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연예계 마약 사건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예능인으로도 사랑받았던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가 지난 5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8회에 걸쳐 보도방 업주 A모 씨와 함께 필로폰을 사들였고, 4월께에는 서울 강남 일대 호텔에서 3차례 여성 접객원 2명과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4중인격을 고백하는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 (사진=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캡처)
4중인격을 고백하는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 (사진=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캡처)

돈스파이크의 필로폰 투약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올해 8월 그가 출연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다. 방송에서 돈스파이크는 정신과전문의 오은영 박사에게 4중인격을 호소했다. 그는 “내 안에는 4명이 산다. 머리에서 4명이 회담을 한다”며 “이름을 붙여 포지션을 하나씩 줬다. ‘돈스파이크’는 사업가, ‘민수’는 나, ‘민지’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나, 해외에서는 ‘아주바’다. 아주바는 리더십과 통솔력이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방송 내용과 관련해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은 지난달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필로폰을 하면 부인을 의심하고, 그다음에 집착하게 되고, 그다음에 내 안에 여러 명이 있는 거 같고, 또 다른 내가 들어가 있다”며 “이성적인 나, 이성이 빠져 본능만 남은 나. 이렇게 사람이 막 여러 가지가 안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게 기본 증상이냐”고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최 실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약물의 후유증”이라고 덧붙였다.

CBS 라디오 방송 이후 일부 매체들은 다중인격 장애를 필로폰의 대표적 부작용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온라인상에서는 필로폰 중독 시 다중인격 장애를 겪게 된다는 내용이 번지고 있다. 실제로 돈스파이크는 경찰 조사 결과 1천 회 투약이 가능한 다량의 필로폰을 소지하기도 했다. 알려진 정보만 모아 보면 다중인격 장애는 필로폰 부작용인 거 같다. 정말 사실일까?

해리성 정체감 장애란?

다중인격 장애의 정식 명칭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제공하는 의학정보 포털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정체성 결여 문제로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하고, 때로는 다수의 인격으로 경험하는 장애’라고 요약했다. 한 사람 안에 2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흔히 이중인격이나 다중인격으로 불린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은 각각 다른 인격에서 경험한 것들을 일반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인격의 존재를 완벽하게 인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도 본인이 아닌 친구와 같은 남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인격은 가족의 기원과 인종, 성별, 나이까지 다를 수 있다. 돈스파이크는 다른 인격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고, 집에 있을 땐 중학교 여학생인 ‘민지’로 지낸다면서 40대 남성인 본인과 성별 및 나이까지 다른 인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 의학에서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어린 시절 성적 학대와 같은 충격적 사건이나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또한 서울대학교 임상·상담 심리학 연구실 자료에 따르면 행동주의적 입장에서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학습에 의해 습득된다고도 본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평소와 다른 사회적 역할을 선택해 고통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필로폰 중독 역시 해리성 정체감 장애의 원인 중 하나일까.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히로뽕? 필로폰? 메스암페타민?

필로폰(Philopon)은 현행법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마약류’다. 마약류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뜻한다. 정식 명칭은 메트암페타민(Methamphetamine)이다. 메트암페타민은 영문법 발음 특성상 메스암페타민으로도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한 제약 회사에서 필로폰이란 이름을 붙여 각성제로 판매했는데,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필로폰의 일본식 발음인 ‘히로뽕’으로도 알려졌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필로폰의 부작용은 다양하다. 고용량 복용을 갑자기 멈추면 기면증, 졸음, 폭식, 선명한 꿈, 정신장애가 수일에서 수주 간 지속된다. 각성 작용이 증가되면서 신체활동과 호흡이 많아지고, 식욕은 감소된다. 충추신경작용으로는 불안과 불면, 혼란, 진전, 걱정, 공격성, 과온증, 경련이 일어난다. 그밖에도 구토와 두통, 주의력 산만, 시·청각적 환각, 혈압상승, 혼수상태 등이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인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그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필로폰을 투약하면 뇌에 도파민이 나오면서 쾌락 농도가 50~100배 이상 커지고 중독된다. 심각해지면 호흡장애와 식욕감퇴, 몸에 벌레가 보이는 메스버그(Meth bug) 현상, 살인 등 범죄와 이어질 수 있는 정신분열적 증상, 안면 수축, 노화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다중인격 장애, 즉 해리성 정체감 장애가 필로폰의 전형적인 부작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필로폰과 해리성 정체감 장애와의 관련성은 (학계에서) 표준화된 게 아니다”라며 “필로폰 투약 후 뇌에서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구조를 살펴보면, 이를 해리성 정체감 장애와 연결 짓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아는 마약, 실제와는 달라”

본지는 다중인격 장애를 필로폰 부작용으로 보는 전문가나 관련 학계의 견해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에게 지난달 말 CBS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분에 대해 더욱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필로폰을 하면 다중인격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를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까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로폰 중독자에게서 여러 모습이 나타나지만, 의학계에서 말하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아니라는 것이다.

최 실장은 “다중인격은 필로폰의 전형적인 부작용이 맞다. 필로폰을 투약하면 감정의 변화가 급격해지기 때문에 평소 온순했던 사람도 어쩔 때에는 매우 폭력적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약을 안 할 때는 환자처럼 누워있기도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해리성 정체감 장애까지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실장은 필로폰 중독 시 신체 변화도 일어난다고 전했다. 그는 “필로폰을 하면 살이 빠진다는 말이 있는데, 초기에나 그렇다. 처음에는 약에 취해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는 (투약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흔히 알려진 메스 버그 현상에 대해서도 최 실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메스 버그까지 나타나기 전에 경찰에 붙잡히기 때문에 필로폰 중독자라고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약류와 마약중독자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실장은 “많은 이들은 가진 게 많은 유명인들이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마약) 중독자들은 알면서도 끊지 못하거나, 자신의 중독 수준을 과소평가하며 마약을 계속하는 것이다”라며 “마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언론이나 대중문화 등을 통해 너무 많이 유포되고 있어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님. 필로폰(메트암페타민, Methamphetamine) 투약 시 감정 기복의 변화로 전혀 다른 성격이 나타날 수 있다. 다중인격처럼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신경정신의학계에서 말하는 다중인격 장애의 정식 명칭인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뜻하는 게 아니다.

[참고 자료]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46회분

“돈스파이크 다중인격은 대표적 마약 부작용..시작 말아야”(노컷뉴스)

마약 투약 돈스파이크 구속 송치(연합뉴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류 정보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연구소장 이범진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인터뷰

최진묵 인천참사랑병원 마약중독 상담실장 인터뷰

서울대학교 임상·상담 심리학 연구실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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