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지난 2일과 3일 그리고 다가올 7일에 특별한 일정이 생겼다. 바로 보궐선거다. 보궐선거란 빈자리를 채우는 선거를 의미한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선거는 공직자가 사망하거나 사퇴해서 치르는 ‘보궐선거’에 해당한다. 보궐선거를 맞이해 20대의 선거에 대한 생각, 추억을 들어보았다.

(한 시민이 신호를 기다리며 후보자들의 현수막을 보고 있다 사진=조유라)
(한 시민이 신호를 기다리며 후보자들의 현수막을 보고 있다 사진=조유라)

 

첫 선거를 기억하나요?

박가람(익명·28): 2014년에 처음으로 투표권이 생겨 집근처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투표한 기억이 납니다. 아마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였던 것 같습니다. 어떤 정당이나 후보에게 투표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엄마 따라 가서 눈에 보이는 사람을 대충 찍고 왔던 것 같아요.

김재이(익명·25): 2017년에 있었던 19대 대통령선거. 2016년 겨울동안 촛불시위로 탄핵을 이룬 뒤에 한 선거라서 더 의미가 깊었어요.

이노을(익명·24): 2018 지방 선거였던 것 같아요.

서준하(24): 2017년 제 19대 대통령 선거였어요.

강이진(익명·27): 첫 선거는 18대 대통령선거였어요. 당시에 문재인과 박근혜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박근혜가 당선되었는데 그 당시 보수당의 대표였고, 박정희의 후예처럼 받아들여져 무서워 하는 사람도 있었죠. 저에게는 그렇게 와 닿지는 않았어요. 첫 선거였기 때문에 누가 누구였는지는 별 관심이 없었거든요.

첫 선거 말고 기억에 남는 선거가 있나요?

박가람(익명·28): 초등학교 5학년 때 반장선거를 해서 부반장으로 당선이 되었어요. 제가 부반장이 되자 부반장이 되지 못한 다른 친구가 울었던 적이 있어요. 그 다음부터는 선거에 아예 안 나갔어요.

김재이(익명·25): 18대 대통령선거가 기억에 남아요. 지지하던 후보가 떨어져 더 분하기도 했고 이해할 수조차 없었어요. 선거 다음 날, 학교도 학원도 종일 침울했던 것 같아요. 그 땐 투표권을 가진 모든 어른들이 미웠어요.

이노을(익명·24): 2020년도 21회 국회의원 총선이 기억나요. 투표가 있는 날은 가족들과 다 같이 아침에 가서 투표를 하는데, 그 때는 코로나 때문에 선거 인증용 종이를 직접 가져가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언니가 투표 인증 용지를 직접 준비해줘서 예쁘게 인증했던 기억이 나요.

서준하(24): 공식적인 첫 선거는 19대 대통령 선거였지만,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했던 선거는 대학교의 총학생회 선거였어요. 사실 1학년 신입생이 아는 것도 없고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심사숙고 끝에 한 표를 행사했던 기억이 나요.

강이진(익명·27): 제가 학급에서 반장선거에 나갔을 때, 대충 어필했었는데 부회장으로 뽑혔던 기억이 있어요. 저는 그 때 학교에서 왕따였는데 왜 뽑혔는지 모르겠어요. 왜 나갔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다들 장난으로 뽑았는데 부회장이 됐던 것 같아요.

어떤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나요?

박가람(익명·28): 해당 후보의 지난 이력을 보고 앞으로 어떤 정치나 어떤 정책적인 선택을 할 사람인지 가늠한 후에 공약을 보고 투표합니다. 지금은 여성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깊게 실감하기 때문에 여성의제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재이(익명·25): 주로 공약을 보고 뽑으려고 하지만, 공약보다도 후보자의 전과이력을 더 우선시해요. 탈세도 정치인에게 있을 수 없는 범죄지만 특히 성폭행과 관련된 범법자라면 절대 표를 행사하지 않아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집으로 보내주는 유인물에서 후보자 전과사항을 꼼꼼하게 보는 편인데, 지난 총선 때도 한 후보에게 강간미수라는 전과가 있어서 식겁했어요.

이노을(익명·24): 정당을 우선으로 보는 편인 것 같아요. 세부적인 공약도 물론 살펴보고요. 사실 예전에는 무조건 어떤 정당을 뽑아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여성인권에 많은 관심을 가지다 보니 그런 방면에서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나 정당을 더 유심히 보고 호감을 갖게 되더라고요.

