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유권자 3인과 온라인 좌담회
“학자금·장학금 신청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요”
“취업이 가장 걱정...진로 개발 지원해 주세요”
“경기도는 청년에게 교통비도 주던데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서울 시민들은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뉴스포스트>에서는 청년, 장년, 노년 세대가 갖고 있는 ‘내가 바라는 서울’ 좌담회를 준비했다. 서울 시민들의 ‘바닥 민심’에 후보자들의 성실한 답변을 바란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늘 선거에서 ‘양념’ 정도로 취급되는 세대가 있다. 청년의 고충을 덜어준다며 다양한 공약이 제시되지만, 실상은 비슷한 주거권 정책이 포장만 바꿔 소개되는 것이 현실이다. 2020년도 기준, 서울시 인구에서 선거권자인 만 18세~29세 연령대의 청년은 16.9%(163만8230명) 정도다. 적지 않은 파이인데도 부동산·세금·교육·복지 등 다양한 정책이 쏟아지는 중장년층에 비해 청년층 공약은 매우 한정적이다.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서울은 어떤 곳일까. 본지는 국내 최대 청소년단체인 한국스카우트연맹의 도움을 받아 지난 16일 서울 유권자 청년들과의 온라인 좌담회를 열었다. 김민경(22세·유아교육 전공), 이지연(24세·프랑스어 전공), 조영원(21세·유아교육 전공) 청년이 함께했다. 청년들은 모두 태어날 때부터 서울에 거주해온 ‘서울 토박이’들이다.

다음은 <내가 바라는 서울> 좌담회 내용.

지난 16일  온라인 간담회에 참가한 이지연, 조영원, 김민경 청년. 한국스카우트연맹 이종구 팀장(오른쪽 아래)도 패널로 참가했다. (사진=줌 캡쳐)
지난 16일 온라인 간담회에 참가한 이지연, 조영원, 김민경 청년. 한국스카우트연맹 이종근 팀장(오른쪽 아래)도 패널로 참가했다. (사진=줌 캡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주변에서 선거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

민경: 친구들끼리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냥 혼자서 ‘이런 일이 있구나’ 찾아보는 정도다.

지연: 저도 그렇게 자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냥 ‘투표 해야하나’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끝이다.

영원: 솔직히 얘기하면 친구들이 뉴스를 주의 깊게 보거나 하지 않아서, 선거가 있다는 자체를 모르는 친구들도 있다.

서울에 살면서 자신이 혜택을 받았다고 느끼는 정책이 있었나.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민경: 학생 때 스마트 산업과 관련해 스마트 교실을 만든다던지, 코딩 수업이 생겼다던지 다른 지역에 비해 교육 관련한 지원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외에는 잘 모르겠다.

지연: 기억할만한 정책은 없는 것 같다. 당장 청년 정책으로는 주거 정책이나 청년통장 등이 있겠지만, 저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청년 정책의 폭이 넓은 것 같지 않다.

영원: 마찬가지다. 대학에 진학해 학자금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찾아봤는데, 소득이나 나이 등 여러 가지 규칙에 걸려 받을 수 없더라.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또래 친구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 것 같나.

지연: 현재는 청년 주거 정책이 많은데, 대상 폭이 너무 좁다. 특히 대학 졸업 후 독립을 준비하는 나이대의 청년들은 보증금 문제에 맞닥뜨리는데 더 폭넓은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청년통장도 소득이 있는 경우에만 지원하는데, 대학생 때부터 독립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우면 좋겠다.

민경: 평생직장은 없다고 한다. 주변에서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이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등 진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참 많다. 교육과 진로 고민은 중·고등학생 때만 하는 게 아니니까 청년들, 특히 취업준비생들의 진로 찾기를 도와주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 중장년층 여성의 일자리 교육이 많은데 청년층에도 확대해서 청년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고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영원: 대학교 다닌 지 1년 됐는데 장학금 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는 기준이 엄격하고, 학교 내 장학금 기준도 엄격해서 실제로 혜택을 받는 학생이 적은 것 같다. 부모님 소득에 따라 장학금이 나오는데, 실제 어려운 가정이지만 지원이 안 되는 경우도 있더라. 장학금 정책이 더 넓어졌으면 한다.

향후 5년 간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있다면.

영원: 취업이 가장 큰 걱정이다. 대학교에 진학해 하고 싶은 게 많았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코로나로 하나도 해보지 못했다. 계획이 어그러지니 앞으로 취업 준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지연: 저도 취업이 제일 걱정이다. 전공이 프랑스어라서 프랑스의 정책을 많이 접하는데, 프랑스에서는 인턴을 나가야 졸업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턴십 기회도 한정적이고 대기업 위주다. 대기업 말고도 중소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인턴을 해봐야 청년들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

민경: 진로가 가장 고민이다. 코로나로 놓친 기회가 많고, 해보고 싶었던 것도 많았는데 제약이 생겼다. 어떻게 나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또 결혼과 출산의 과정도 있을 텐데 경력 단절이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이다.

서울시장 후보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영원: 공약을 거실 때 남들 다 아는 장학금, 취업 이런 공약보다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아시고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

지연: 매번 정책이 한정적이라고 느낀다. 진로 고민도 여성은 결혼과 출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부분도 실질적인 도움을 느끼도록 해주시면 좋겠다. 또 서울에 따릉이(공공자전거) 많이 이용하는데, 따릉이는 정거장이 있다. 요즘 공유킥보드가 보도를 점령해 골칫덩이인데 공유킥보드 정거장을 만들어주시면 좋겠다.

민경: 서울에서 공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공공화장실이 좋아져서 편하기도 하고, 버스정류장은 기껏 공사했는데 빗물이 다 튀는 등 별로 안 좋았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해주시면 좋겠다. 또 경기도에서는 청년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주는데, 서울도 지원해주면 좋겠다. 요즘 따릉이 가격도 올랐다던데, 따릉이 청년할인이 있으면 좋겠다.

지연 청년은 요즘 공유킥보드가 보도를 점령해 골칫덩이라며 공유킥보드 정거장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도 정가운데 공유 킥보드가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연 청년은 요즘 공유킥보드가 보도를 점령해 골칫덩이라며 공유킥보드 정거장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도 정가운데 공유 킥보드가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내가 바라는 서울은?

민경: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많은 경험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서울이 됐으면.

영원: 청년이 필요한 것을 아는 서울. 청년에게 뭐가 필요하고, 청년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주시면 그것만으로 내가 바라는 서울이 만들어질 것 같다.

지연: 걱정 없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서울. 요즘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나 설렘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청년들이 마음 놓고 미래를 꿈꾸는 서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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