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
인터넷의 발달과 유통망의 접근으로 더 쉬워진 온라인 창업
“20대는 도전의 나이, 가치관과 취향을 담아서 창업 도전해...”

[뉴스포스트=조유라 기자] 취업 대신 창업의 길을 선택한 20대 사장님들이 있다. 베이커리부터 오픈을 앞두고 있는 소품샵, 번역 회사까지 자신만의 일터를 꾸리는 사장님들을 만나보았다.

“알바생이 아니라 사장님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일터를 꾸리는 사장님들에게 짧은 소개를 요청했다.

인테리어부터 운영까지 홀로 작업하며 애정이 담긴 작은 베이커리. (사진=조유라 기자)
인테리어부터 운영까지 홀로 작업하며 애정이 담긴 작은 베이커리. (사진=조유라 기자)

박영현(28): 안산에서 ‘코지데이즈’를 운영하는 박영현 입니다. 저희 가게는 버터, 계란, 우유가 들어가지 않는 빵을 굽는 비건 베이커리입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만 가게 문을 열며, 주중에는 온라인 스마트스토어로 주문을 받아 배송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고재형(27): FNB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고재형입니다. 주식회사 ‘초이인터네셔널’ 본사에서 프로 직책을 맡아서 함께 일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윈즈마케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예리(26): 앤티크 소품샵 ‘오마주’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안예리 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빈티지 찻잔, 보석함 등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소품을 판매하는 곳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 두 달 정도 되었고, 현재는 상가계약을 끝내고 인테리어 계획 중에 있어요. 보증금을 제외하고 1000만 원 이하의 예산으로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요.

안서희(가명·29): 통번역 관련 업체 ‘하센’을 운영 하고 있는 안서희입니다. IT, 논문, 기사, 기업서류 등 통역이나 번역 의뢰가 들어오면 요청사항에 맞게 통역과 번역하는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유튜브 컨텐츠 번역도 합니다.

“마음을 먹었어요. 사장님이 되기로 제가 마음을 먹었다고요”

이들은 일터도 나이도 전부 다르지만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모두 같았다. 좋아하는 일, 그리고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박영현(28): 창업하기 전 첫 직장은 광고업계였어요. 성취감도 있는 직업이지만 더 발전해야 할 것도 많았고, 야근도 잦고 번아웃도 자주 왔었어요. ‘결혼하고도 하고 있던 광고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도 됐고요. 반면 온라인 판매는 지역이 상관없고 비대면 서비스가 전망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비건 디저트를 접하게 되었고 비건 베이킹 클래스를 다녔어요. 비건 베이커리는 시장 가능성도 있고, 젊은 세대는 익숙함도 좋아하지만 새로운 것도 많이 찾는 만큼, 현재의 트랜드를 반영해서 비건 베이커리를 오픈하게 되었어요.

고재형(27): 미래를 결정하려면 어떤 분야에 호기심도 있어야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야하는데 전공에서 전혀 그러지 못했어요.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으로 군대에서 2년 동안 미래설계를 했었어요.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못하는 것’을 구분했고, 제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들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24살은 어리고 책임질게 많지 않아 마음껏 도전해볼 수 있는 나이니까요.

앤티크 소품을 모으는 취미는 창업으로 구체화 됐다.(사진제공=안예리)
앤티크 소품을 모으는 취미는 창업으로 구체화 됐다.(사진제공=안예리)

안예리(26): 간호사로 취직해서 일을 하며 갖게 된 취미가 앤티크 소품 수집이었어요. 많지 않아도 좋아하는 소품들을 수집하며 내 공간이 풍성해지는 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제가 수집한 소품들로 인테리어를 구상하고 판매하는 상상을 하다가 나중에는 소품샵을 차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더라고요.

안서희(가명·29): 예전에 통번역 회사에서 일을 했었어요. 개인사정으로 인해 퇴사했지만, 재밌게 웃으며 일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해당 업무에 대한 운영체계와 관리에도 흥미가 생겨서 내 사업으로 법인을 하나 설립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처음엔 목표도 뚜렷하고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설립했는데, 영업이 쉽지는 않더라고요.

“창업, 시작이 반”

이들은 이미 한 차례 온라인마켓을 운영한 경험이 있거나, 창업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경험을 쌓아둔 ‘경력직 신입 사장’이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과 유통망의 접근으로 온라인 쇼핑몰은 더 쉬운 창업이 가능하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적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소상공인을 격려하는 지원사업을 이용해 소자본으로 창업했다.

박영현(28): 창업은 쉬워요.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 내고 가게를 구하면 끝이에요. 운영이 더 어려워요. ‘코지데이즈’를 운영하기 전에 쇼핑몰을 한 번 창업했었어요. 대학교 때도 직접 작은 액세서리를 만들어 플리마켓에 참가하기도 했고요. 그런 기반이 있어서 창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은 없었어요. 오히려 베이커리 로고랑 스티커, 엽서 등은 현직 웹디자이너인 친구와 함께 머리를 싸매고 제가 기획을 하면 친구가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등 도움을 받았답니다.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소상공인지원을 받아서 자금을 마련했어요. 2000만 원 정도의 창업 예산을 생각했는데, 총 예산은 30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네 번의 실패 끝에 지금 회사는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 = 고재형)
네 번의 실패 끝에 지금 회사는 매년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사진제공 = 고재형)