서준하(24):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 후보를 최우선으로 봅니다. 그 다음으로는 정치적 의견이 비슷한 사람으로 결정해요. 보통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같은 지역 출신 후보자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그 지역 출신 후보가 지역의 필요한 인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강이진(익명·27): 전과를 보는 건 기본이고요, 그 다음으로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우호적인 후보를 뽑으려고 합니다. 정치에는 사실 큰 관심이 없어서 이 부분으로 판단합니다.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이야기해주세요.

박가람(익명·28): 아직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정치가 멀게 느껴지기도 해요. 내 한 표가 무슨 소용이 있나 회의적이기도 하고, 내가 투표를 한다고 해도 정치인도 결국은 사람인지라 크게 기대하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안 할 수는 없는 거겠지 딱 그 정도로 생각합니다.

(투표를 독려하는 인증샷 사진제공=김재이)
(투표를 독려하는 인증샷 사진제공=김재이)

김재이(익명·25): 항상 사전투표로 참여하고, 정작 선거일에는 늦잠자고 쉬었던 것 같아요. 인증샷을 찍고 계정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쓰는 것까지가 선거라고 생각해요. 비밀선거가 원칙이지만 지지하는 정당의 대표색 옷을 입고 투표하러간 사람들을 보면서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 특정 후보를 유추할 수 있는 인증샷을 찍으면 안 되지만, 옷 색에 대한 제한은 없었잖아요. 또 각 방송사마다 현란하게 CG작업을 해서 선거방송을 하는 것도 우리나라만의 축제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노을(익명·24): 투표권이 있는 투표는 모두 참여해요. 내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하고도 공평한 권리잖아요. 그리고 투표이후에는 꼭 인증샷을 찍는 편인데, 그런 전시가 몇 명에게라도 ‘투표해야겠다’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서준하(24):지금까지 사전투표를 무조건 해왔는데 이번 보궐선거는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어요. 딱히 어떤 자세를 갖고 투표에 임하지는 않지만, 가급적이면 투표는 무조건 참여하려고 해요.

강이진(익명·27): 사전투표에 꼭 참여하고, 할 수 있는 투표는 다 하지만, 사실 엄중한 마음으로 임하지는 않아요. 그냥 의무를 끝냈다는 기분으로 집에 돌아가죠.

‘투표‘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는 하지만, 투표 외에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실감한 경험이 있을까요?

박가람(익명·28): 민주주의를 실감했던 경우는 불편한 용기 시위입니다. 어떤 정당적인 이익도 단체 소속으로도 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내는 목소리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시위였습니다. 10~30대의 청년세대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어린 목소리가 내뱉는 외침들이었습니다. 스쿨미투 시위를 볼 때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아요.

김재이(익명·25): 홍콩이나 미얀마 같이, 해외의 여러 국가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글을 볼 때 실감해요. 또,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에 이어 촛불집회까지 전 세대에 걸쳐서 시위에 참여하고, 그래서 시위에 대한 기억이 있는 걸 보면 한국인의 핏줄에 민주주의의 DNA가 흐르는 것 같아요. 촛불집회는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참여했던 시위라 더 그렇겠지만, 아직도 광화문 근처만 가도 마음이 울컥해요.

이노을(익명·24): 제 나이 또래들에게는 촛불시위가 가장 큰 경험이겠죠. 저도 참여했는데 그 때 직접 목소리를 내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역사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꼈거든요. 개인적으로 주변 국가들 중에 정상적인 민주주의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고 생각하는데, 민주주의를 꿈꾸는 다른 나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서준하(24): 최근 세계 각국에서 민주화를 향한 열망을 느끼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국민들의 열망을 모아서 부정한 대통령을 몰아냈던 기억이 나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점철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어떠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점이 민주주의의 근본이자 가장 멋있는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친여권, 친야권 언론으로 불리는 특정 언론들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을 게재하고 또 누구나 그런 의견을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요?

90년대생이 투표권을 갖게 된 2010년~2020년도의 20대 투표율은 이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특히 2017년에 있었던 19대 대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 기준 76.2%로 30대와 40대의 투표율(각각 74.2%, 74.9%)보다 높았다. 19대 대선 때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만 19세의 투표율은 77.7%를 기록했다.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90년대생은 촛불시위로 부조리함과 맞섰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나’ 하나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지만, 모여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실감한 세대이기도 하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20대 조차도 민주주의국가의 국민으로서 기꺼이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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