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선 논설고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강응선] 이달 10일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가 집권 5년간 추진할 110대 국정과제를 국민 앞에 선보였다. 이 과제들을 모두 수행하는 데에는 약 209조 원이 소요될 것이며 재원조달은 정부지출 감소와 증가된 세금수입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일부 전문가와 단체 등이 국정과제의 실현 가능성에 토를 달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무엇을 위하여’ 이러한 국정과제들을 추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핵심가치가 무엇인가부터 명백히 하는 게 필요하다.

핵심가치의 모색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에 대한 되새김에서 출발해야 한다. 건국 이래 헌법에 명시된 이념 하에 역대 정부가 내리 지켜왔던 가치가 무엇이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무엇이 지난 정부에서 크게 궤도를 이탈했는가를 찾아보면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핵심가치에 대한 답은 저절로 나오리라 믿는다.

이 점에서 보았을 때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핵심가치는 크게 두 가지, 파괴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부정(否定)된 시장경제를 다시 창달시키는 것이라고 하겠다.

먼저 지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훼손 또는 파괴되었는가? 그 예는 많지만 가장 최근에 집권 여당의 소위 ‘검수 완박’을 위한 관련 법률의 일방적, 비헌법적 개정을 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국가치고는 너무도 ‘비민주적’인 목적과 방식으로 법률을 개정시켰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오히려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무슨 일을 하든 ‘목적’과 ‘방법(절차)’이 모두 민주적이면 된다. 민주주의란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으므로 목적이 국민을 위하고, 방법 또한 국민이 인정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가 이미 책에서 배웠고 지금도 많은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역사가 짧은 탓도 있겠지만 그동안 많은 정권들이 민주주의 근간(목적과 방법의 민주성)을 깨트리는 결과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가 돼 결국 정권교체라는 심판을 받게 된 셈이다.

작금의 현실에서 민주주의 회복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정치판에서, 그것도 여의도 정치판에서 가장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으니 여기서부터 고쳐 나가는 게 첫단추일 것이다. 바로 실종됐던 ‘타협과 협의’의 정치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러러면 새 정부부터 손을 내밀어 거대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다.

거창한 구호나 국정과제의 이행도 좋고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국민의 이익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정부. 여당이 먼저 솔선수범의 미덕을 보여주기 바란다.

시장경제의 창달은 오히려 쉬운 과제에 속한다. 정치권보다는 행정부가 마음만 굳게 먹으면 정치권과 국민을 설득, 이해시킬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새정부는 이미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가 뒤에서 밀어주는 시장경제를 지향하겠다고 누차 밝힌 바가 있다.

문제는 시장경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어찌 실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역대 정부 치고 국정의 목표로 시장경제를 거론하지 않은 적이 없다. 심지어 시장경제를 파괴한 문재인 정부도 출범 초기에는 시장경제 추구를 운운했을 정도다.

시장경제 창달의 답은 간단하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이 가장 시장경제를 억누르고 있는가부터 찾아봐야 한다. 그 지긋지긋한 정부의 각종 ‘행정규제’다. 중앙정부에 의한 행정규제는 물론이고 지방정부, 나아가서는 각종 정부기관, 단체의 의해 자행되는 민간경제, 즉 기업활동 옥죄기를 통틀어 말한다. 정말 혁명적으로 규제개혁을 새정부 초기에 단행하지 않으면 이제 우리나라는 시장경제의 뿌리마저 뽑히게 될지도 모른다.

규제개혁 또한 역대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내 기억으로는 딱 한번 1998년 DJ정부 때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당시 김대중대통령이 기존규제를 무조건 절반으로 줄이라는 절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상황이라는 특수요인이 있어 가능했다고 보기보다는 그만큼 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실증 사례다. 규제가 존재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먹고 사는 이익집단의 저항을 봉쇄하지 않으면 새정부의 시장경제 운운도 말로 그칠 개연성이 높다. 그만큼 시장경제 창달이 어렵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셈이다.

정말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더 이상 국가의 두 기둥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더이상 훼손당함을 멈추고 다시 본궤도에 정착되기를 바란다.

<프로필>
▲ 서울상대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제 16회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조정 4과장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MBN 해설위원
▲ 시장경제연구원장
▲ 고려대 초빙교수
▲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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