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자살예방 백서, 상승하는 중·노년층 자살률
주변에 직간접적 죽음 암시, 알아차리고 대처 해야

[뉴스포스트= 강대호 기자] A씨(남, 56세)의 어머니는 10여 년 전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는 자책했다. 그의 어머니는 평소와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했다. 특히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것이 도와달라는 신호였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며 무너졌다.

그를 대신해 친구들이 나서 어머니 시신을 수습하고, 경찰과 검찰 절차를 거치고, 장례를 치렀다. 그 기간 내내 A씨는 정신을 놓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A씨는 이 사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먹고사는 일에 바쁜 듯 보이지만 아직 자책하고 있다. 때론 원망도 한다. 본인 고통을 멈추고자 남은 가족들에게 고통을 떠넘겼다며.

(그래프=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프=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통계로 보는 자살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지난 7월 〈2021 자살예방백서〉를 발간했다.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의 자살 및 자해·자살 시도 현황과 OECD 회원국의 자살 통계를 제공한다.

〈2021 자살예방백서(이하, 백서)〉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의 자살자 수는 1만3,799명으로 2018년과 비교하여 129명(0.9%)이 증가했다. 자살률, 즉 10만 명당 고의적 자살(자해) 사망자는 26.9명 늘어나 0.2명(0.9%) 증가했다.

 

(그래프=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프=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이를 성별로 보면 전체 자살사망자 중 남자가 9,730명으로 70.5%, 여자는 4,069명으로 29.5%를 차지했다. 자살률은 남자 38.0명으로 여자의 15.8명보다 2.4배 높았다. 반면 응급실 내원자로 집계한 자해나 자살 시도자는 여자(57.4%)가 남자(42.6%)보다 1.3배 많았다. 

자살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8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자살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하여 80세 이상이 67.4명으로 가장 높았다. 한편 자해나 자살 시도자는 20대가 가장 많았고 40대가 그다음이었다.

남자 자살자의 동기는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10세에서 30세는 정신적 어려움을, 31세에서 60세는 경제적 어려움을, 61세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여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높았다.

 

(그래프=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프=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자살에 대한 생각과 계획

백서에는 우리나라 성인의 ‘자살생각’ 현황도 실렸다. 이는 질병관리청이 2년 주기로 조사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른 항목으로 “최근 1년 동안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을 말한다.

조사에 임하는 대상이 얼마나 진실하게 임했느냐가 중요하지만 실제 자살 현황과 연동해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라 할 수 있다.

2019년 성인의 자살생각률은 4.6%로 2017년 대비 0.1%p 감소했고 2015년의 5.1%보다 0.5%p 감소했다. 남자는 4.0%, 여자는 5.3%이다. 

생애주기별 자살생각 현황은, 청년기(19~29세)는 5.4%, 장년기(30~49세)는 2.2%, 중년기(50~64세)는 5.1%, 노년기(65세 이상)는 8.1%이다. 노년층이 자살을 많이 생각하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다.

백서에는 또한 “최근 1년 동안 자살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 사람”을 분석한 성인의 자살계획 현황도 실렸다.

이에 따르면 2019년 성인의 자살계획률은 1.3%이고, 성별로 분석하면 성인 남자 1.3%가, 여자는 1.2%가 자살계획을 세웠다. 

자살계획 현황을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청년기 1.4%, 장년기 0.4%, 중년기 1.7%, 노년기 2.2%로 나타났다. 노년기의 자살계획률이 가장 높았고 증가 추세에 있다.

백서는 이외에도 실제 ‘자살시도’ 현황도 분석했는데 자살 생각자와 계획자의 상당수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주었다.

이러한 분석에서 보듯이 노년층이 자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계획을 많이 세우고, 실제 자살시도도 많이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백서를 발행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노년층에 관심을 보이고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주변 사람에게 보내는 신호

자살 예방은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말 한마디가, 의도하지 않았던 행동 하나가 사람을 살릴 수도 혹은 마지막 걸음을 걷게 할 수도 있다.

혹시 주변에 극단적 선택을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살을 언급하는 경우 실제로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특히 다음처럼 노골적으로 죽음을 암시한다면 빨간불이다.

“ 죽고 싶어...”

“난 이제 끝났어...”

“끝내버리는 건 어떨까?”

물론 간접적으로 암시할 수도 있다.

“남(혹은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사라져버리면 어떨까?”

때로는 행동으로 단서를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여행을 떠날 것처럼 주변을 정리한다는지, 평소에 아끼던 물건들을 지인에게 나눠준다든지 하는.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전에 좋아하던 것들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활기를 잃는다든지, 공격적 성향을 보이며 무모한 행동을 한다든지 하는.

가장 위험한 순간은 오랫동안 우울했던 사람이 이유 없이 갑자기 평화롭거나 즐거워 보이는 등 태도 변화가 생길 때일지도 모른다. 자살을 결정하면 차분해지곤 한다고 전문가들을 경고한다.

가장 이기적 결정

A씨의 지난 10여 년을 보면 자살은 어쩌면 가장 이기적 결정인 것 같다. 당사자의 고통은 끝났을지 몰라도 남아 있는 가족들의 고통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살자의 가족이, 혹은 주변 사람이 되기 전에 ‘자살로 향하는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대처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정부와 관계 기관이 내놓는 자살 예방 정책과 캠페인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회적 신뢰감을 조성하는 게 먼저일 듯싶다. 그래야 주변을 챙기게 되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에 가까워지게 되니까.

자살의 원인으로 ‘심리적 어려움’과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꼽는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극한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서로를 챙기고 보듬어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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