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그중에는 주인공 우영우처럼 여성의 경우 아동기에 또래 남아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 어렵다는 내용도 있다. 실제로 여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남아보다 어려울까?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진=ENA 제공)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여성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진=ENA 제공)

19일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뇌 발달과 관련된 상태로, 사회적 상호 작용 및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킨다.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는 장애의 증상과 중증도가 광범위하다는 점을 표현한 것이다. 이전에는 전반적 발달장애라고 불렸다. 현재는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 레트장애, 소아기 붕괴성 장애, 기타 분류되지 않은 전반적 발달장애를 포함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합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성별 차이 있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인구는 일반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많다. 이경숙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교수, 정석진·박진아 세원영유아아동상담센터, 신의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교수, 유희정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지난 2015년 발표 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영유아의 조기 선별 요인’ 논문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남아가 여아에 비해 3.6~5.1배 더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모든 인종과 사회경제적 수준에 대체로 공통된 양상으로 보고된다.

학술자료뿐만 아니라 통계 자료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인구의 성별 차이는 두드러진다. 국내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전체 인구 통계는 없지만, 자폐 스펙트럼 일부인 ‘자폐 장애’에 대한 통계는 존재한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폐성 장애 인구 3만 3650명 중 남성이 2만 8218명, 여성이 5432명으로 남성 자폐성 장애인이 5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 기준 자폐 스펙트럼 일부인 ‘자폐성 장애’ 인구. (표=국가통계포털 자료 편집)
지난해 기준 자폐 스펙트럼 일부인 ‘자폐성 장애’ 인구. (표=국가통계포털 자료 편집)

또 다른 통계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이 발표한 통계에는 지난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 총 2만 7432명이다. 이들 중 2만 2249명이 남자고, 나머지 5183명만 여자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에 따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세분화해 통계를 발표하는데, 위의 수치는 질병 코드별 환자 수를 더한 결과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자폐 스펙트럼 진단, 여아라서 어렵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인구는 보편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는 게 확인됐다. 혹시 여아의 진단이 더욱 어렵기 때문일까. 이효정 동서울대학교 교육학과 부교수가 2019년 발표한 ‘자폐성장애 여성의 경험 및 특성 관련 연구 동향’ 논문에 따르면 기존의 연구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장애 진단 시기가 더 늦어졌고, 인지 기능이 높을수록 이 같은 경향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부교수의 논문은 1992년부터 2018년까지 간행된 국내외 자폐 관련 연구 17개를 분석했다.

논문은 여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남아보다 늦어지는 이유는 사회적 특성에 있을 거라고 보았다. 조용하거나 수동적인 행동은 여성에게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분위기라 자폐 증상을 ‘위장’하는 데 유리했는데, 교사나 전문가들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여아의 이러한 행동을 ‘수줍은’ 혹은 ‘착한’ 학생으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당수의 자폐 관련 연구가 남아를 중심으로 진행된 점도 자폐 스펙트럼 여아의 진단을 늦췄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부교수의 논문은 여아 자폐 스펙트럼 진단이 남아보다 어렵다고 단언한 것은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조성우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의무이사 역시 성별에 따라 진단 난도가 다르다고 설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뉴스포스트> 서면 답변을 통해 “공식적으로 여아를 진단하는 것에 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이사는 “(여아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다소 늦은 나이에 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 실제로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 평균 나이는 3.9세 정도이지만, 고기능 자폐(아스퍼커)의 경우 평균적으로 7.2세에 진단된다”면서도 “고기능 자폐에서도 남녀의 성비는 4대 1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연구가 있어 여아가 더 늦게 진단된다고도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 이사에 따르면 여아가 남아에 비해 언어적 능력이 높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여아가 남아보다 상동행동 등의 증상이 적어 진단이 늦어진다는 연구 또한 있다. 하지만 해당 연구들은 학계에서 완전히 결론 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조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연구 결과들은 완전히 결론 나지 않았다.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하거나, 없다는 경우도 있어 학문적으로 확립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행동분석학회 학회장인 박혜숙 카바ABA연구소 원장은 여아들이 남아보다 언어 능력이 높다고 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어렵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여아가 남아보다 적다는 연구는 많이 발표됐다. 진단받는 사례는 남아가 더 많다”면서 “에이도스(ADOS) 등 평가 도구에서 언어 수준이 높은 아이들 용도도 있다. 언어가 유창해도 자폐 특성이 있다면 판정을 받는 거라 여아들이 언어 수준이 높다고 해서 (진단이) 더 어렵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다른 장애들처럼 증상들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스펙트럼’인 거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각 케이스별로 특이성이 있어 진단이 어려운 게 아닐까 싶다. 에이도스와 언어 및 사회성 검사 등을 해서 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수련 과정과 훈련 등이 어렵다”면서 “꼭 성별에 따라 어려운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은 여아보다 남아가 많다. 실제로 여아의 특성 및 사회적 환경 때문에 진단이 남아보다 어렵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의견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진단 난도가 다르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참고 자료]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보건복지부 관계자 전화 인터뷰

전국 장애유형별, 성별 등록장애인수(KOSIS)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화 인터뷰

이경숙·정석진·박진아·신의진·유희정, 자폐스펙트럼장애 영유아의 조기 선별 요인, 2015

이효정, 자폐성장애 여성의 경험 및 특성 관련 연구 동향, 2019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조성우 의무이사 서면 답변

박혜숙 카바ABA연구소 원장 전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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