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가방 학대’ 이어 창녕 ‘프라이팬 학대’
학대아동 ‘원가정보호제도’로 다시 학대 노출
“지옥같은 가정은 가정 아냐…아동복지 이념 다시 세워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충남 천안, 경남 창녕 등지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은 그 수법이 잔인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특히 천안 계모가 9살 아이를 여행가방에 가둬 사망케 한 사건은 두 번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바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다. 잊을 만 하면 아동학대 사건이 다시 튀어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픽=김혜선 기자)
최근 천안 아동학대 사건, 창녕 아동학대 사건 등 잔인한 학대 사건이 발생해 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9일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초동대처가 잘못됐다. 천안 계모 사건은 이미 두 번이나 아동학대로 신고가 들어갔던 건”이라며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긴급 개입해 분리를 시키던 했어야 하는데, 이런 판단을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 계모 사건’은 계모 A씨(43)가 지난 1일 충남 천안시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 두 개에 7시간 동안 가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사망한 아이는 지난 어린이날 머리가 찢어져 인근 대학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병원 의료진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는 “훈육 차원에서 체벌한 것”이라는 A씨의 말에 아이를 그대로 돌려보냈다.

이에 공 대표는 “병원의 의사는 아이 몸의 상처를 보고 ‘증거’로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고, 기관에서는 ‘다시 안 그러겠다’는 부모의 말을 듣고 판단했다. 전문가는 말로 판단하면 안 되고,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판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보호 관련 기관이 세워진 지 20년이 넘었다. 아동학대 관련 매뉴얼이나 시스템은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것을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아이를 왜 분리하지 않았느냐 라는 질문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답변은 전문가가 판단 미스를 했다는 얘기다. 전문가 판단 미스로 아이가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리를 안 할 거면 왜 쉼터를 만들어 놓았느냐”고도 덧붙였다.

해마다 아동학대 사례가 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아이들이 재학대 받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게 공 대표의 지적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2018년 5년 동안 아동학대 발생 사례는 꾸준히 늘었고, 지난해에만 재학대 사례가 2543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대비 10.3%가 발생했다. 아동학대를 당한 아이 10명 중 1명이 또다시 학대를 받는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학대 가해자가 압도적으로 ‘부모(95.4%)’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원가정 보호’ 제도에 대해 “물론 무조건적인 (원가정) 분리는 지양한다.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시간을 두고 충분히 부모를 교육하고, 다시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후 원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좋다”면서도 “하지만 아동학대 재신고까지 들어가면 분리를 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아동복지 시스템은 물론, 현행 아동복지법에 제시되는 기본 이념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동복지법 2조 2항에는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나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요즘에는 가정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무조건 가정에서 자라야한다고 박아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아이들을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야한다고 이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공 대표는 “아동학대가 재학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재학대가 이뤄지면 어린 아이들은 죽고, 조금 큰 아이들은 가출해서 범죄에 노출되지 않느냐”며 “지옥같은 가정은 가정이라고 할 수 없다. 매 때리는 부모가 부모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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