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서 태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을철 대표 자연재해인 태풍 소식은 올해도 어김없이 들린다. 1일 오전 10시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오는 5일 제주 서귀포 남남서쪽 약 470km 부근 해상에 도달한다. 다음 날인 6일 오전 9시에는 서귀포 동북동쪽 약 180km 부근 해상까지 접근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태풍에 대한 각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태풍을 예견이라도 한 듯 독특한 자연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분홍 구름이 대표적인 예다. 하늘에 분홍 구름이 뜨면 조만간 태풍이 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오후 7시경 서울 일대에서는 분홍빛 구름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말 분홍 구름은 다가올 태풍을 미리 알려준 것일까.

1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항에 어선들이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대피하기 위해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1일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항에 어선들이 제11호 태풍 ‘힌남노’를 대피하기 위해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전조현상? 들은 바 없다

기상청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태풍은 열대저기압의 한 종류다. 세계기상기구(WMO)의 경우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33㎧ 이상인 것을 태풍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최대풍속이 17㎧ 이상인 열대저기압의 모든 종류를 태풍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7월부터 10월 사이에 발생한다. 해마다 제주와 남부 지방에 피해를 입혀 화산 폭발이나 지진, 토네이도 등과 비교해 익숙한 자연재해다. 

하지만 태풍의 전조현상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마저도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홍색 구름이 뜨면 곧 태풍이 온다는 게 사실인가’, ‘분홍색 구름이 태풍의 전조현상인가’라는 질문에 민간기상기업 케이웨더 관계자와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교수는 모두 “모르는 내용”이라고 답변했다.

실제로 태풍과 구름 색이나 태풍의 전조현상과 관련한 국내 연구 자료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조현상이나 태풍과 구름의 색깔과의 관계성을 따져보는 연구 자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태풍과 구름과의 연구 자료는 존재했다. 패턴이나 면적에 대한 연구다.

기상청 국가기상위성센터에서 2014년 발표한 ‘태풍의 강도, 구름패턴에 따른 태풍 중심위치의 불확실성 연구’ 논문에서는 구름 모양이 조직화될수록 중심 위치가 위성자료에 잘 나타난다고 정리했다. 같은 해 한국기상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정지궤도위성의 적외 채널을 이용한 태풍 발달 시 대류구름면적 증가 분석’에서는 태풍 발달 시점에서 구름 면적이 대체로 넓지만, 태풍으로 발달하지 않은 열대섭동도 유사한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 자료들 역시 구름의 모양과 면적에 대한 것들이지 색깔에 관련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25일 오후 7시경 서울 일대 하늘에 분홍빛을 띤 구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지난달 25일 오후 7시경 서울 일대 하늘에 분홍빛을 띤 구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별님 기자)

분홍 구름, 기상청 판단은?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분홍빛 구름이 태풍의 전조현상이냐는 취재진에 질문에 “과학적으로 그런 건 없다”고 답했다. 구름 색이 분홍빛을 띠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상에 있는 빛이 반사됐거나 저녁노을에 구름이 많이 꼈을 때 정도”라며 “실제 자연에서 분홍색 구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우리 눈에 분홍색으로 보이는 구름도 실제 분홍빛을 띠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서울 일대에서 포착된 분홍빛 구름은 저녁노을이 절정을 이르던 오후 7시 무렵의 일이었다. 다가오는 태풍의 예고편이 아니라, 붉은빛 노을과 구름 때가 만나 완성된 자연의 장관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아울러 기타 태풍의 전조현상으로 알려진 속설들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제비가 대거 이동하면 태풍이 온다’는 등의 태풍 관련 속설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과학적인 근거로 밝혀진 게 전혀 없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저희가 예보할 때 (전조현상이라고 알려진) 그런 것들을 전혀 참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기상청에 따르면 분홍 구름과 태풍과의 관계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다.

[참고자료]

기상청 날씨누리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관계자 전화 인터뷰

민간기상기업 케이웨더 관계자 전화 답변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문일주 교수 전화 답변

장민희·허창회·박명숙·안명환, 정지궤도위성의 적외 채널을 이용한 태풍 발달시 대류구름면적 증가 분석, 2014

이세은·김옥희·차은정·유상진, 태풍의 강도, 구름패턴에 따른 태풍 중심위치의 불확실성 연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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