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분권·내각중심 국정운영으로 가야 한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야권 주자들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일찌감치 대열에 합류해 입지굳히기에 나선 모습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숙명적 인연으로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그의 충정심은 대단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오히려 안 지사가 적장자라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어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 주자로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러나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박근헤 대통령의 탄핵정국이 펼쳐지면서도 지지율이 하위권에 머물러 크게 요동치지 않아 걱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무서운 상승세가 주목받으면서 단숨에 대권 주자 등급으로 올라온 반면 안 지사는 세련된 젊은 정치인에서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핵심 참모였지만 참여정부 시절 국회나 청와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정도로 공직 제안을 거절해 왔다. 노 전 대통령에게 해가 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두 차례 도정운영으로 스스로 대권주자 서열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정치인 안희정. 그의 대권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무현의 남자 안희정의 대권일지
숙명적 만남, 그러나 고통의 연속
세련된 정치인 안희정 野 주자 우뚝

 

◆ 참여정부 탄생 1등 공신 '좌희정 우광재'

고등학교 시절 한 번의 재적과 한 번의 자퇴로 졸업장을 받지 못한 안 지사는 민주화 학생운동을 위해 대입시험을 준비했다. 고려대 철학과에 진학한 안 지사는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을 시작해 4학년 때는 교내 14개 운동권 서클을 통합해 지도부에서 이를 이끌었다.

1988년 반미 청년회 사건에 연루된 안 지사는 학생운동조직 지도부로서 안기부에 체포돼 10개월 간 수감생활을 한다. 이때 만난 인연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다.

면회를 오다가다 마주치는 사이로 인연이 된 그들은 지금 민주당의 최고 지도부층에 올라와 야권의 핵심축이 됐다.

수감생활을 마친 1989년 안 지사가 시작한 직업은 통일민주당 김덕룡 국회의원의 보좌진이었다. 안 지사는 이에 대해 수감생활을 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듬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합당이 이뤄지는데 이기택, 김정길, 장석화, 박찬종, 홍사덕, 이철, 노무현 등 7인은 이를 따르지 않고 새 민주당을 결성했다. 안 지사 역시 당직자 18명과 함께 잔류를 선택하며 이철 사무총장의 비서를 맡았다.

정치인들에 대해 환멸을 느꼈던 안 지사는 92년 이철 의원이 14대 총선에 당선됨과 동시에 정계를 떠났다. 이후 안 지사는 출판업에 종사했다.

정계를 떠났던 안 지사는 다시 고려대에 복학해 학업을 이어가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인 정치인생을 시작했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던 시절 비서관으로서 참여정부 핵심 참모로 분류된다. 안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 정무팀장 이 전 지사는 기획팀장을 맡아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한 핵심인물들이다. 당시 이들을 일컬어 '좌희정 우광재'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 노무현의 오른팔, 그러나 백수인생

안 지사는 참여정부 탄생 이후 노 전 대통령에게 부담주기 싫다며 공직자의 길을 마다했다. 또 권력적 인물로 평가되는 게 부담돼 노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 지사는 노무현 후보캠프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모든 책임을 지고 또 한 차례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소식을 듣고 안 지사는 감옥에서 큰절을 올렸다는 일화도 소개된 바 있다.

출감 이후 당연스럽게 청와대로 들어가 핵심 참모의 역할을 하라는 주변인들의 조언도 만류하고 일반인으로 돌아가 자녀교육에 매진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그에게 돌아온 것은 가족들의 고통뿐이었다. 사실상의 백수생활이었기 때문이다. 총선 캠프도 아닌 대선 캠프에서 정무팀장을 맡았다면 장·차관급의 자리 하나 정도는 아무런 시비 없이 가능했을 것이다.

안 지사는 2007년 참여정부가 비판 속에 막을 내리자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참여정부평가포럼'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숙명적 인연은 2010년 그를 충남도지사에 당선시켰고 재선에 성공하며 지금은 야권의 대권 주자로서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위치가 됐다.

일각에서는 노무현의 적장자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니라 안 지사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안 지사는 차기 대선보다는 차차기 대선 주자라는 평을 더 많이 받고 있다. 야권 내 신세대 정치인으로 안티가 없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참모직을 한 차례도 지내지 않았지만 두 번의 도정운영으로 도민과 국민의 호평을 받아 왔다.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지만 한 때는 생활비가 부족해 쩔쩔 매기도 했다는 사연은 그의 강인함도 엿볼 수 있다. 평소 손 벌리는 성격이 아닌 안 지사는 맨 몸으로 가난을 이겨낸 것이다.

보통 정치인들의 부와 명예 또 '자리'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20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국회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해 자치분권·내각중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포스트)

 

◆ 시대교체 나선 대권주자 안희정

안 지사는 이제 시대교체에 모든 걸 다 걸었다. 차기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야권 주자들의 발 빠른 행보가 눈에 띄는 요즘 안 지사 역시 대선 준비에 분주하다.

지난 2013년 시사저널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0인' 중 1위를 기록한 그는 소신있는 젊은 정치인으로 통한다. 그가 말하는 시대 교체는 박정희 시대의 마감을 말한다. 오로지 정치만 박정희식의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있다며 그는 민주주의의 리더십이 가장 강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안 지사의 지지율은 5%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그의 레이스가 순탄하진 않을 거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번 레이스에서 지지율 3위까지 뛰어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세상에 알린 반면, 안 지사는 다소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차차기 대권 주자라는 평가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확실한 대권 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린다면 20대 대선에서는 가장 유력한 주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세론'으로 굳혀지고 있는 야권 레이스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염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국면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차기 대선 일정이 여름쯤일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안 지사의 반등 기회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안 지사의 국정 운영 방침은 자치분권과 내각중심이다. 안 지사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로운 대한민국 자치분권·내각중심 국정운영토론회'에서 발제자로 참여해 "실질적인 내각중심제를 통해 헌법 운영의 묘를 살릴 때 헌법이 (제대로) 작동한다"며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자치분권 내각중심 헌법의 작동을 통해 좀더 튼튼한 국가적 리더십을 형성하고, 국회와 대통령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며 낡은 정치문화 청산과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를 주장했다.

안 지사는 특히 '차차기 도전설'에 대해 “링에 오르는 선수 중에서 지려고 올라가는 선수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차차기 도전설'은 저를 가두려는 프레임이자, 저를 공격하는 나쁜 프레임이다. 당원동지들이 이런 프레임에서 저를 꺼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기회가 저를 기다려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5년 후에 저는 더 지혜로워 지겠지만 더 많은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젊음', '신세대'의 이미지가 강하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그가 주장하는 시대교체는 자신의 이미지와 가장 부합하는 슬로건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특히나 주자가 많아 치열한 경선을 예고하고 있는 레이스에서 안 지사만의 흥행몰이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안 지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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