고재형(27): 어린 나이에 창업을 꿈꾸다니 대단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냥 한낱 조무래기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고, 또 믿어주시는 분들도 계셔서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창업팀에 들어가서 활동을 먼저 하면서 많이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웠어요. 교내 지원사업이랑 정부지원자금도 톡톡히 가져다 사용했죠.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네 번의 실패 끝에 하고 있는 사업이라, 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체계를 잡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안예리(26): 코로나라는 시기에 굳이 안정적인 간호사를 그만두고 창업하려는 것에 주변의 반대가 제일 심했어요. 창업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계기는 사실 간호사라는 면허였어요. 동료로부터 ‘혹시라도 나중에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돌아오면 된다’는 말을 들으니, 저도 모르게 안심이 되더라고요. 또, 이전에 친구랑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했었었는데 플랫폼이 쉬워서 입문하기 좋았어요. 그 때의 경험이 소품샵을 창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죠. 자산과 시간 등 계획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더 구체화 할 수 있었어요. 아직 일을 하고 있어서, 낮에는 본업을 충실히 하고, 밤에는 인테리어 견적에 대한 고민과 가구수집으로 일주일을 보내고 있어요. 

안서희(가명·29): 창업은 확실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시작하는 게 맞아요. 의지를 갖고 시작하더라도 하다보면 힘들고 절망적인 순간들이 오는데, 관심 있는 분야라 쉽게 포기는 안하게 되더라고요. 사무실은 둘이서 조그맣게 시작할 생각으로 저렴한 공유오피스 위주로 찾았어요. 등기 및 사업자등록을 외부업체에 의뢰해서 사업자등록을 내는 데에는 2주 정도 걸렸는데 오히려 사무실 선정, 홈페이지 구축에만 세 달 넘게 소요했어요.

“자기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박영현(28)씨가 다음날 매장에서 판매할 비스코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조유라 기자)
박영현(28)씨가 다음날 매장에서 판매할 비스코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조유라 기자)

박영현(28): 오프라인 매장은 일주일에 이틀 운영하니 ‘놀면서 장사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지만 사실 휴일은 일요일 하루예요. 혼자서 운영하는 1인 매장이라 제약이 많아요. 회사라면 동료들에게 조언도 듣고 의지할 수 있지만, 창업은 모든 것을 혼자 책임져야 하고 자문을 구할 때가 없을 때 막연하게 느껴지곤 해요. 또 수익이 안정적이니 않으니 사업을 계속하면 나중에 어떤 상황이 올까 하는 두려움도 있어요. 그렇지만 바로 옆에 미용실 사장님이 단골들께 제 베이커리를 소개도 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세요. 또 손님들이 검색해서 찾아와서 리뷰도 남겨주시고 두 번 세 번 방문하는 단골이 늘어나는 걸 보면 뿌듯해요.

고재형(27): 해야 하는 일과 수습해야 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주말에는 경쟁사 분석을 하러 요즘 뜨는 매장들을 찾아다니거나 숨은 ‘핫플레이스’를 발굴하러 다녀요. 회사가 커지는 만큼, 함께하는 사람들도 성장할 수 있는 회사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많이 얻어가고 배워갈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예리(26): 주변에 창업한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영업을 하시는 어른들께 ‘소품샵’이라는 생소한 부류의 창업에 대한 자문을 구할 수 없어 막막했어요. 제가 하는 일이고 제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확신만 가지고 준비하다 보니 가끔씩 ‘이게 맞나?’하는 생각이 절 힘들게 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저만의 특색을 알아봐 주고 격려와 응원해 주시는 말들에 또 힘을 내게 되더라고요.

안서희(가명·29): 평일에는 다른 업을 하고 퇴근하면 본업을 하고 있어요. 주말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영업용 메일을 보내고, 의뢰가 들어온 일을 진행하며 사업에 충실히 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다른 일을 하다 보니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도 많이 있어요. 또 신생업체라서 광고와 메일, 전화로 영업을 열심히 하지만 일을 쉽게 주진 않아요. 하지만 꾸준하게 일을 맡겨주시는 분이 생기면 제가 하나하나 이루어낸 성과라고 생각해서 기운도 나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해요. 친밀감이 쌓여 어느 순간 거래처가 아닌 지인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창업을 꿈꾸는 미래의 사장님들께”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미래의 사장님들에게, 현직 사장님은 어느 때 보다도 사뭇 진지한 조언과 응원을 보냈다.

박영현(28): 20대는 무서울 게 없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패기로 시작했어요. 아이템이 있고 창업이 하고 싶다면 꼭 해보셨으면 해요. 계획을 구체적으로 잘 세운 뒤에 하셨으면 좋겠어요.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면 그 직무의 흐름을 아는 것도 있잖아요. 꾸준히 다녀서 배울 거 다 배워먹고 나중에 창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고재형(27): 인생에서 제일 책임질게 없는 마지막 시기가 20대라고들 하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에, 또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이 더 늙기 전에 일찍 충분히 도전을 해서 성과를 낸다면, 그만큼 행복한 미래도 없잖아요. 내가 스스로 내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건 창업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안예리(26): 창업을 하는데 시작하는 어려움은 없었지만 제가 놓치고 지나온 세부적인 것들이 많아 고달파질 것 같아 고민이 많아요. 가슴 뛰게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잘 되지 않더라도 안고 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어요. 저처럼 그리고 저보다 뛰어난 개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용기를 가져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안서희(가명·29): 20대는 어떤 것을 도전해도 되는 나이에요. 창업의 동기가 무엇이 되었든,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일단 해보는 것이 나의 경험이자 바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이 없을 순 없지만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창업을 하기 전에 정확히 어떤 업종을 할지, 어떤 차별화를 둘지, 적자가 나면 어떻게 이루어갈지 등 최악의 상황과 최선의 방법을 잘 생각해 봐야 해요. 꿈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그 꿈을 위해 나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는 일은 이미 나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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