법적으로 세 분류로 나눈다. 첫 번째는 노숙 시설에서 생활하는 ‘시설 노숙인’, 거리에 있는 ‘거리 노숙인’, 고시원이나 쪽방, 사우나, 찜질방, 만화방, 폐가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준 주거 시설 노숙인’ 등이다. 마지막의 경우는 우리의 육안으로도 잘 구분되지 않는다. 

Q. 다른 곳에 비해 서울역, 영등포역 등 주요 역 주변에 노숙인이 많이 몰리는데 이유가 있나.

A. 시대가 많이 변했다. 노숙인이 음식점 주변만 가도 내쫓고 경찰 부르기 바쁘다. 이분들에게는 자신이 굶어 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오늘 저녁 당장 비를 피해서 하루를 잘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응급 보호 시설과 무료 급식소, 일용직 직업소개소,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장소 등이 주요 역 주변에 있기 때문에 이분들이 역 주변에 몰리는 것이다. 

Q. 현재 겨울철 노숙인을 위한 응급 잠자리 현황은. 

A. 서울역에는 이곳 희망지원 센터와 함께 서울역 파출소 지하도가 있다. 센터에는 45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고, 지하도에는 큰 방과 작은 방이 있다. 115명 정도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다. 올해는 15일부터 내년 3월 말까지 4개월 반 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영등포에도 4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응급 잠자리가 있다. 이 외에도 서울 전역에 총 1,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노숙인 쉼터가 있다. 한겨울 노숙인분들이 거리에서 추위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는 것이 거리 사업의 핵심이다. 그분들이 추위로 인해 안전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낼 수 있는 보호 공간을 최대한 만들어 개방할 예정이다. 

이수범 실장은 시민들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노숙인의 입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해리 기자)  

Q. 거리 상담 활동, 자활 프로그램, 응급대피소 등 다양한 노숙인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나. 

A. 노숙인분들이 민간 기업에 취업할 때 신용 문제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노숙인의 60% 이상이 신용불량자다.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대부분이 신용을 따지지 않는 일용직 시장에서 맴돈다. 노숙인들이 자활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많이 취득하는 것이 바리스타 자격증이다. 노숙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이는 40대 후반에서 50대로, 커피 매장에서 직원을 고용할 경우 이들보다는 청년층을 선호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분들이 일반 민간 시장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미스매칭이 생긴다. 

또한 제도라는 것은 형식적인 틀을 갖춰야 한다. 자격 기준과 절차, 지원금은 얼마를 줘야 하고 이런 것들이 있다. 하지만 조회해보면 이런 법 속에도 잘 안 들어가는 분들이 있다. 태어났지만 호적은 없는,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지만, 행정적으로는 없는 사람이다. 이분들은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시설에서도 생활하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 이런 경우는 급히 임시방편으로 사회보장번호를 받아 호적을 만들 수 있다. 

Q. 다양한 노숙인 분들을 만나보셨을 텐데, 실제로 노숙인들이 겪는 어려움들은 무엇이 있나.

A. 가장 큰 어려움이 주거가 없다는 것이다. 거리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노숙인들은 대부분 이불도 없이 종이 박스를 덮고 자는데 거리에는 항상 사람들이 다니기 때문에 발소리, 말소리 등이 늘 들려 항상 피곤하다. 장시간 잠을 잘 수도, 깊이 잠들 수도 없다. 

이와 비등하게 어려운 부분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실직이나 사업 실패로 재기가 힘든 부분도 있고, 거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몸과 정신 등 건강상의 문제가 생긴다. 

노숙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그냥 노숙하고 싶어서 대충 살다 나오는 경우는 없다. 그만큼 노숙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위기계층들이 집을 나와 거리에서 하룻밤 자는 경우가 있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정도로 힘들다. 또한 시민들의 편견도 견디기 어려운 부분이다. 

Q. 시민들의 편견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A. 노숙인이라고 하면 우리는 게으르고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 아무것도 안 하려는 사람으로 쉽게 생각한다. 노숙이라는 것은 사람의 부지런함과 게으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 사회가 무한 경쟁 시대로 변화하면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쓰러져 있거나 구걸을 하고, 또는 행패를 부리는 이런 거리에 나와 있는 노숙인의 비율은 실제로 10% 내외다. 나머지 90%는 시설에 있거나 준주거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육안으로 보면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시민들이 생각하는 노숙인은 굉장히 좁은 부분이지만, 모든 노숙인이 그러려니 한다. 

Q. 이러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A. 인식의 변화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 거리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민들이 훨씬 더 위협적인 경우가 있다.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는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심하면 욕을 하고, 침을 뱉고,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밤에 자고 있으면 발로 차고 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을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이분들에 대해 말도 쉽게 한다. 거리게 계신 분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한 다리 건너면 친구일 수 있다. 괴물이나 짐승이 아닌, 같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살아오는 과정에서 헛발을 디뎌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는 것이다. 

한 번 노숙 생활을 했다고 해서 평생 하는 것도 아니다. 노숙이라는 상황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 주변에서 따뜻한 손길을 한 번 내민다면, 말 한마디를 따뜻하게 건넨다면 이분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분들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Q.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주요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A.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주거복지 로드맵에도 홈리스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것이 한국의 현주소다. 요즘에는 청년 실업, 저출산 등이 큰 문제다 보니 노숙인들에게까지는 큰 관심이 오지 않는다. 노숙인 지원 사업은 사회 취약계층 사업에도 항상 빠져있다. 그래서 중앙정부의 정책들을 보면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청년 세대들을 위한 주택 공공주택은 많이 펼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홈리스에 대한 주택이 배분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정부가 노숙인들을 위한 주택을 많이 제공했으면 좋겠다. 

일반적인 가정은 같이 살지만, 방은 따로 쓴다. 농경사회처럼 공동으로 한 방에서 같이 자는 문화가 아닌 개별적인 자기 공간, 사적 공간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하는 시대다. 이는 노숙인들도 마찬가지다. 노숙인들은 18세기 사람이 아니고 똑같이 동시대의 사람이다. 이럴 때 쉼터와 같은 시설은 공간이 좁기도 하고, 여러 사람 같이 생활해 불편하다. 

지금 노숙인 분들도 당연히 개별적으로 내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더 선호한다. 지금은 이런 지원이 필요한 시대로 무조건 시설을 많이 늘리는 방침보다는 개인이 혼자 주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리 기자 h4218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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