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아웅산 수지 고문 재집권에 쿠데타
1020·여성, 온·오프라인 투쟁 중심에 서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보석이라고 불리던 미얀마에서 유혈 사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젊은 10·20세대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상대로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총탄에 생명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저항은 멈추지 않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 미얀마의 현실을 알리고, 직접 거리로 나와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미얀마 군경이 양곤 시내에서 반체제 인사 자택을 급습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6일(현지 시간) 미얀마 군경이 양곤 시내에서 반체제 인사 자택을 급습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8일(한국 시간)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와 저항하는 국민 사이의 마찰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현지 언론 이롸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군경은 전날 밤 양곤에서 야당 운동가 최소 10명을 구금했다. 여기에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인사와 반군부 시위 주도자, 민간인 등이 포함됐다. 

특히 NLD 소속 킨 마웅 랏 양곤 파베단 구의장이 자택에서 군경에 끌려간 뒤 다음날 숨진 채 발견돼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구의장의 시신에는 고문 흔적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남은 것으로 보도됐다. 미얀마 군경이 실제로 정치인을 상대로 고문을 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SNS상에서는 군경이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상황이다.

유력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등 미얀마에서 발생한 최악의 정치적 사태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사태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NLD가 군부를 상대로 크게 승리하면서 벌어졌다. NLD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문민정부로 4년 동안 미얀마를 통치하다가 이번에 다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7일(현지 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시위 진압 경찰이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
7일(현지 시간) 미얀마 양곤에서 시위 진압 경찰이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한 미얀마의 군부 철권통치 

미얀마는 1962년 네윈 육군총사령관의 쿠데타 이후 군부 독재가 이어졌다. 2016년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가 총선에 승리하기까지 미얀마 국민들은 사실상 53년간 군부 철권 통치 하에 있었다. 쿠데타가 일어날 때마다 국민들은 민주화 운동을 이어갔다. 수지 국가고문은 장기간 가택연금을 당하면서 세계적인 민주화 인사로 이름을 알렸다.

NLD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서 미얀마는 2016년 처음으로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하지만 군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헌법 하에 군부는 전체 664개 의석 중 166개 의석을 자동으로 할당받는 등 여전히 미얀마 정세의 실세였다. 또한 오랜 독재 기간 장악한 덕분에 재정적 인프라까지 권력 기반으로 삼을 수 있었다. 

NLD는 군부와 불안한 동거를 하며 4년간 미얀마를 통치했다. 집권 기간에는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집권 여당이 사실상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대내외적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기도 했다. 특히 수지 고문은 각종 인권상에서 자격을 박탈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지난해 총선에서 군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국제 사회에 미얀마 사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미얀마 청년 누리꾼들. (사진=트위터 편집)
국제 사회에 미얀마 사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미얀마 청년 누리꾼들. (사진=트위터 편집)

달라진 미얀마, SNS 세대가 민주화의 중심에

문민정부 2기를 용납할 수 없었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는 지난달 1일 기습 쿠데타를 일으켰다. 수지 고문과 원 민 미얀마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은 구금됐고, 1년간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쿠데타와 민주화 운동이 반복되는 현대사를 겪은 미얀마 국민들은 이번에도 들고일어났다. 파업과 태업 등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최대 도시 양곤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폰 기기에 익숙한 10, 2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적극적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의 젊은이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군경의 폭력과 잔혹성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청년들이 온라인에서 전개하는 민주화 운동에 놀란 군부는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의 자국 내 접속을 차단했다. 

지난달 1일 이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전역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진행 중이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지난달 1일 이후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전역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진행 중이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온·오프라인에서 적극적으로 민주화 시위를 벌이기 때문에 청년들의 희생도 크다. 쿠데타 이후 군경에 의해 사망한 희생자만 현재까지 60명에 가깝다. 대부분 10, 20대 젊은 청년들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던 19세 소녀의 사인을 은폐하기 위해 군부가 무덤을 파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 세계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미얀마 사태는 현재 진행 형이다. 이날도 북부 미치나에서 2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수치 고문과 고위급 인사들은 여전히 감금 상태다. 미얀마의 청년들은 오늘도 SNS에 군부가 저지른 범죄를 고발하면서 국제 사회에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전 세계의 관심이 미얀마 사태에 멀어진다면, 청년들의 희생은 더욱 증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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