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정치의 계절이 무르익으면서 여야는 여러 쟁점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도 그중 하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과 조건부 유예를 제시하면서 혼선을 빚는 모양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금투세 유예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정책 비판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은 성일종 의원은 지난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금투세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개인투자자 상위 0.5%가 전체 개인 보유 금액의 약 5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이탈해 증권시장이 위축될 경우 개미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금투세는 1%의 문제가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의 문제이며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 신음하는 대한민국의 문제”라며 “하지만 민주당은 금투세를 2년간 유예하는 정부안에 반대하고 국익과 국민을 무시하는 입법 갑질을 자행하고 있다.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소액 주주들도 현재 주식시장에서 금투세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일종 의원실은 당시 발언에 대해 금투세 도입으로 투자자들이 이탈하면 주식시장이 침체하고, 결과적으로 피해가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미치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금투세 도입 시) 국외 투자자들 같은 경우 한국 주식시장에 있을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매도를 시작할 것이고, 주식시장은 당연히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성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금투세,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 

한국경제가 제공하는 용어사전에 따르면 금투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한 소득에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주식의 경우 소득액에 따라 20~25%의 세금(연간 수익 5000만 원 이상이면 20%)을 매긴다. 2020년 12월 금투세 신설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2023년 1월 시행되기로 했다. 금투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라는 조세원칙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올해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통해 시행 시기를 2025년으로 미루자는 의견을 내놨다. 그간 경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일명 ‘동학개미’라고 불린 개인투자자 등의 힘으로 한때 코스피 3000까지 올랐던 국내 주식시장은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가 악화하면서 다시 침체됐다. 국민의힘이 2년 만에 금투세에 대한 입장을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강행에 제동을 걸면서 ‘조건부’ 유예로 입장을 변경했다. 정부가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방침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0.15%로 더 낮추면 금투세 유예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제안에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여야는 또다시 대립하고 있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금투세,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볼까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투세 도입으로 상위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 대해 “단정할 수 없다”며 학계에서 확정된 논리도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과연 세금을 부과한다는 이유로 한국 주식시장을 떠난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가정의 가정을 더해 만든 논리”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투세는 주식을 팔고 현금화했을 때 생기는 세금이다. 투자자들은 세금 때문에 주식을 팔지, 아니면 주식이 오를 때까지 가지고 있을지를 선택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투자자들은 후자를 먼저 생각할 것”이라며 “현재 연 5000만 원 이상 수익을 내는 사례는 법인이나 거대 자본가 정도다. 그런데 법인은 (금투세가 아니라) 법인세의 적용을 받는다. 결국 거대 자본가가 과세 대상이 될 텐데, 이들이 수백조를 투자하고 있다가 금투세를 이유로 주식을 뺀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금투세로 대거 이탈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김 연구위원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 세계에서 주식 양도 차익에 세금을 안 매기는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가 일반적인 게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경우 양도세가 있고, 공제도 우리보다 훨씬 적다. 우리나라 금투세는 주식으로 5000만 원 벌 때까지 세금을 하나도 안 내지만, 미국은 250만원만 공제한다. 예를 들어 주식으로 1000만 원을 벌면 250만 원만 공제하고 750만 원에 세금을 부과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 연구위원 역시 학계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금투세 도입으로 대주주들이 주식을 매도해 주가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심리적으로 우려할 수는 있다”면서도 “해당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학계에서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증적으로 나타난 것은 대만의 사례가 있다. 하지만 당시 대만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은 1989년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바 있다. 당시 대만은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지 않은 데다 전산 시스템 역시 현재의 한국보다 열악해 피해가 더욱 컸다.

이어 “12월 말에는 대주주 과세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들이 있어 왔다. 이는 예측의 영역”이라며 “금투세는 이익이 발생했다고 당장 과세하는 게 아니라, 손익을 통산 후 과세한다. 또한 현재 주식시장 상황으로 보아 금투세 도입으로 당장 세금을 내야 할 사람은 많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해당 주장이 학계의 공인된 논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금투세 도입으로 인한 상위 투자자들의 이탈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주장이 명확하게 거짓이라는 근거 역시 없어 ‘대체로 사실 아님’이라고 판단했다.

[참고 자료]

성일종 의원실 전화 답변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 연구위원 인터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선임 연구위원 인터뷰

기획재정부, 2022년 세제개편안 발표

더불어민주당 제110차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

2022년 11월 18일자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성일종 의원 발언

한경닷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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