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선 논설고문
강응선 논설고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강응선 ] 역대 정부가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아 왔고, 국민들 또한 국가발전의 기본요소 중 하나로서 중요시한 게 바로 ‘형평(equality)’의 추구다.

같은 시대(當代)에 살면서도 소득, 학력, 재산 등에 의해 생활 수준의 격차가 더이상 벌어지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여러 정책적 수단들을 쓰는 것도 바로 이 형평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예로서 소득이나 재산의 능력 정도에 따라 누진적으로 차등을 두고 부과하는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들 수 있겠다. 시쳇말로 국가가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많이 거두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각종 복지제도 운영 등을 통해 도와 주는 게 이런 연유 때문이다.

이러한 형평에는 두 가지가 있다. ‘수평적 형평’과 ‘수직적 형평’이다. 이제껏 정부의 대부분 정책들이 그 논리적 바탕을 두고 있는 건 수평적 형평이다. 앞에서 언급한 누진적 소득세와 재산세 외에도 기초생활보장제 등 그 예는 수없이 많다.

반면에 수직적 형평이라고 하면 그것은 각 세대 간에 얼마나 공평하게 권리와 책임이 분배되고 있는가를 말한다. 가장 비근한 예로는 모든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들 수 있겠다. 통행료는 이용자의 소득이나 재산수준 등을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에 수평적 형평에 대한 고려는 일체 없다. 오로지 고속도로가 계속 운영되는 한 할아버지 세대부터 손자. 증손자, 그 이상의 세대에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한 권리와 책임(비용부담)이 동일하게 주어진다. 때문에 수직적 형평은 세대간 형평이라고 일컬어진다.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보자. 수평적 형평은 일찍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다양한 해결책들을 모색한 결과 상대적으로 많이 보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라 자체가 경제적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또 그동안 진보정권이 몇차례 집권함에 따라, 여기에 국민들의 인권과 평등 등에 관한 의식 수준이 날로 향상됨에 따라 여러 분야에서 수평적 형평에 관한 문제들은 상당 수준 완화되거나 해소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직적 형평에 관한 한 우리 사회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대응을 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 놓여진 여러 사회적 문제들의 저변에는 수직적 형평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라는 요구가 내재 돼 있는 셈이다. 세대간 형평 문제로 고민해야 할 대표적 예로선 국민연금 등 소위 사회보장성 보험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청년주거 문제 이 모두 수직적 형평에 관한 것이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그리 문제시되지 않았던 이슈들이지만 지금은 이게 대선(大選)의 핵심 공약으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청년주거 문제는 한정된 토지 위에 지어진 주택들을 기성세대들이 차지하고 있어 청년세대들에게 필요한 집을 지을 땅이 없다는 점에서 세대간 이슈가 된다. 일자리 문제도 그렇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분기 고용통계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1분기 동안 20-30 세대 일자리는 10만 개가 줄어들었고 반면에 50대 이상 일자리는 40만 개가 늘었다고 하니 이 결과를 젊은 세대들이 어찌 받아들일지 뻔하다. 근본적으로 기업활동을 억누르는 규제를 풀어야만 양질의 젊은 일자리가 늘어나건만 규제는 그대로 놔두고 대신 국민세금으로 장년층 일자리, 그것도 단기성 저질의 일자리만 늘리고 있으니 세대간에 갈등을 유발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더이상 이러한 세대간 갈등의 소지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게 하려면 더 늦기 전에 정부는 물론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대선 후보들도 청년세대의 요구를 도외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층 스스로가 수직적 형평에 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자신들의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본다.

<프로필>
▲ 서울상대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제 16회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조정 4과장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MBN 해설위원
▲ 시장경제연구원장
▲ 고려대 초빙교수
▲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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