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9개월째 이어지면서 학교 등교 수업이 온라인 교실로 대체된 가운데, 어린이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동학대 등의 중범죄까지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에서 불이나 A군과 동생 B군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뉴시스)
지난 14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빌라 건물 2층에서 불이나 A군과 동생 B군이 중상을 입었다. (사진=뉴시스)

17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과 인천시에 따르면 부모가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화재로 중화상을 입은 인천 미추홀구의 초등학생 형제 사건과 관련해 어머니 A(30)모 씨가 방임으로 세 차례 신고를 당했다.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홀로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었다.

A씨는 2018년 9월 친아들인 B(10)모 군과 C(8)모 군을 돌보지 않는다는 신고를 처음 당했고, 인천시 아동보호 전문기관으로부터 집안 내 환경을 개선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지난해 9월과 지난 5월 2차례나 더 신고를 당했다.

인천가정법원은 지난달 27일 A씨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6개월 동안 상담을 받고, 두 아들은 1년 동안 상담하라는 상담 위탁 처분을 내렸다. A씨 역시 우울증과 불안 증세 등 정신과적 문제를 앓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상담을 받을 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형제는 이달 14일 오전 부모가 자리를 비운 집에서 라면을 끓이려다 실수로 불을 냈다. 해당 사고로 B군은 전신의 40%가 화상을 입었고, C군은 5% 화상을 입었다. 장기 등을 다쳤고, 의식불명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대규모 집단 감염이 지난달 중순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해당 지역의 학교 등교 수업이 미뤄졌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었지만, 학교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홀어머니의 방임과 코로나19 여파가 두 아이의 안전을 위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부모 가구는 약 153만이다. 이들 중 자녀가 18세 이하인 경우는 약 40만이다. 현재 비대면 원격수업을 하고 있는 학교는 전국 10개 시도에서 7천 곳이 넘는다. 코로나19 사태 속 돌봄 공백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들이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은 비단 B군과 C군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허 의원은 “이번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금지원이 아니라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상황 조성이 먼저”라면서 “아동수당 지급, 아동 양육 한시 지원 사업 관련해 한 가정당 추가 지급될 금액을 순회 돌봄 사업의 인건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혜선 기자)
(그래픽=김혜선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아동 학대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아동들이 돌봄 공백 속에 방치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부모와 함께 자택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해지는 아동들이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이 이달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아동학대 사례가 2배나 증가했다.

37개국 아동과 성인 2만 5,6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3월 이전까지 평균 8%에 머물던 아동학대 신고 비율은 3월부터 8월까지 평균 17%로 급증했다. 연구진들은 “성인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아동학대가 더욱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등교 수업이 미뤄지고 있는 국내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60건으로 총 79명이 검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 165건, 검거 84명보다 적은 수치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구속 사범이 2명이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수준의 아동학대는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을 분노의 도가니에 빠트린 아동학대 사건도 있었다. 충남 천안에서 9살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해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계모와 경남 창녕에서 9살 여아가 친모와 계부의 학대를 못 이겨 도망쳐 나온 사례도 있었다. 해당 여아는 위탁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현행법상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는 초·중·고교 직원과 의료인,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학원 강사, 구급대원 등 총 25개 직군이다. 신고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하지만 신고의무자가 아니더라도 아동이 학대를 당한 정황을 포착할 경우 누구나 아동보호 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 지나치게 불결한 위생 상태 ▲ 몸의 상처 ▲ 잦은 지각 또는 학교 결석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할 경우 아동학대 보호기관 번호 1577-1391또는 112와 119에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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